<슬픔의 삼각형>은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으로 2021년 74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다음 해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주인공은 스웨덴 감독인 루벤 외스틀룬드이다. 당시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브로커> 두 편의 한국 영화가 경쟁하여 관심을 끌었다. 화장실 변기가 역류하며 솟구치는 <기생충>의 명장면은 <슬픔의 삼각형>에서도 볼 수 있었다. 봉준호 감독에 대한 존경을 표하는 오마주인 것으로 느껴졌다.
영화를 보기 전부터 ‘슬픔의 삼각형(triangle of sadness)’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궁금했다. 영화는 시작하자마자 답을 주었다. ‘슬픔의 삼각형’은 얼굴을 찌푸릴 때 미간 사이에 생기는 삼각형 주름을 뜻했다. 미간의 주름은 즐거울 때나 행복할 때 생기기보다는 그 반대의 감정에서 생기기 마련이다. 영화 전개가 어떻게 펼쳐질 것인지 제목이 암시를 주는 셈이다.
<슬픔의 삼각형>은 칸 영화제 기간 동안 비평가들이 엇갈린 반응을 보였고, 영화를 좋게 본 비평가도 극찬하며 황금종려상 수상까지 예측한 반응은 거의 없었기에 깜짝 수상이었다고 한다. 21세기 황금종려상 수상작 중 평론가별 가중치를 부여한 메타크리틱 점수가 가장 낮으며, 로튼 토마토 역시 관객점수 68로 평론가, 관객 모두 호불호가 갈리는 평가를 받은 영화이다.
영화는 일상사회에 던져진 민감한 주제들, 젠더와 계층, 그리고 인종 간의 갈등이나 문제들을 녹여내고 있다. 이 세 가지 문제의 ‘슬픔의 삼각형’이 현시대를 사는 인류들의 미간을 찌푸리게 하는 일일 터이다. 감독은 <슬픔의 삼각형>에서 성차별, 계층 간 차별, 인종 차별 등에서 편견을 제거하자는 PC(political correctness, 정치적 올바름)의 신념을 잘 드러낸다. 아마 칸 영화제의 심사위원도 이 점을 높이 평가했을 터이다.
영화의 스토리는 짜임새가 있고 해학과 풍자로 중간중간에 쿡쿡 웃음이 터진다. 탁월한 배우들의 연기를 즐기는 재미도 쏠쏠하다. 다만 왠지 어디서 본 것 같은 기시감을 준다. 층별로 계급이 나눠진 호화 크루즈 군상들, 섬에 표류한 사람들끼리 계급의 전복, 마지막 엔딩 장면 등...... 영화 포스터에 포브스가 선정한 ‘올해 가장 웃긴 영화’라고 되어 있으나, 황금시간대인 주말저녁의 작은 객석을 할애한 영화관이었는데도 객석은 4분의 1도 차지 않았다. 이 영화는 미국에서 인기몰이를 비롯하여 세계적 흥행을 이루었다고 한다. 이런 종류의 영화가 상업적 성공을 한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우리나라도 독창적이고 대담한 시도를 하는 감독들의 영화가 다수 관객들의 호응을 받으면 한국영화가 다양성의 지평을 넓혀나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