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변화하는 공간은 늙으면서 품위를 얻고, 정체되는 공간은 낡아 사람들에게 잊힙니다.
시장을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정체시키면 안 돼요. 잘 늙되, 낡지는 않아야 해요.
늙음과 낡음의 차이를 구분해야 합니다.
<트렌드 코리아 2024>의 9번째 트렌드 ‘리퀴드폴리탄’에서 321 플랫폼을 이끄는 추상미 대표가 ‘도시’에 대해 한 말을 읽으며 나는 ‘사람’을 떠올렸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사람은 늙으면서 품위를 얻고, 정체되는 사람은 낡아서 잊힌다.’
책을 읽으며 지나치게 유행을 따르는 모습은 멋없다는 속 편한 말 뒤에 숨어 내 안락한 공간(comfort zone)에서 사실 나가고 싶지 않았던 비겁한 마음을 되돌아봤다.
기술 발달은 가속도로 이뤄지며, 언제나 새로운 변화는 기존의 관념과 갈등을 겪고 세상은 극단적 견해로 나뉘어 공포와 환희를 오가는 기괴한 풍경이 포착된다. 이후 그 변화의 결괏값은 보통 중간 정도겠지만, 누군가에겐 중간 이상값으로 큰 충격과 혼란을 주기도 하고 또 누군가에겐 중간 이하값으로 앞으로의 더 큰 기대를 안긴다.
이 불확실성의 허들을 어떻게 뛰어넘을 것인가가 관건이다.
위기와 기회가 교차하는 상황에서 가볍게 뛰어넘는 자와 걸려 넘어지는 자의 구분이 명확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 차이는 역시 변화에 대한 대응 역량에 달려있고, 그 출발은 지금 어떤 트렌드가 생성되고 있는가를 아는 것이다.
다행히도 지금까진 젊음에 기대어 적당히 지내왔으니 이젠 낡아가는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부지런히 배우고 넓혀가야겠다.
2024년 가장 중심에 서는 키워드는 ‘분초사회(시간의 가성비를 중요시하며 사용 시간의 밀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경향으로 모두가 분초를 다투며 살게 되었다는 의미)’이다. Time is money는 오래된 격언이었지만, 이전까지 우리 사회는 시간을 투입해 자본을 획득하는 일이 더 일반적이었고, 시간의 가치보다 돈의 가치가 우선시되어왔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저녁 있는 삶’ 그리고 ‘YOLO(you only live once)’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거쳐 ‘분초사회’가 도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이, 타인이 정해준 선을 넘어 자신의 삶에 대한 주체성을 되찾고자 한 이들의 노력과 애정이 얻어낸 소중한 하루의 양은 이제 그 밀도를 높여가고자 하고 있다. 시간을 나노(nano) 단위로 쪼개가며. 하루를 48시간으로 살아간다는 표현이 진부해질 정도로.
한편 분초사회에서 호모 루덴스(Homo Ludens, 놀이하는 인간)의 재미 추구 역시 숨 가쁘게 이뤄진다. 수많은 볼거리에 파묻힌 우리들의 ‘도파밍(재미없는 시간을 단 1초도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이 도파민이 분출되는 행위를 수확한다는 의미)’은 끝없는 콘텐츠 소비를 촉구할 뿐 감상을 위한 여유는 사라진 지 오래다.
2023년 출간되어 전 세계에 경종을 울린 <도둑맞은 집중력>의 저자 요한 하리의 말과 같이 우리는 ‘모든 차원에서 깊이를 희생’시키며 그 값을 치러내고 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역설적으로 여백이, 쉼이, 심심함이 간절히 필요해졌다.
머릿속에서 생각이 익어갈 수 있도록 우리에겐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이 시간은 AI 기술이 인간의 고유의 성역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창작의 영역까지 넘보게 된 지금 이 사회에서 무엇보다 높은 가치를 갖게 될 것이다.
‘인공지능 문해력’을 갖춘 인간이 되기 위해 필요한 역량은 더 높은 수준의 코딩 능력이 아니라 논리적, 언어적 대화 능력과 인본주의적 사고와 같은 인간적 역량이라고 한다. 인공지능 서비스가 사용될 다양한 분야의 전문적인 지식까지 갖춘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엔비디아 CEO 젠슨 황 역시 최근 인터뷰에서 코딩 지식이 아닌 생명과학 혹은 생명공학 지식을 익힐 것을 추천했다.
아무튼, 인간이 할 일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하는데.
인공지능이 내놓은 비슷비슷한 결과물 속 휴먼 터치가 ‘화룡점정’이 되어줄 것이라고 하는데 말이다.
혹시 ‘내 결과물이 인공지능이 내놓은 비슷비슷한 결과물과 같으면… 혹은 그 이하라면…’이라는 생각이 떠올라 고개를 힘차게 가로로 휘저으며 주황색 색연필로 밑줄을 좍— 그어가며 읽었다.
‘육각형 인간’만 살아남는 건 아닐 거야? 그렇게 매정할리가 없다고 누가 말해줘.
남들에게 완벽함을 보여줘야 인정받을 수 있다는 '사회적 완벽주의'의 압박감 속 새롭게 등장한 우리 사회의 이상형, '육각형 인간(모든 측면에서 약점 없는 사람을 선망하며 특히 그 기준이 노력보다 타고남을 중시함)'에 관한 이야기도 씁쓸함을 자아낸다.
소셜미디어의 등장은 초 단위로 타인과 나의 삶을 비교하게 만들고, 그 비교 대상을 전 세계로 확장시켰다.
자연스럽게, 그리고 허락 없이 각종 기준을 잣대로 서로를 평가하고 재단당하는 삶이라니 참 잔인하다.
살아서 꿈틀대는 정보를 직접 만져가며 읽은 것 같은 생생함이 참 좋았다.
새해를 함께 열기 좋은 책이다.
첫댓글 안락한 공간에서 나가고 싶지 않다는 비겁한 마음이라는 구절에 너무너무 공감했어요. 끊임없이 변화하되 그러면서도 쉴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겠어요. 흑흑 그치만 이것도 너무 어려운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아무런 걱정없이 쉬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책만 읽고 싶기도 해요. 개강을 했더니 확실히 정신이 없네요. 모두에게 정신없고 바쁘고 지치는 3월이겠죠? 육각형 인간은 무슨, 삼각형 인간이 되기도 너무 힘들어요. 으앙.....
끊임없이 변화는 하는데 또 잘 쉬는… 듣기만 해도 피곤하네요…
저는 점….. 그치만 아주 귀엽고 사랑스러운
어느 순간 쉬는 것조차 완벽하게 하고 싶어하는 저를 발견하고, 완벽한 여행이 되어야 한다는 마음을 갖고 여행을 미션처럼 대하는 스스로를 발견하고 놀란 적이 있어요. 그 순간을 만끽해도 모자랄 시간에 말이죠ㅋㅋ😂 올해는 ‘완벽함’을 규정하기보다 ‘만족'을 선호하고 스스로에게 집중하는 한해가 되도록 노력하려고요!
우리의 한라산 그저 만족이야🫶🏻😌😃😍🥰😎😀😅😗🥲🙃🥹🤣😇
@김여름 그저 다시 가고 싶어요🥹남벽분기점...!🍀
@보명 마자 그땐 진짜 얼어죽을수도 있어서 포기해찌맘! 다시 가봐요 우리
@김여름 ㅎㅋㅎㅋㅎ쪼아요 망고 빙수도 다시 먹고 싶네욥🥭
육각형인간…그거 대체 어떻게 될 수 있는 건가요.....전 그냥 하찮은 점인 것 같은데…
불안전함은 인간의 고유한 특성이자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훗
육각형 인간을 갈망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 아닐까 싶어요. 맹목적으로 육각형 인간을 갈망하며, 스스로를 갉아먹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에는 동의하나, 사실 저는 지금도 육각형 인간이 되고 싶은걸요. 육각형 인간이 되고자 하는 건강한 방식의 노력은, 비록 그 종착지가 육각형이 아닐지언정, 내 삶을 살아가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요.
육각형이 되고자 하는 욕망이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말에 어떤 부분은 동의해요. 그 전에 육각형을 이루는 기준이 과연 합당한지, 그리고 그것을 추구하는 점이 나와 우리 사회에 건강할 지를 제고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행에 너무 민감한 것도 피곤하겠지만 낡지 않으려면 어느정도 알고는 있어야겟네요..😅 저는 변화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계속 그런 태도만 고수하다가 상황이 바뀌었을 때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던 적이 많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요즘에는 특히 그럴 수 있지, 이럴 수 있지 하며 유하게 넘어갈 수 있는 태도를 만들어나가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허들에 걸려 넘어지지 않으려고요ㅠㅡㅠ.. 근데 저도 낡은 건 싫지만 빈티지는 좋아한단말이에요 분명히 그 속에서도 얻을 수 있는게 있지않을까요?
빈티지를 저도 참 좋아해요! 빈티지는 변화 속에서도 자신만의 고유함을 풍기는 존재이니 여기서 말하는 낡은 존재가 아닌, 품위있게 늙은 존재일 것 같아요:) 유행을 좇기보단 우리 시대 흐름을 놓치진 말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