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춘壽春의 명품』7 – 명동 닭갈비 골목
오래된 춘천의 명품을 들자면 춘천의 닭갈비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춘천 지역 여러 상권에 분포한 여러 닭갈비 가게 중 역사로 따지자면 단연 명동 닭갈비골목을 빼고는 생각하기 어려울 것이다. 춘천학 연구소에서 펴낸 춘천 닭갈비의 이야기를 허준구 박사의 기고글로 대신하고자 한다. 이 내용은 춘천문화원에서 펴낸 단행본의 책자도 있으며 아래 글은 MS투데이지에 기고한 글이다.
[기록과 증언으로 보는 춘천이야기] 닭갈비와 춘천
① 닭 음식문화와 춘천닭갈비 탄생
닭은 예로부터 다섯 가지 덕목을 갖춘 동물이자, 현재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두수를 사육하는 가금류다. 닭은 우리 풍속과 민속놀이, 설화와 지명에 수없이 등장하며 2000년 이상을 다양한 요리법으로 인류 음식문화의 주류를 차지하고 있다.
옛 문헌 기록에 따르면 고려 시대 이래로, 닭은 서민의 가정 마당에서 키우기에 크기도 적당하고 알도 낳으며 두 달여 만에 먹음직한 연계(軟鷄)로 자라기 때문에, 50년 전인 1970년대까지도 농촌은 물론 도심 가정에서도 닭을 기르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이는 닭이 보양식으로부터 대중 요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변화하며 우리의 음식문화와 밀접하게 관계하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옛날 농경사회로부터 현재까지 닭고기와 견줄만한 음식은 많지 않다. 시절에 따라 살펴보면, 설날에 떡국 국물을 만드는 주재료로 꿩고기가 최고지만 서민과는 거리가 멀었던 꿩 대신 닭을 이용해서 떡국 국물을 만들었다. 이런 연유로 ‘꿩 대신 닭’이란 속담이 생겼다(출처 「조선상식」). 한여름 삼복의 복달임 음식으로 백숙 일종인 연계탕과 닭개장 종류인 연계국이 있었고(출처 「승정원일기」) 잔치 음식으로 연계찜이 있었다(출처 「별건곤」). 추석에 사대부는 손님 대접으로 기장으로 만든 백주와 황계(누런 닭) 요리를 최고로 쳤다고 한다(출처 「동국세시기」).
근현대에 이르러 닭의 생산량이 증가하며 1920년대에 삼계탕(처음 이름은 계삼탕)이 처음 등장했고 1960년대에는 서구화로 인해 전통 보양식 개념을 계승하면서도 통닭(서양식 이름 치킨)이 탄생하며 큰 전환을 이루었다. 반면 1950년대 후반 춘천에서는 양념 숯불구이 방식의 ‘닭불고기(속칭 닭갈비)’가 처음으로 등장했다.
춘천 닭갈비는 처음에 대폿집의 술안주로 시작됐다. 신문 기사에 따르면 1958년 10월 강원은행 본점 자리에 김영석 씨가 ‘닭불고기집’이란 상호를 걸고 숯불에 닭고기를 구워 술안주로 판 것이 닭갈비의 효시다(강원일보·김길소 1970.10.10.). 이후 1960년대 중후반 저렴한 가격에 힘입어 닭갈비를 파는 점포가 하나둘 생겨나기 시작해 1970년에는 가게가 100여 개에 이르렀고, 하루에 닭 950여 마리를 팔았다고 한다. 이는 당시 12만 춘천시민이 연 3마리의 ‘닭불고기’를 먹은 셈이다.
춘천시는 2003년 10월 27일 ‘춘천닭갈비 명품화 적극 추진에 대한 시장 특별지시’를 공고하고 2004년 4월 15일에 “1959년 지금의 중앙로 2가 18번지에서 판자로 지은 조그만 장소(숯불 돼지고기 가게)에서 <중략> 영업을 하던 김영석 씨가 1960년 어느 날, 돼지고기 구하기가 어려워 닭 2마리를 사 가지고 와서 토막 내어 <중략> 닭을 돼지갈비처럼 바려서 닭갈비를 만들었으며, 이것을 양념하여 12시간 재워서 팔기 시작한 것이 <중략> 유래로 조사”(강원도사회문화연구소 용역보고서 인용)되었다고 발표하였다. 이로써 1970년 기사와 다르게 닭갈비 유래와 가게 위치, 판매 시기 모두가 뒤바뀌는 결과를 낳았다.(이는 2004년 유래 조사 보고 당시 기사를 확인하지 못해 생긴 듯하다.)
② 춘천닭갈비의 변천
닭갈비의 변천은 대체로 조리법과 조리도구의 다양화, 소비양상의 변화와 대응, 닭갈비 골목의 형성과 확장 등을 살펴보았을 때 그 변천과 변화 양상을 잘 이해할 수 있다. 닭갈비 요리의 사용 연료가 숯불에서 연탄으로 바뀌었다가 가스로 바뀌었고 조리 기구가 석쇠에서 철판으로 바뀐 점은 닭갈비 변천에 있어 주요한 변곡점이다. 1970년대 초 시내에 석쇠에 굽는 ‘닭불고기(속칭 닭갈비)’ 취급 업소는 낙원동 1곳과 그 주변에 포장마차 몇몇이 있었고, 철판 ‘닭갈비’ 업소는 육림고개 근처에 3~4곳, 명동 골목에 1~2곳을 넘지 않았다.
조리 기구가 석쇠에서 철판으로 전환한 시기는 1960년대 말에서 1970년대 초로 파악된다. 닭갈비에 처음 사용한 닭은 노계(老鷄)-이후 육계(肉鷄)로 전환-이거나 알을 낳지 못하는 폐계(廢鷄)였고, 포를 떠서 양념에 재워두었다가 추가 양념과 양배추, 배추, 고구마, 우동 사리 등과 함께 조리하며 철판볶음 요리로 자연스레 옮겨갔다.
철판 닭갈비 조리법에 있어 우동 사리의 등장은 닭갈비 변천에 있어 중요하다. 우동 사리는 닭갈비와 함께 조리하기도 하고 닭갈비를 먹고 난 이후에 밥과 함께 볶기도 한다. 우동 사리는 요선동 소재의 ‘요선제면’에서 닭갈비 가게들의 요구로 개발하여 명동의 몇몇 닭갈비 가게에만 지금껏 제공하고 있다. 1960년대 문을 연 요선제면은 우동 사리 제조 방법을 아직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닭갈비 우동 사리에 있어서 독보적이라 할 수 있다. 우동 사리에 밥이 추가되면서 닭갈비에 탄수화물이 크게 보강되었고 배까지 든든하게 채워주는 한 끼 식사로서의 완성에 일등 공신이 되었다.
가스 연료를 사용하면서 등장한 둥근 주물 철판은 1㎝ 두께로 닭갈비나 그 양념이 눌어붙는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둥글게 제작돼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이 둘러앉을 수 있게 됐다. 둥근 모양 -초창기 드럼통을 개조한 닭갈비 화덕 또한 원통-은 모두가 평등하다는 원탁을 상기시켰고 이로써 이전보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 소통하는 문화구조를 만들어냈다. 이로써 수직적 사회문화의 층위를 수평적 층위로 전환하는 것에 일정 기여가 있었다.
[기록과 증언으로 보는 춘천이야기] 춘천닭갈비와 춘천
③춘천닭갈비의 현재와 미래
춘천닭갈비는 1980년대 중반부터 신문이나 여행안내 서적, TV 등 언론매체에 등장하면서 춘천의 대표 향토 음식으로 인식돼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주말이면 주민과 관광객으로 문전성시를 이루었고, 아시안게임(1986년)과 서울올림픽(1988년)을 치르며 행한 조사연구를 통해 막국수 가게 4곳과 명동 골목 닭갈비가게 4곳이 향토음식점으로 지정됐다.
2000년대에는 외국 관광객에게까지 인기를 얻었다. 2002년 1월 배용준, 최지우 주연의 춘천 배경 드라마 ‘겨울연가’가 20회 방영되고, 2003년 4월 일본 NHK에서 ‘겨울소나타(겨울연가의 일본어 제목)’로 방영되면서 폭발적 반응을 일으켰다. 명동 거리는 관광객으로 넘쳐났고 닭갈비골목도 손님으로 가득했다. 당시 한번에 2000명 이상의 일본 관광객이 명동 거리와 닭갈비 골목을 메울 정도였다. 1999년 일본 도쿄에 ‘춘천 닥가루비’라는 닭갈빗집이 생긴 이후 2001년 오사카와 나고야, 교토 등 일본 내에 13개의 지점이 형성돼 성업(중앙일보 2001. 6. 27.)하는 등 춘천닭갈비의 인기가 뜨거웠다.
2009년 서울춘천고속도로 개통을 시작으로 2010년 경춘선 복선 전철, 2012년 ITX-청춘 열차가 연결되면서 춘천과 수도권의 접근성이 크게 개선됐다. 겨울연가 이후 다소 주춤했던 관광객은 다시 급증했다. 여기에 2009년 명동 닭갈비골목에 조형물을 설치하고, 정비하는 등 홍보가 더해졌다.
1995년 1월 춘천시와 춘천군이 행정구역을 통합하면서 신북읍 소양강댐 상권이 춘천으로 편입, 춘천닭갈비 영토가 확장됐다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소양강댐 건설이 한창이던 1960년대 중반 유포리막국수, 1970년 초 샘밭막국수가 문을 열며 상권의 터전을 닦았다. 2000년대 초반에 들어서며 몇몇 유명 닭갈비가게 분점이 이곳에 들어섰고 강산숯불닭갈비, 통나무집닭갈비 등이 개업하면서 ‘소양강댐 막국수 닭갈비 거리’가 형성됐다. 최근에는 소양강과 북한강지역에 신흥 카페들이 개업하면서 소셜미디어(SNS)를 타고 핫플레이스로 자리 잡고 있다.
춘천닭갈비는 전국을 대표하는 향토 음식으로 명성을 얻고 있으며, 미국 CNN방송에서 선정한 ‘한국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 10가지’ 중에 하나로 당당히 성장했다. 여기에 춘천시는 매년 닭갈비와 막국수 축제를 후원하고 있다. 춘천막국수축제와 춘천닭갈비축제는 2008년 통합 운영, 현재 춘천막국수닭갈비축제로 16회를 맞으며 춘천 대표 향토 음식 축제로 성장했다. 막국수닭갈비축제가 미래 한국을 대표할 음식축제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축제의 정체성 확립, 다양한 콘텐츠 개발, 현장 판매 중심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음식문화로 전환, 음식을 콘텐츠로 하는 대표(킬러) 프로그램 개발, 지역산업화에 기여 등의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출처 : MS투데이 (https://www.mstoday.co.kr)
■허준구 필진 소개
-춘천문화원 춘천학연구소 소장
-춘천시 문화도시 정책위원회 위원
닭갈비가 좋아요 喜歡鐵板雞
성사星瀉 김광수
닭갈비의 명성은 천국으로 퍼지고
뛰어난 그 맛에 손님들 놀라네
길거리 거리마다 자랑이 자자하니
식당과 까페는 영업이 잘되는구나..
사람들이 가는 곳 마다 식도락을 즐기니
사람들의 말끝마다 웃는 얼굴이 밝은데
소양강 푸른 물결은 언제나 봄이요
꽃피는 춘천은 언제나 불야성이로구나.
鷄肋高名率土行, 增光逸味找賓驚. 계륵고명솔초행 증광일미조빈경
大街小巷千誇遝, 酒店咖啡萬斛幷. 대가소항천과답 주점가배만곡병
到處女南娛食道, 吐言老少讚聲明. 도처여남오식도 토언노소찬성명
昭陽碧浪常春色, 貊邑開花不夜城. 소양벽랑상춘색 맥읍개화불야성
춘천 닭갈비 春川炒鷄肋
우봉愚峰김인환
향기로운 맛 닭고기 술 밥상
춘천 전통 음식으로 그 명성 빛나니
세계 여행객들, 이 음식을 좋아해
우리 시 자랑거리 서로 도와 더 잘 키우세.
香味鷄腖酒飯床, 壽春傳統譽聲光. 향미계동주반상 수춘전통예성광
萬邦遊客嗜玆饌, 吾市誇源相合張. 만방유객기자찬 오시과원상합장
춘천 닭갈비 골목 春川鷄肋巷
우천于泉 김재경
학교 다닐 때 친구들과 자주 갔었는데
지금도 좋은 먹거리로 알려지니 감탄하네.
몰래 마시던 한잔 술 늘 생각나니
옛친구 불러내어 청춘으로 돌아가야지.
學窓佳節往來頻, 感歎今時認饌珍. 학창가절왕래빈 감탄금시인찬진
村酒陰柔常想憶, 招邀舊友返靑春. 촌주음유상상억 초요구우반청춘
춘천 닭갈비 春川鷄肋
윤향侖香 김분호
(埇明洞)명동골목
춘천 닭갈비 원조
전국에 명성을 얻어서
미식 인파 모여드니
새 명동 여행객의 정이라?
春川鷄肋祖, 全國得名聲. 춘천계륵조 전국득명성
美食人波集, 新明洞客情. 미식인파집 신명동객정
춘천 닭갈비 골목 春川鷄肋巷
지석芝石 손호정
닭갈비 춘천 명동 석쇠판 굽는 향기
뒷골목 이름 나고 세계인 모은다네
양배추 버무린 장맛 어디에 또 있으랴
鷄肋壽春洞, 煨烟鐵板香. 계륵수춘동 외연철판향
有名前後巷, 世界往來堂. 유명전후항 세계왕래당
混醬洋蔬味, 何存幾處鄕. 혼장양소미 하존기처향
춘천 닭갈비 春川鷄排骨
춘헌春軒신재황
전국을 대표하는 향토음식
명동 뒷골목 닭갈비
서민의 술안주로 단골손님
눈 비 오는 날 퇴근길 골목길을 누볐지.
全國有名鄕土饌, 胡同明洞烤鷄排. 전국유명향토찬 호동명동고계배
庶民酒菜回頭客, 雨雪歸家逛巷街. 서민주채회두객 우설귀가광항가
닭갈비 골목 鷄肋巷
시백時伯安淙重
닭갈비 촌 중앙로에 모여있는데
담백한 술안주 많은 이들 좋아한다네
명동길 모퉁이는 이름난 골목이라
밤이되면 삼상오오 찾아오게 한다네.
集村鷄肋店中央, 淡泊餐肴喜庶郞. 집촌계륵점중앙 담박찬효희서랑
明洞途隅名赫巷, 夜時三五欲尋行. 명동도우명혁항 야시삼오욕심행
춘천 닭갈비 春川炒鷄肋
순우洵佑 안치정
갈비 맛은 최고이니
사람들 매일 보러오네.
먹어보면 즐거워 웃음 절로
먹고 싶어 다시 찾아오네
最高鷄肋味, 每日客觀光. 최고계륵미 매일개관광
若試嘗其笑, 欲貪再訪堂. 약시상기소 욕탐재방당
춘천 닭갈비 春川鷄肋
신해信海 유진형
닭갈비가 명성을 갖고
막국수가 동료를 얻네
명동 거리가 본부를 이루고
전국이 수요를 보이네
鷄肋持名響, 麵將獲好僚. 계륵지명향 면장획호료
明街成本部, 全國示需要. 명가성본부 전국시수요
춘천 닭갈비를 찬미하며 讚美春川鷄肋
덕숭德崇 이민식
술안주에 적당한 음식이로구나
처음 맛 본 닭갈비의 맛이 으뜸일세
불판위의 야채와 뒤섞여 유혹하는데
모두의 마음은 어깨춤에 여유롭구나.
酒饌相宜飮食於, 初嚌鷄肋味元如. 주찬상의음식어 초제계륵미원여
板爐野菜交融惑, 肩舞諸心最富餘. 반로야채교융혹 견무제심최부여
계륵, 양수가 통탄하다 見鷄肋楊脩嘆
팔봉八峰 이상석
철판 위 노릇노릇한 푸짐한 안주에
주당들 권커니 잣거니 잔 자주 비워
불콰한 얼굴, 고운 노을 분간 어려운데
구천에서 재사 양수, 내려다보며 통탄하겠네!
板上被炒肴滿豊, 酒仙授受擧杯空. 판상피초효만풍 주선수수거배공
紅顔夕麗難分境, 瞰下黃泉痛嘆痌. 홍안석려난분경 감하황천통탄통
명동닭갈비 골목 明洞鷄肋酒店
송천松泉 허은봉
중앙동 명동거리는 만인의 장소이니
닭갈비명가들은 뒤골목에모여있네
전철의 교통으로 오고가기 편안하니
전국에서 오신손님 닭갈비맛 찬양하네
中央明洞萬人場, 鷄肋名家集後方. 중앙명동만인장 계륵명가집후방
電轍交通來徃便, 京鄕會客味高揚. 전철교통래왕편 경향회객미고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