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고 더운 날 홈런이 많은 까닭은? 4월! 드디어 밀레니엄 프로야구 개막전이 열렸다. 진정한 야구팬이라면 TV중계보다는 야구경기장에 직접 가서 생생한 현장감을 즐긴다. 직접 관람 중인 경기에서 안타나 멋진 홈런이 나온다면 그 것처럼 즐거운 일이 없다.
장타가 나오려면 일단 타자의 타력기술뿐만 아니라 그 날의 날씨와 기온도 중요하다. 우선 야구공이 방망이 타격에 의해 밖으로 뻗어갈 때 공기와의 마찰은 공의 비행거리에 많은 영향을 준다. 공이 비행할 때 공기의 밀도가 크면 공은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공이 날아가는 비행 거리는 줄어든다. 그렇다면 공기의 밀도는 어떻게 결정될까? 밀도는 그 날의 기온, 기압, 습도 등에 의해 좌우된다. 따뜻한 날의 공기 밀도는 작아진다. 실제 연구를 보면 뜨거운 여름날의 밀도가 한겨울의 밀도보다 12%나 작다고 한다. 결국 여름철에 홈런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그러나 습도는 그 반대다. 습도가 높다는 것은 공기 중의 물분자가 많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날은 마찰이 심해진다. 따라서 날씨가 흐린 날은 시원한 장타를 구경하기 힘들다. 또 공기 밀도는 고도에도 좌우된다. 고도가 높은 곳은 기압이 작고 밀도도 작다. 반면 고도가 낮은 지역은 기압이 높고 밀도는 크다. 즉 고도가 높은 곳일수록 장타가 많이 나온다. 우리나라처럼 전국의 고도가 비슷하다면 별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거대한 땅덩어리를 가지고 있는 미국의 경우에는 사정이 달라진다.
해발 1500m 이상 높은 곳에 있기 때문에 마일하이(mile high)시티란 별명을 가진 덴버시와 바다와 같은 높이에 위치한 펜웨이 파크에서의 경기를 비교해 보면 덴버시에서 장타가 더 많이 나온다고 한다.
예전에 LA다저스의 박찬호 선수가 덴버시 쿠어스필드에서 벌어진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경기에 선발투수로 내정될 때 많은 야구전문가들이 걱정했던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해발 1690m에 있는 쿠어스 필드는 타구가 멀리 날아가는 탓에 ‘투수들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다행히 당시 박찬호 선수는 6대 5로 승리하여 7승을 올리는 데 성공했다. 이제 야구장을 찾을 때에는 맑고 따뜻한 날 이른 시간대에 높은 고도에 있는 야구장을 찾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