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코스를 걷기 위해 용수포구로 향한다.
포구에 정박해 있는 배들과 요트, 차귀도와 수월봉이 맞이해 준다.
얼마전 12코스를 걸었던 터라 시작점의 풍경이 익숙하고 반갑다.
걷자 마자 만나는 커다란 팽나무, 연두빛 초록이 차츰 진해지고 잎사귀들도 제 모양을 찾아가고 있다. 이리저리 얽히고 설키며 뻗어나간 가지가 재미있다.
용수리 마을 골목길을 돌다 도로를 따라 걷는다.
용수교차로를 건너 걷다 보면 작은 교회가 나타난다.
세상에서 제일 작은 순례자의 교회다.
좁은문을 지나 예배당을 바라본다.
예수님의 정의와 사랑이 이 땅 위에서 실현되기를..
용수저수지로 가는 길이 공사로 바뀌었다.
저수지 둑길따라 걷는 재미가 있었는데 아쉽다.
저수지가 제법 호수처럼 아늑한 풍경이다.
농로를 따라 걷는데 키작은 비닐하우스가 자주 눈에 뜨인다.
손바닥만한 크기의 작물이 심어져 있는데 뭘까 궁금해진다.
길이 단조롭다.
아스팔트와 시멘트로 만들어진 길은 흙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한다.
발바닥이 뜨거워진다. 볕도 따갑다. 하늘마저 도와주지 않는다.
제주는 편리하게 농산물을 실어나르기 위함인지 밭 코앞까지 온통 시멘트로 포장해 놓았다.
수확이 끝난 양파밭에 남아있는 양파들은 썩어가기전 진한 양파냄새를 풍긴다.
푸릇푸릇 싱싱하게 자라는 마늘밭에서도 마늘향이 강하게 풍겨온다.
수확하지 않은 양배추에선 노란 꽃이 피어나 있다. 이곳도 곧 갈아 엎을 것 같다.
트럭을 몰고 온 농부님이 보인다.
비닐하우스 작물이 뭐냐 물었더니 단호박이란다.
어느만큼 자라나면 비닐을 뜯어줘야 한다고.
그래야 덩굴들이 길어나고 단호박이 열린다고.
8월에 수확을 하고 겨울작물인 콜라비를 심는단다.
농부님들의 수고에 단호박 만큼이나 달디 단 열매가 맺히기를~
더위에 지쳐갈 무렵 연못 옆 쉼터가 보인다.
선녀가 목욕하고 날아간 곳 <선세비>란다.
선녀대신 황새 한 마리가 먹이를 찾고 있다.
가까이 쾌적한 상태의 화장실도 있다.
우리나라 참 좋은 나라, 산티아고 길 화장실이 없어 무척이나 난처했던 상황이 되살아 난다.
우와, 흙길이다.
제주올레가 새롭게 길을 내며 <고목숲길>이라 이름 지어준 곳이다.
마치 꽃처럼 빨간 잎이 돋아나는 나무가 줄지어 보인다.
검색을 해보니 예덕나무이다. 한방의 원료로 쓰인다고 한다.
모처럼 곶자왈을 걷는 것처럼 시원스런 그늘을 걷는다.
고사리 숲길도 만난다.
고사리 채취하기 딱 좋은 계절 4월, 사람들의 손길이 잦아지겠구나.
작은 터널을 만들어 주는 대나무들도 보인다.
창고를 개조해 만든 카페다.
마침 차 한 잔 하고 싶었는데 맞춤하게 나타나준 고마운 카페 July & August.
창밖으로 보리밭이 펼쳐지고 다른 한 편으론 커다란 나무랑 길이 보인다.
카페라떼와 딸기라떼의 맛도 환상이다. 젊은 친구들이 운영하고 있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길이라 걱정스럽긴 하지만 이 정도의 풍경과 맛이라면 머잖아 핫플이 될런지도 ~
낙천의자마을이다.
예전과 살짝 달라진 길.
전망대를 옆으로 끼고 잣길로 이어진다.
전망대 오르는 엘레베이터가 있지만 무용지물.
관리가 부실한지 여기저기 녹슬어 있다.
인상깊게 만났던 마을이었는데 제대로 가꾸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
잣길을 걷는다.
잣길의 잣은 자갈을 의미한다.
화산폭발로 흘러내린 돌무더기를 농토로 조성하는 과정에서 잣길이 만들어졌단다.
이 길을 걷기 위해선 등산화가 필수다.
자칫 잘못하다간 발목을 삐게되는 불상사가 생겨날 수도 있을 것 같다.
간혹 구름낀 하늘이 도와주기도 하지만 따가운 볕이 지속되는 더운 날이다.
바람마저 놀리듯 불어준다.
걷기 편하라고 신축성 좋은 바지를 입었는데 딱 달라 붙어 족쇄처럼 느껴진다.
6일째 접어드는 여행의 피로감도 한몫하고 있다.
결국 동림원을 벗어나 저지오름을 향하는 길, 4킬로 남짓 남은 길에서 항복하고 말았다.
오늘은 여기까지ㅠㅠ
이미 걸어봤던 길이니까 무리하지 말자며 속상해 하는 나를 위로하는 남편.
그래 남은 길은 다음에 한 번 더 기회를 줘야지.
그래도 아쉬운 건 명백한 사실이다. 흑흑
첫댓글 중간 쯤의 사진에 옆모습 보이는 남자가 남편인가 봐요. 팔팔해 보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