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0. 05.
바이에른 뮌헨이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와의 '데어 클라시커(Der Klassiker)'에서 토마스 뮐러와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의 멀티골에 힘입어 5-1 대승을 거두었다.
바이에른이 도르트문트마저 5-1로 대파하며 분데스리가 8전 전승 행진을 달렸다. 이와 함께 일찌감치 2위 도르트문트와의 승점 차를 7점으로 벌리는 데 성공한 바이에른이다.
더 놀라운 점은 바로 바이에른이 기존 펩 과르디올라의 짧은 패스 위주의 경기 플레이를 넘어 적극적으로 롱패스를 구사하며 다양한 방식의 축구를 펼쳤다는 데에 있다. 이것이 바로 도르트문트전 대승의 주요인으로 작용했다.
사실 전반만 하더라도 양팀은 팽팽한 경기 내용을 이어오고 있었다. 바이에른은 상대의 강도 높은 압박에 막혀 장기인 점유율 축구를 정상적으로 구사할 수 없었다. 반면 도르트문트는 특유의 빠른 속공을 바탕으로 바이에른을 괴롭히고 있었다.
실제 전반 20분경까지 양팀의 점유율은 50대50으로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바이에른은 분데스리가를 넘어 전유럽에서도 가장 높은 점유율을 자랑하는 팀이기에 비록 20분 남짓이었다고는 하지만 상당히 흔치 않은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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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바이에른은 상대의 허를 지르는 롱패스를 통해 흐름을 가져오는 데 성공했다. 23분경 수비수 제롬 보아텡의 롱패스를 받은 더글라스 코스타가 상대 수비수 소크라티스 파파스타토풀로스를 제치고 각도가 없는 곳에서 과감한 중거리 슈팅을 연결했으나 이는 상대 골키퍼 로만 뷔어키의 선방에 막혔다.
비록 무위로 그쳤으나 바이에른의 기습적인 롱패스는 도르트문트 수비진에 혼란을 가져오기에 충분했다. 펩 과르디올라의 팀은 '티키타카(Tiki-taka)'식의 축구를 주로 구사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티키타카는 짧고 빠른 원터치 패스로 주고 받는 것을 지칭한다.
바이에른 역시 물론 롱패스를 구사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짧은 패스가 주를 이루고 있다. 실제 바이에른의 이번 시즌 경기당 평균 짧은 패스 횟수는 무려 650회에 달한다. 반면 롱패스는 경기당 평균 59회가 전부이다. 전체 패스 중 롱패스 비율은 8%가 전부였다.
도르트문트전에 바이에른의 짧은 패스 횟수는 533회로 평균에 미달했다. 이에 반해 롱패스는 64회로 평소보다 많았다. 자연스럽게 전체 패스 중 롱패스 비율이 11%로 증가했다.
그 중심엔 바로 센터백 보아텡이 있었다. 바이에른은 도르트문트전에 다이아몬드 3-4-3으로 나섰다. 하비 마르티네스가 스리백의 중심에 위치하다보니 다비드 알라바와 보아텡이 평소보다 더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설 수 있었다. 실제 이 경기에서 보아텡은 팀내에서 가장 많은 92회의 볼 터치와 79회의 패스를 기록했다. 게다가 18회의 롱패스를 시도해 13회를 전방에 정확하게 연결하는 경이적인 롱패스 성공률을 자랑했다.
결국 선제골도 보아텡의 롱패스에 의해 이루어졌다. 25분경 보아텡의 롱패스를 토마스 뮐러가 상대 수비진의 오프사이드 트랩을 깨고 들어가서 영리한 볼 터치로 상대 골키퍼를 제친 후 논스톱 슈팅으로 첫 골을 기록했다.
기세가 오른 바이에른은 34분경 필립 람의 스루 패스를 페널티 박스 안에서 받은 티아구 알칸타라가 뒤늦게 커버를 들어온 헨리크 므키타리안을 제치면서 태클에 걸려 넘어졌고, 이렇게 얻은 페널티 킥 찬스를 뮐러가 차분하게 성공시키며 2-0으로 앞서나갔다.
도르트문트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간판 공격수 피에르-에메릭 오바메양의 빠른 발을 바탕으로 수비 라인을 높게 가져가는 바이에른의 뒷공간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결국 36분경 곤살로 카스트로의 수비 뒤로 돌아가는 땅볼 크로스를 오바메양이 빠른 속도로 쇄도해 들어가서 슬라이딩 슈팅으로 연결해 추격하는 골을 성공시켰다. 40분경에도 오바메양이 빠른 발로 측면을 파고 들어 날카로운 크로스를 시도했으나 이는 도르트문트 공격수 앞에서 바이에른 수비수 하비 마르티네스가 태클로 저지해 아쉽게도 골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바이에른은 또 다시 기습적인 롱패스로 점수 차를 2골로 벌리는 데 성공했다. 이번에도 롱패스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보아텡이었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보아텡이 연결한 60미터 롱패스를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가 상대 오프사이드 트랩을 깨고 들어가 환상적인 볼 터치로 전진해온 뷔어키 골키퍼를 제치고 가볍게 골을 넣었다. 마치 뮐러의 선제골을 다시 보기 하는 착각마저 들 정도였다.
바이에른은 이후 도르트문트 골문을 맹폭하기 시작했다. 결국 57분경 마리오 괴체의 환상적인 크로스를 레반도프스키가 논스톱 왼발 슈팅 골로 연결해 4-1로 승부에 쐐기를 박는 데 성공했다. 이어서 65분경 알칸타라가 페널티 박스 안으로 침투한 후 상대 수비수와 부딪친 상태에서 집중력 있게 뒤로 내주었고, 이를 괴체가 논스톱 슈팅으로 골을 추가하며 5-1 대승의 마침표를 찍었다.
이렇듯 바이에른은 다양한 방식으로 골을 넣으며 대항마 도르트문트마저 5-1로 완파했다. 실제 이 경기에서 바이에른은 4가지의 각기 다른 방식으로 골을 만들어냈다(롱패스 2골, 크로스 1골, 페널티 킥 1골, 중앙 문전 침투 1골). 레반도프스키와 뮐러가 위협적인 문전 침투를 연달아 시도했고, 괴체와 코스타가 양질의 크로스를 전방에 제공해주었다(크로스 횟수: 코스타 10회, 괴체 6회). 알칸타라도 람도 적극적으로 전진해 후방에서 공격을 지원사격해 주었다. 무엇보다도 보아텡의 롱패스가 도르트문트전 대승의 일등공신이었다.
이미 바이에른은 이번 시즌 초반 코스타와 괴체, 그리고 킹슬리 코망의 측면 공격을 적극 활용하며 공격 방식을 다변화하는 데 성공했다. 레반도프스키와 뮐러의 득점력이 이번 시즌 비약적으로 상승하게 된 원동력도 바로 측면 크로스에 기반한 것이었다. 이를 통해 바이엘 레버쿠젠전에 3-0 완승을 거두었고, 지난 시즌 분데스리가 준우승팀 볼프스부르크마저 도르트문트와 같은 5-1 스코어로 완파한 바이에른이었다.
실제 레반도프스키는 이번 시즌 득점령 상승 요인에 대해 "코스타와 코망 가세 덕에 크로스가 많아졌다. 당연히 뮐러와 내가 가까운 위치에서 뛸 수 있게 됐다. 뮐러가 처진 공격수처럼 뛰는 셈이다. 자연스럽게 페널티 박스 안에서의 기회도 늘어났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보아텡의 롱패스까지 가세하면서 바이에른은 한층 다양한 공격을 구사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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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오랜 기간 바이에른의 자랑이었던 아르옌 로벤과 프랑크 리베리마저 부상에서 복귀한다면 바이에른의 공격 가짓 수는 한층 더 다양해질 것이다. 특히 로벤의 전매특허와도 같은 측면에서 중앙으로 파고 들어서 때리는 왼발 슈팅은 상대 팀들이 알고도 막기 힘든 전가의 보도이다.
도르트문트전 승리 덕에 바이에른은 개막 후 8전 전승 행진을 달렸다. 분데스리가 역사상 개막 후 8라운드 기준으로 8전 전승을 올린 건 2012/13 시즌의 바이에른이 유일했다. 이제 9라운드 마인츠전에서도 승리한다면 바이에른은 전인미답의 분데스리가 개막 후 9전 전승 고지에 올라서게 된다.
한편 레반도프스키는 이 경기에서도 멀티 골을 넣으며 분데스리가 3경기 연속 멀티 골(볼프스부르크전 5골, 마인츠전 2골, 도르트문트전 2골)과 함께 분데스리가 3경기 역대 최다 골(9골)을 기록했다. 또한 크리스티안 뮐러(1964/65)와 게르트 뮐러(1968/69)에 이어 8라운드 기준 분데스리가 최다 골 타이(12골)를 기록하는 데 성공했다. 레반도프스키는 주중 챔피언스 리그에서도 해트트릭을 성공시키며 최근 공식 대회 4경기에서 무려 12골을 몰아넣고 있다.
김현민 기자
자료출처 : 골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