余自早歲 不得師友之助 遲疑擿埴 久有年所浮沈 一世半上落下幾乎
내가 어려서부터 스승과 친구들의 도움 없이 疑心(의심)하고 躊躇(주저)하며 오래도록 학문하는 방도를 헤매고 더듬은 게, 浮沈(부침)이 오래되고 일생에서 중도 포기한 적이 얼마였던가? <번역을 달리함>
※遲疑: 疑心하고 躊躇(주저)함. 擿埴: 장님이 지팡이로 땅을 더듬어 가는 것. 학문을 함에 있어서 그 方道를 모름. 擿들출 적, 들추어내다. 埴찰흙 식/치
※冥行擿埴: 방법을 모색하면서 학습함을 이르는 말. 참고로 冥行擿植에서 冥行은 캄캄한 곳을 간다는 뜻이고, 擿植(적식)은 盲人이 지팡이를 두드리면서 간다. 는 뜻으로, 學問을 하는데 그 方道(方途)를 모름을 比喩(譬喩)해 이르는 말.
※半上落下: 반쯤 올라가다가 떨어진다는 뜻으로 처음에는 정성껏 하다가 중도에 포기하고 그만둔다는 것을 의미한다.
忘返近於賢士巨儒 得聆斯文正 路上達地頭飜然覺之 愛讀聖賢之書 見小學末章 咬得菜根之節 未嘗不 廢書而歎曰
도리어 잊고는 賢士나 巨儒(거유)를 가까이 하며 유교의 바른길을 듣고는 進步(진보)되니, 머리를 땅에 찧듯 불현듯이 깨달았다. 聖賢의 글 읽기를 좋아하게 되고, 小學의 마지막 章을 물고 늘어지니, 채소 뿌리나 훑던 시절에는 일찍이 없었는데, 책을 읽다가도 멈추고는 감탄하여 말하길,
※聆들을 령. 上達: 윗사람에게 말이나 글로 여쭈어 알리어 드림. 學問이나 技術 等이 進步, 發達함. 飜然: 번연히, 불현듯이. 斯文: 儒敎에서 유교의 文化를 이르는 말. 咬새소리 교, 깨물다, 씹다. 未嘗不: 아닌 게 아니라, 아니라고 부정할 수 없게. 어떤 사실에 대한 강한 긍정이나 보거나 들은 바가 사실임을 강조. 廢書而歎: 마음속으로 느끼는 것이 있어 책을 읽다가 멈춤을 이르는 말.
陋巷簞瓢 不害顔子 爲顔子 環堵蓬樞 不累原憲 爲原憲 如何擧世經以 衣食足 知禮節之語 爲防人口害人心術乎
가난하게 사는 것이 顔淵(안연)에게는 害가 되질 않으니, 顔子가 되었고, 가난한 집이 子思에게는 累(누)가 되질 않으니 原憲이 되었는데, 여하튼 世上에서 經論을 들어, 衣食을 족히 禮節이란 말로 안다면 다른 이의 구설수나 心術(심술)을 막아낼 수 있다.
※陋巷簞瓢: 陋巷에서 사는 사람의 한 그릇의 밥과 한 바가지의 물이라는 뜻으로, 아주 가난한 사람의 生活 形便을 이르는 말. 顔子: 공자의 首弟子 顔回. 環堵: 흙 담으로 둘러싸인 좁은 집, 가난한 집, 桑戶蓬樞: 뽕나무로 만든 지게문과 쑥으로 만든 지도리로, 가난한 집을 일컬음. 蓬樞의 樞(지도리 추)는 原本에 摳이나, 誤記라 여김. 摳출 구(/때릴 우), 추다(위로 끌어 올리다), 추어올리다(위로 끌어 올리다. 실제보다 높여 칭찬하다), 더듬다, 더듬어 찾다, 올벼(일찍 익는 벼).
※原憲: 춘추 시대 말기 宋나라 사람으로 孔子의 제자. 이름은 原思이고, 字는 子思. ※孔子의 손자인 子思는 이름이 伋이고 曾子의 제자로 子思子로 존칭하기도 함. 心術: 穩當하지 않고 固執스러운 마음. 남이 잘못되는 것을 좋아하는 마음보.
噫不復顧念深藏 不市之意 誅茅建屋 於常山之南 竹田小溪抱經 周旋安神養精
아아! 또다시 마음속 깊이 생각하지 않으며, 저자 거리에 뜻을 두지 않고, 띠를 베어 常山의 남녘에 집을 짓겠다. 竹田의 작은 계곡에서 經書를 끼고 精神을 안정시키고, 修養을 하는데 힘쓰겠다.
※噫화락할 희, 웃다. 周旋: 일이 잘되도록 이리저리 힘을 써서 變通해 주는 일. 제3국이 外部에서 紛爭 當事國 間의 交涉을 援助하는 일.
※常山: 충청북도 진천군의 중앙에 위치한 산이다(고도:255m). 진천읍 장관리, 이월면 사곡리, 백곡면 명암리에 걸쳐 있다. 고려 성종 때부터 진천 고을은 별칭으로 常山으로 불리기도 하였다. 竹田: 忠北 鎭川郡 文白面 中央에 凉泉山(350m), 平山里 竹田이란 마을에 作家가 기거한 적이 있음.
間或蒔花 養魚 靜觀其理 可以有得於天地 無形之外 採松(口+粲)菊 克實其腹 足以成趣 於神仙不老之域
間或 꽃을 심고, 물고기를 기르며, 조용히 그 理致를 觀察하면, 可히 天地에서 얻음이 있으리라. 세상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솔잎을 따고 菊花꽃으로 반찬하며 열매 따다가 배를 채우는 것은 족히 神仙이나 不老長生을 成趣(성취)하는 것이리라.
※蒔모종 낼 시. 粲정미(精米: 기계 따위로 벼를 찧어 입쌀을 만듦) 찬, 밥, 飮食, 웃는 모양, 또렷(鮮明)하다, 淸楚하다, 깔끔하다, 깨끗하다, 많다. (口+粲)은 玉篇에 없음.
此分外 淸福從何以得 傍人曰 讀書也 曰誰使之讀 曰君讀之 曰非也
이것 외에 맑은 福이 오도록 하려면 어찌하면 되냐고 하니, 옆 사람이 讀書라고 하여, 누가 책을 읽으라고 합니까? 라고 하니, 임금께서 책을 읽으라 하십니다. 하여, 그렇지 않습니다. 라고 내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