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해가는 남편 김규련
팬데믹 으로 방콕만 하다가 한국여행을 계획했다. 남편은 매사에 소극적이고 걱정을 먼저 하는 성격이라서 내가 비행기표사는 것으로부터 여행지까지 여행의 모든 일을 계획했다. 따라는 오니 다행이다. 한국에 도착해서 3주 만 지나면 미국에 돌아가자고 조르기 시작 하던 그가 이번엔 달랐다. 가던 날부터 친구들이 여기서 오라 저기서 오라 성화였다. 결국 친구 S가 벤츠를 몰고 새벽녘부터 우리를 데리러 왔다. 못이기는 척 하고 3박4일의 여정을 시작 했다. 처음엔 원주에서 친구 3명이 부부 동반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한 친구는 50여년 만에 만났다. 모두 ROTC를 해서 죽음을 같이하고 훈련을 받아서 우정이 남다르단다. 그 당시 월남 파병이 있어서 같이 전쟁 갔던 얘기도 끝이 없다. 봄비를 맞으며 속초로 이동 하면서 5명의 부부동반 친구가 저녁을 함께 하러 서울서 온단다.
오후 5시부터 남자들은 50년 세월의 얘기꽃을 피우기 시작 했다. 여자들도 처음 만났지만 어색 하지 않고 오래 알아왔던 사람 인 양 웃고 부엌일 하는 것을 서로서로 도왔다. 남편은 8명중에 키는 보통이다. 중간에 앉아서 보니 머리는 제일 없지만 자세가 반 듯 하다. 오랜 요가생활로 체력은 친구보다 나아 보였다. 나 하고 있음 농담도 잘하고 말도 잘 하는데 8명중에서 제일 조용하다. 그러고 보니 내가 처음 대학 시절 만났을 때도 그랬다. 친구들과 여럿이 만난 적이 있었는데 그중에서 제일 조용했다. 그게 나에게는 매력적이었다. 내가 나중에 물어 보니 자기를 위 해 모였는데 본인이 설치는 건 예의가 아니라서 가만히 있었다고 했다. 그런 그를 나는 엉뚱한 배려심이 라고 생각했다.
그날 저녁은 모두 돌아가면서 노래를 한번 씩 불러야 했다. 가라오케도 없는 방에서 곡조도 가사도 모르는 노래를 불면서 흥을 돋웠다. 남편은 선구자를 불렀는데 그의 18번이라서 끝까지 잘 불러 주었다. 친구들은 서로 헤어지기 싫다고 속초에 있는 3집에 삼삼오오 짝지어서 자기로 했다. 나이를 먹으니 친구가 제일 좋다고 서로 어깨동무 하며 허깅 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새삼 미국 이민 갔던 게 후회기 되었다. 이 장면을 오래 기억 하고 싶었다. 어릴 적 친구 이것은 얼마나 정 깊은 단어 인가. 이민 생활에 쪼들려 이런 우정을 다 잊고 살았구나. 새삼 지나간 시간이 아깝다.
다음날아침 속초 바닷가에 가서 조깅을 하고 왔다. 강원도의 바다는 흩어져 있는 그대로가 멋있는 바위, 속이 말갛게 들여다보이는 파란물이 우리 동네 바다와 비교가 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또 한명의 친구가 아침에 오기를 기다렸다. 그 친구가 나와 남편을 소개 해줬다. 3년 전에 식도암으로 고생을 했는데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고 한다. 대장암을 앓았던 남편은 그 친구가 회복이 잘 되어 간다고 하니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라고 기뻐한다. 우리들 나이가 내일을 추측 할 수 없다고 이구동성으로 입을 맞춘다. 오늘 하루하루를 내일이 없는 양 살자고 한다.
남편은 오래 잊었던 자아를 다시 찾은 것 같았다. 미국에 돌아가자고 애기마냥 칭얼대던 때와 비교가 안 되는 한국 여행이었다. 5월의 산천초목이 우거지고 가는 곳 마다 깨끗하고 음식이 풍부한 나라, 한국이란 내 나라에서 한번 다시 살고 싶은 충동이 났던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