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직구' 히어로즈 황두성이 들려주는 '강속구 투수로 거듭나기'(사진=스포츠춘추) |
Q. 사회인야구 경력 5년 차의 투수입니다. 제구와 변화구 구사능력은 괜찮습니다만, 직구 구속이 다소 느린 게 흠입니다. 지난해 속도측정기로 쟀더니 시속 110km가 나오더군요. 팀이 내년부터 1부 리그에서 뛰는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주변 분들이 “1부 리그는 웬만한 공은 통하지도 않는다”고 잔뜩 겁을 주기 때문입니다. 팀의 에이스로서 지금보다 구속이 시속 5km 정도는 더 나와야 하지 않나 싶은데요. 구속을 높이는 방법을 알려주십시오. - 광주 민학수 -
A. 혹시 ‘페르난도 발렌수엘라’를 아십니까? 1981년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 사상 처음으로 신인왕과 사이영상을 동시에 거머쥔 멕시코 출신의 좌완투수 말입니다. 국내 야구팬 가운데 그를 기억하실 분들이 많을 텐데요. ‘스포츠춘추’도 어릴 적 ‘AFKN(주한미군방송)’을 통해 그의 호쾌한 투구를 보며 감탄사를 연발한 기억이 있습니다. 지난 3월 24일(한국시간)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과 일본의 결승전이 열린 다저 스타디움에서 실제로 그를 만났을 때 몹시 흥분했던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어릴 때 우상을 만났으니 흥분하지 않을 수 있었겠습니까. 결승전 시구를 마치고 돌아서는 발렌수엘라와 30분 정도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제2회 WBC 취재 때 만난 미 메이저리그의 명투수 발렌수엘라는 "가장 효과적은 변화구는 속구"라고 말했다. 그만큼 투수에게 '빠른 공'은 가장 좋은 무기다(사진=스포츠춘추 박동희 기자) | 발렌수엘라는 ‘스포츠춘추’가 한국기자임을 알고는 “코리아의 왼손 투수들을 잘 안다”라며 그 가운데 “덩치가 큰 투수”를 에이스로 꼽았습니다. 바로 한화의 류현진이었습니다.
그가 류현진을 코리아의 에이스로 꼽은 이유는 세 가지였습니다. 첫째 다양한 변화구를 던진다. 둘째 제구가 좋다. 셋째 속구 구속이 빠르다는 것이었습니다.40대 후반까지 현역으로 뛴 ‘베테랑’ 발렌수엘라는 세 가지 이유 가운데 유독 ‘속구 구속’을 강조했는데요. 그는 “변화구는 타자가 타이밍만 맞추면 치지만, 속구는 알고도 칠 수 없기 때문”이란 말로 속구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덧붙여 “가장 화려한 변화구는 속구”라고 했습니다. 순간, 무릎을 치며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회인 야구에서도 구속이 가장 중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일전 사회인야구 경기를 봤는데, 투수가 시속 130km의 속구를 던지니 타자들이 맥을 못 추더군요. 여기 한국프로야구에서 강속구로 유명한 투수가 있습니다. 타자들이 한결같이 꼽는 ‘돌직구’의 소유자가 있습니다. 실제 구속보다 체감 구속이 훨씬 빠른 투수가 있습니다. 바로 히어로즈의 ‘에이스’ 황두성(34)입니다. <박동희의 원포인트레슨>에서 황두성에게 ‘강속구 던지는 법’을 물었습니다. 돈 주고도 볼 수 없는, 어디서도 배우기 어려운 황두성의 원포인트레슨을 잘 보시고 그라운드에서 직접 활용하시길 바랍니다.
'돌 직구' 히어로즈 황두성이 들려주는 '강속구 투수로 거듭나기'
1. 팔 스윙은 빠르고 간결하게 야구계의 격언 가운데 ‘스피드는 타고난다’가 있습니다. 시속 150km의 강속구를 뿌리는 투수들을 만나보면 하나같이 “어릴 때부터 공이 빨랐다”고 합니다. 틀린 말도 아닙니다. 강속구 투수들을 보면 대개 선천적으로 어깨와 팔꿈치가 강하고, 유연성이 풍부합니다. 무릎과 발의 탄력성도 선천적으로 우수한 투수들이 태반입니다. 그러나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전업 야구선수가 아닐 것입니다. 이 대목에서 황두성은 말합니다. “스피드는 타고나지만, 요령만 익힌다면 구속은 어느 정도 높일 수 있다”고 말입니다. “전업선수가 아니라면 시속 120km의 속구로도 충분히 상대를 제압할 수 있다”고 말입니다.
투수의 캐치볼은 야수와는 다르다. 시작은 야수의 캐치볼처럼 천천히 진행하며 몸을 풀어야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빠르고 강한 공을 주고받아야 한다(사진=스포츠춘추) |
황두성이 설명하는 강속구 던지는 요령 가운데 첫 번째는 팔 스윙입니다. 황두성은 “강속구를 던지려면 빠르고 간결한 팔 스윙이 필수”라고 강조합니다. 여러분도 경험하셨겠지만 팔 스윙이 느리면 공은 그만큼 느리게 날아갑니다. 반대로 팔 스윙을 빠르게 하면 공은 그만큼 빠르게 날아갑니다. 그러나 말이 쉽지 처음부터 빠르고 간결한 팔 스윙을 할 순 없습니다. 이때 필요한 것이 ‘캐치볼’입니다. 황두성은 캐치볼 시 “상대편 가슴을 향해 직선으로 빠르게 던지라”고 조언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일반적인 ‘송구’가 아닌 빠르고 강한 ‘투구’를 하라는 것입니다. 일반적인 캐치볼과는 다소 성격이 다르지요.
투구 시 테이크 백이 크면 앞 동작은 짧아질 수 밖에 없다. 황두성의 테이크 다른 투수에 비해 느리고 짧지만, 스윙은 빠르고 길다(사진=스포츠춘추) |
여러분 가운데 ‘빠른’ 팔 스윙은 이해하겠는데, ‘간결한’ 팔 스윙은 뭘 의미하는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갸웃하실 분이 있을 겁니다. 황두성의 말을 들어보지요. “좋은 투수가 되려면 릴리스 포인트(투구시 손에서 볼을 놓는 지점)를 최대한 앞으로 끌고 와야 한다. 그래야 공에 체중을 실을 수 있고, 종속도 좋아진다.” 그러나 릴리스 포인트를 앞으로 끌고 온다는 건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테이크 백(투구 시 팔을 뒤로 빼는 동작)이 크기 때문이다. 테이크 백이 크면 정작 릴리스 포인트까지 가는 팔 스윙은 짧아질 수밖에 없다. 구속, 구위 모두 떨어지는 건 당연할 터. 반드시 기억할 건 테이크 백을 최대한 간결하게 해야 릴리스 포인트를 최대한 앞쪽으로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러분도 직접 해보세요. 테이크 백은 천천히, 짧게 하되 릴리스 포인트까지 가는 스윙은 빠르고 길게 해보십시오. 속구 구속이 예전보다 훨씬 빨라진 기분을 느끼실 겁니다. 2. 황두성만의 포심 패스트볼 그립, '검지와 중지를 붙여라'
검지와 중지를 붙인 포심 패스트볼 그립은 구속 향상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제구는 반대의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사진=스포츠춘추) | 우리는 흔히 ‘빠른 공’을 ‘직구’라고 합니다. 보기에 공이 일직선으로 날아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구속이 느린 체인지업도 직구처럼 공의 변화 없이 일직선으로 날아가곤 합니다. 그렇다고 체인지업을 직구로 부르는 이는 없지요.많은 야구전문가가 ‘직구’를 ‘속구, 패스트볼(Fast Ball)’로 부르는 이유를 이제는 이해하시리라 보는데요. 사실 '직구'는 포심 패스트볼(four seam Fast Ball)과 가장 가깝습니다. 4개의 실밥을 잡고 던지는 구종인 포심 패스트볼은 손가락으로 전체 실밥을 채기 때문에 스피드가 가장 많이 납니다. 투수 대부분은 포심 패스트볼 그립을 잡을 때 검지와 중지를 조금 벌이는데요. 하지만, 황두성은 검지와 중지를 붙인다고 하네요. 그래야 구속이 높아지고, 구위도 좋아진다고 하는데요. 여러분도 황두성의 포심 패스트볼 그립으로 투구를 해보시기 바랍니다. 단, 제구는 이전보다 다소 흔들릴 수 있습니다. 3. 하체의 리듬을 잡아라
마음 속으로 자기만의 리듬을 잡아라. 그래야 몸의 밸런스가 무너지지 않고, 위기 때도 흔들리지 않는다(사진=스포츠춘추) |
야구에서 ‘리듬(Rhythm)’은 무척 중요합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야구는 매일 같은 동작을 반복해야 하기에 늘 일정한 리듬을 유지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리듬이 흐트러지면 몸의 밸런스가 깨지고, 결국 폼이 무너집니다. 황두성은 “투구 시 마음속으로 ‘하나, 둘, 셋’ 혹은 ‘퀵, 슬로우, 퀵’하는 식으로 자신만의 리듬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그래야 늘 같은 투구폼을 유지할 수 있고, 늘 같은 투구폼이 유지돼야 속구를 던질 수 있기 때문이랍니다. 덧붙여 황두성은 “포수 미트까지 공을 던진다고 생각하지 말고, 공이 포수 미트를 통과한다는 생각으로 던지라”고 조언합니다. 무슨 말일까요. “포수 미트까지만 겨냥하고 던지는 것보다 포수 미트를 뚫고 공이 지나간다는 생각으로 던져야 종속이 좋은 투구를 할 수 있다”는 게 황두성의 설명입니다. 4. 구속 Up은 튜빙으로! 빠른 공을 던지려면 강한 팔이 필요합니다. 다행히 팔은 후천적인 노력과 훈련으로 강해질 수 있습니다. 잠시 팔 근육을 살펴보지요. 팔 근육은 어깨 부분에 있는 삼각근, 이른바 ‘알통’에 해당하는 상완이두근과 상완삼두근 그리고 팔꿈치 부분에 있는 팔뚝 굴근군과 팔뚝 신근군으로 형성돼 있습니다. 팔에는 많은 근육이 모여 있는 만큼 균형 있는 단련이 중요합니다. 팔을 단련하는 가장 쉽고도 효율적인 방법은 덤벨과 튜빙입니다. 그 가운데 ‘특수 고무줄을 당기어 근육을 단련하는 운동’인 튜빙은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할 수 있는 매우 간편한 트레이닝법입니다. 튜빙은 팔뚝을 단련함과 동시에 손목 힘까지 신장시켜 투구 시 공에 한층 더 강한 힘을 실을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팔꿈치 부상 방지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습니다. 시중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 가능한 튜빙밴드는 사회인야구선수에겐 필수품과도 같습니다. 황두성 선수로부터 바른 튜빙 운동법을 배워보겠습니다.
(1) 팔꿈치를 허벅지에 고정하고, 손목힘을 이용하여 튜빙밴드를 천천히 20~30회 정도 당겨준다. 모든 튜빙운동은 팔꿈치에 힘이 들어간다는 느낌으로 해야 한다.
(2) 손등이 하늘을 향하도록 튜빙밴드를 잡고 손목을 이용해 천천히 20~30회 정도 올려준다.
(3) 엄지와 집게손가락 안쪽 손바닥으로 튜빙밴드를 감싸고, 손등이 땅을 향한 상태에서 몸 안쪽으로 20~30회 틀어 당긴다. 힘이 좋은 이는 더해도 된다.
(4) 엄지와 집게손가락 안쪽 손바닥으로 튜빙밴드를 감싸고, 손등이 하늘을 향한 상태에서 몸 바깥쪽 20~30회 당긴다.
(5) 팔꿈치가 바깥쪽을 향하게 편 후 손목을 몸 바깥쪽으로 20~30회 올린다.
- 이렇게 5가지 튜빙밴드 훈련법이 1세트이다. 총 3세트를 꾸준히 훈련하면 좋은 운동 효과를 거둘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