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2.01
#공연후기 뮤지컬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장소: JTN 아트홀 1관 ◈시간: 14:00 – 15:30 (130분, No intermission) ◈제작: 하마 컴퍼니 ◈원작: 김목경 원곡 ◈장르: 뮤지컬 ◈캐릭터/캐스트: 김정희역(구옥분), 한태수역(홍경인), 한지민역(최하선), 한지훈역(손영우), 멀티역(정의혁)
◈감상: 2월 초하루 토요일 4호선 혜화역을 나와 뮤지컬 공연 티켓 수령을 위해 13:00까지 걷는 이화장 거리는 사람들로 붐비고 응달의 잔설을 참을 수 없는 듯 햇볕이 따사롭게 비추었다. 통로로 배정받은 앞자리에 앉아 무대를 바라본다. 무대는 이 층으로 구성. 1층은 거실을 중심으로 방과 부엌이 만나는 공간. 이 층은 왼쪽에 공부방을 혹은 뉴스 스탠드로 사용할 요량으로 꾸몄고 오른쪽은 벤치와 길을 형상화한 공간을 만들었다. 1층과 2층의 건물 양 끝단은 계단을 설치하여 배우들이 유기적으로 공간을 순환하며 움직일 수 있게 만들었다. 조명도 좋았다. 장면이 바뀔 때 극장 안을 고의로 짧은 암흑의 시간을 만들곤 했다. 홍보 글에서 “눈물을 닦는 시간을 배려”한 것이라는 설명이 떠올라 절로 미소를 지었다. 서커스공연처럼 멀티 역의 배우가 등장, 유머와 재치로 관객을 사로잡는 입담을 펼쳤다. 덤블링 재주까지 선보이며 흥미를 자아냈다. “이번 뮤지컬은 산뜻하고 가벼운 내용입니다만 나중에는 눈시울이 붉어질 수 있다는 촌평과 함께 공연을 관람하시라고 말하며 (냄비를 든 곱슬머리 여인이) 무대에서 총총히 사라진다. 이른 아침부터 하루를 시작한 나른함이 멀티와 함께 저만치 사라져갔다.
줄거리는 이렇다. 시간적 배경은 한보철강 부도, IMF, 대입 수능 등 60대 부부라면 누구나 겪었을 듯한 사정으로 그들의 청춘부터 자녀의 결혼까지의 기간을 담고 있다. 그 속에서 피어나는 애환 – 젊은 남녀의 사랑, 행복한 가정에의 꿈, IMF로 찾아온 좌절, 수험생을 둔 부모들 심정, 자녀와의 갈등, 직장에서 승진 등 –을 파노라마처럼 그리고 있다. 그때는 그랬지 하며 고개를 끄덕일 에피소드들이다. 멀티 역의 배우가 감초 역할로 등장하여 극의 무료함을 벗어나게 한다. 극의 절정은 행복의 꿈이 실현되었다고 하는 순간에 갑자기 밀어닥친 재난과 사고로부터 시작된다. 사랑하는 딸을 시집보내고 아쉬움에 젖은 태수. 집에 돌아온 정희는 신부 측 하객이 적었던 점을 태수의 불민한 탓으로 하고 엉겁결에 태수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렸다. 그것은 IMF 때 가정을 경제적으로 곤궁에 빠트린 보증사건이다. 이것이 마침내 화근이 되었다. <말>은 참 어려운 것이다. 복을 불러오기도 하지만 화를 자초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현대의 무서운 질병 중 하나인 치매를 극적으로 다루는 점도 재미를 가중했다. 태수가 치매에 걸린 것인지, 아니면 아내가 걸린 것인지 나중에 알게 된다. 딸과 아들이 부모를 요양원에 보내는 문제에 대한 격론도 현실을 그대로 비추고 있다.
아내가 남편을 먼저 보내고 간직한 15년의 세월. 차마 보내지 못했던 그간의 사정이 연출되는 대목들에서 터져 나오는 배우들의 대사 한 마디, 가사 한 곡조는 객석의 눈가를 촉촉이 적신다.
눈이 내리고 마침내 남편, 태수를 떠나보내는 아내, 정희의 간절한 목소리. ”여보, 안녕히 잘 가시게“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를 합창하는 배우들과 조용히 따라부르는 관객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매달려있다. 뮤지컬을 기획, 제작하신 분들과 열연하신 배우들께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
첫댓글
선배님 배우같으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