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 남원읍에 위치한 시험림으로 예약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미리 예약해야만 탐방할 수 있다. 시험림 안에 사려니오름과 넓거리오름이 있다. 사려니오름 탐방을 위해서는 반드시 시험림 탐방을 예약해야만 하고, 5월에서 10월까지만 개방한다고 한다. 시험림 탐방은 해설사가 동행하는 시간(전체의 1/2정도, 1시간 30분)이 있느니만큼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해설을 들으며 탐방하면 좋을 것 같다. 나의 경우 미리 도착하여 넓거리오름을 다녀온 후 해설사와 동행하였다(넓거리오름은 해설사와 동행하는 코스에 포함되지 않는다). 한남시험림 지역은 연중 강우량이 3,000mm 정도나 되어 특히 이기류나 지의류 등의 생육이 왕성하고, 우리나라에 처음 삼나무를 들여와 조성된 삼나무 숲과, 1950년대 이전 제주 토착민들의 삶의 터전이기도 한 산전(화전) 흔적 등이 그대로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하다.
가만히 눈을 감기만 해도
기도 하는 것이다.
왼손으로 오른손을 감싸기만 해도
맞잡은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으기만 해도
말없이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주기만 해도
노을이 질 때 걸음을 멈추기만 해도
꽃 진 자리에서 지난 봄날을 떠올리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음식을 오래 씹기만 해도
촛불 한 자루 밝혀놓기만 해도
솔숲 지나는 바람소리에 귀 기울이기만 해도
갓난아기와 눈을 맞추기만 해도
섬과 섬 사이를 두 눈으로 이어 주기만 해도
그믐달의 어두운 부분을 바라보기만 해도
우리는 기도하는 것이다.
바다에 다 와 가는 저문 강의 발원지를 상상하기만 해도
별똥별의 앞쪽을 조금 더 주시하기만 해도
나는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만 해도
나의 죽음은 언제나 나의 삶과 동행하고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인정하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우러르며
숨을 천천히 들이마시기만 해도
탐방해설을 마친 후 해설사가 시 한 단락을 읽어주었다. 검색해보니 이문재 시인의 '오래된 기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