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물가가 비싼 것은 모두 알고있는 사실인데 EU통합 자동차보험 그린카드 비용도 무척 비싸다. 그래서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온라인으로 라트비아 보험회사에서 그린카드를 발급받는다.그런데 핀란드 국경에서는 그린카드를 원본이 아니면 인정하지 않고 다시 한 달 보험을 강제로 가입하게 한다는, 먼저 헬싱키로 넘어간 분의 사례를 들었다. 우리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에스토니아 탈린으로 돌아 페리를 이용해 헬싱키로 가기로 했다.
에스토니아 국경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국경이라는 별명이 붙은 나르바이다. 작은 강 양편에 높다란 성벽이 마주보고 있으나 세월과 함께 늙어 하나도 위협적이지 않고 오히려 아름다움을 더하는 정말 별명이 어울리는 국경이었다. 에스토니아 국경에는 EU경찰도 나와 에스토니아로 입국하는 사람들을 함께 관리하고 있다.
이튿날 수도 탈린으로 이동해서 탈린 구시가지를 돌아보았다.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고딕양식 건물인 시청을 중심으로 건물벽에 건축연도가 적힌 오래되고 멋스러운 건물들이 시간을 거스르는 골목들을 이루고 있었다. 건물마다 세월이 녹아있다는 자부심이 느껴졌다.
탈린에서 헬싱키는 페리로 두 시간이면 갈 수 있다. 그래서 북유럽으로 들어가거나 북유럽에서 나오는 여행객들이 많이 이용하고 있다.
탈린을 돌아본 후 바닷가 레스토랑 주차장에 허락을 받고 쉬고 있을 때 카롤라의 캠핑밴이 우리 차 곁에 주차했다. 인사를 나누다 우리 차에 초대해서 커피와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카롤라는 휴가를 받아 혼자 북유럽을 여행하고 발트3국을 지나 다시 독일로 돌아갈 60세 독일인이다. 카롤라는 해마다 4주씩 세차레 휴가를 이용하여 알프스를 걸어서 넘기도 했고 유럽은 물론 캄차카 반도 등 여러 곳을 여행했다고 했다. 카롤라의 차는 밴을 혼자 여행하기 편리한 다양하게 공간을 활용할 수 있게 변형시켜 캠핑카로 개조한 차였다. 앞으로 파타고니아가 가장 가고싶은 나라이고 남아메리카도 차로 여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함박웃음을 짓는 카롤라는 청춘은 나이가 아니라는 점을 다시 상기시킨다.
우리가 여행하며 유럽인들이 많이 부러운 점 중 하나는 자유로이 국경을 넘나들 수 있다는 점이다. 에스토니아 국경 통과 이후에는 핀란드를 거쳐 현재 노르웨이에 왔지만 국경을 넘는다는 상징성만 있지 검문이나 여권을 제시하는 등 어떤 절차도 없이 나라와 나라를 자유로이 넘어다니고 있다. 비행기나 배를 이용하지 않고는, 큰맘먹고 단단히 준비하지 않고는 다른 나라로 가기 힘든 섬과 같은 나라에 살고 있는, 그래서 젊은이들의 꿈조차 좁아지는 우리나라와는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다.
핀란드 여행도중 액션캠이 망가졌다. 서비스센터가 독일에 있어 수리 후 카롤라의 집으로 배송시길테니 우리가 독일 갈 때까지 맡아줄 수 있냐는 부탁을 흔쾌히 들어주었다. 덕분에 내년 봄 다시 카롤라를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서로 같은 곳을 반대 순서로 여행한 이야기를 신나게 나눌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