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의 행복했던 여정을 마무리하고 말라가로 향한다.
뷰엘링이라는 저가항공을 타고~
기내로 가지고 갈 수 있는 캐리어였지만 비행기 안에는 짐 넣을 공간이 별로 없다 판단해 망설이다 짐을 수화물로 실었다.
그 순간의 선택이 이리 일정을 꼬이게 만들고 스트레스 지수를 최고조로 올릴 줄이야ㅜㅜ
간혹 짐이 사라지는 악명높은 비행기란 소릴 얼핏 들었지만 그게 내 일이 되리라곤 상상조차 하지 않았다.
그런데...
짐은 아무리 기다려도 나타나지 않았다.
단체 여행을 온 스페인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당황스런 모습으로 우왕좌왕.
뷰엘링 항공을 찾았더니 2명의 직원이 응대를 하고 있었다.
언어도 통하지 않는 곳, 영어도 변변히 하지 못하는 형편에 직원들이 주절주절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없는 우리는 이방인.
주변 사람들의 대처를 눈치껏 따라 하는 수밖에 없었다.
수화물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 2명의 직원 앞으로 길게 줄을 섰다.
우리도 재빨리 그 사이에 자리한다.
하지만 직원들의 일처리는 그야말로 느긋하다.
기다리는 사람은 아랑곳하지 않고 내 잘못 아니라는 투의 희희낙락거림.
한국이라면 감히 있을 수 없는 일이 천연덕스럽게 벌어지고 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우리 줄에서 일을 보던 직원이 기다리던 사람들 팽개치고 자기 업무 끝났다며 갑자기 일어나 버린다.
그러면서 옆 줄로 이동하란다.
하 기가 막혀.
뭔가 조치를 취해 주려는 생각은 1도 없다.
우리네 줄 사람들이 옆 줄 사람들에게 원 바이 원으로 줄을 서자했더니 절대 안된다며 손사레를 친다.
그러면서도 직원들에게는 항의 한 마디 하지 않는다.
정열의 나라 스페인 사람들이 이렇게 순종적이다니.. 어불성설 아닌가.
어쩌면 이 나라 사람들은 이리 무책임하고 천하태평일 수 있을까.
한국이라면 이런 식의 불성실함을 보였다간 고성이 오가고 드잡이가 일어날텐데.
그래서 저가항공의 악명이 고질화되었나 보다.
당연하다는 듯 연착은 기본, 짐이 없어져도 나 몰라라
스페인에 대한 좋은 이미지도 환상도 꽝
여지없이 깨져 버렸다.
언어의 벽은 너무 높고, 화만 부글부글 끓고, 얼굴만 새빨개지고ㅠㅠ
뭐라 시원스럽게 소리쳐 주고 싶은데 언어의 한계에 속이 너무 상하다.
짐은 저녁이 다 되서야 숙소로 도착했다.
결국 피카소 미술관도 알카사르도 히브랄파 성도 가지 못했다.
말라가 거리와 골목길을 누비다 비싼 한정식 값의 그저 그런 연어구이와 소고기만 한 접시 먹고 속이 상해 잠도 편히 못잤다.
강 왈,
말라가에 와서 마음이 말라서 간단다.ㅎㅎ
첫댓글 이 글을 정리 할 때 그 때를 생각하니 화가 치밀어 올라왔겠어요.
좋건 싫건 지나간 일이니 추억이 되었네요. 그쵸.
ㅎㅎ
맞아요
화가 또 나다가 그냥 웃다가 그랬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