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의 등잔불을 24시간 켜 두어야 한다고 이해하거나, 또는 그렇지 않고 낮에는 등잔불이 켜져 있지 않다면 성소가 어두웠을 터인데 낮에는 어떻게 하였는가 하는 문제가 있다.
일단, 의외로 성소의 등잔불을 24시간 켜 두어야 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적지 아니하다. 이런 이해의 근거는 아마도 성경 전체를 살피지 아니한 경우의 오해이거나 또는 구속사적 의미에서 비유적인 해석이 지나쳐서 일어난 결과일 수도 있다.
• 관련 본문 :
출 27:20 너는 또 이스라엘 자손에게 명령하여 감람으로 짠 순수한 기름을 등불을 위하여 네게로 가져오게 하고 끊이지 않게 등불을 켜되
21 아론과 그의 아들들로 회막 안 증거궤 앞 휘장 밖에서 저녁부터 아침까지 항상 여호와 앞에 그 등불을 보살피게 하라 이는 이스라엘 자손이 대대로 지킬 규례이니라
레 24:2 이스라엘 자손에게 명령하여 불을 켜기 위하여 감람을 찧어낸 순결한 기름을 네게로 가져오게 하여 계속해서 등잔불을 켜 둘지며
3 아론은 회막안 증거궤 휘장 밖에서 저녁부터 아침까지 여호와 앞에 항상 등잔불을 정리할지니 이는 너희 대대로 지킬 영원한 규례라
대하 13:11 매일 아침 저녁으로 여호와 앞에 번제를 드리며 분향하며 또 깨끗한 상에 진설병을 놓고 또 금 등잔대가 있어 그 등에 저녁마다 불을 켜나니 우리는 우리 하나님 여호와의 계명을 지키나 너희는 그를 배반하였느니라
cf. 출 30:7 아론이 아침마다 그 위에 향기로운 향을 사르되 등불을 손질할 때에 사를지며
8 또 저녁 때 등불을 켤 때에 사를지니 이 향은 너희가 대대로 여호와 앞에 끊지 못할지며
삼상 3:3 하나님의 등불은 아직 꺼지지 아니하였으며 사무엘은 하나님의 궤 있는 여호와의 전 안에 누웠더니
--------------
• 추정컨대, 24시간 켜져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는 다음의 몇 가지 근거만을 기준한 것으로 보인다.
1) ‘끊이지 않게’, 또는 ‘계속’이라는 의미를 연속적인 시간으로 생각하고, ‘저녁부터 아침까지’는 특별히 관리를 요하는 시간으로 이해하거나 또는 히브리식 사고 방식으로 ‘하루 전체’를 나타내는 시간 개념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2) 출 30:8. 레 24:2, 의 ‘켜다’에 해당하는 히브리낱말(עָלָה ’알라’)는 ‘올리다’의 뜻이다. 불을 손질하여 돋우는 의미로 보는 것이다. 나머지 본문은 그야말로 ‘(불을) 정리하다’는 말이다.
3) 또한, ‘영원한 빛’이라는 정형화된 개념도 기준이 되어 있다.
4) 게다가 성소 바깥 뜰에 있던 번제단의 불은 항상 꺼지지 않게 해야 했는데(레 6:12-13), 이것의 오용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런 추정상의 문제와는 별개로 요세푸스의 고대사(iii. 7, #7)에는 성소의 메노라 곧 등잔대의 7가지 중 3개의 가지에는 항시 불이 켜져 있었다는 기록이 있고, 어떤 학자들은 성소의 채광창이 없으므로 낮 시간에도 최소한 등잔불 하나는 켜져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하기도 한다.
➜ 하지만, 위의 관련 본문에서 보듯이 대하 13:11의 저녁에 켠다(בָּעַר 바아르)는 명시적으로 ‘불붙이다’를 의미하므로, 성소의 등잔불은 저녁에 켜서 아침에는 정리되는 것이 맞는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그렇다면 낮 동안 성소의 조명은 어떻게 되는가의 문제이다.
이에 대해서는 두 가지 관점이 존재한다.
첫째는 본디 성소는 출발이 출애굽 때의 성막의 형태였기 때문에, 낮에는 행군을 위하여 불을 밝힐 수 없었을 것이며,
둘째는 성막이 상징을 지닌 시스템이므로, 성소 자체를 떠나서 낮 동안 성소 밖인 일반 환경은 밝은 시간이므로, 밤 시간에 불을 밝히는 이유가 중요하고, 그래서 제사장이 낮에 일을 보아야 한다면 횃불 등을 사용하였거나 또는 동쪽에 있던 출입구를 개방하여 사용했을 것이라는 추정이 있다.
그러니, 관련 본문 전체를 보면, 밤 동안은 의무적으로 켜 놓는 것이 분명하지만, 낮 시간 동안은 켤 수도 있고, 꺼놓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이 더 크다. 곧 낮이라도 필요에 의해서라면 등잔대의 등불을 켜서 사용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등잔불을 밤에 밝히는 것은 하나님이 밤에 주무시지 않는다는 사실과 동시에 사람들이 하나님을 섬기는 일이 밤에도 중단되어서는 아니됨을 보여주는 것이다.
참고로, 출애굽기 27장에서 제사장이 성소의 등잔불을 관리해야 하는 지시는 제사장 제도가 세워진 이후에 제사장의 직무로는 최초로 명시된 내용이다. 또한 이 본문에서 처음으로 ‘성막’ 대신에 ‘회막’이라는 말이 사용되었다.
이에 대한 교훈은 분명하다.
곧, 예배를 인도하는 자들은 사람들이 드리는 제물을 사용하여 하나님께 나아감이 쉬임없이 정기적으로 ‘밝혀지도록’ 책임져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