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류학명
낙우송과 |
Taxodium distichum |
‘왜 낙우송이라고 하나요?’, ‘잎사귀가 비 오듯이 떨어지는 소나무란 뜻인가요?’ 어느 학생이 나에게 물어왔다. 낙우송의 우는 ‘비우(雨)’가 아니라 ‘날개 우(羽)’이며, 송(松)이 들어갔지만 소나무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오히려 삼나무에 가깝다. 중국 이름인 낙우삼(落羽杉)이 더 정확한 이름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이름이 생겼을까? 낙우송은 약간 납작하고 긴 선형(線形)의 잎이 양옆으로 나란히 붙어 있어서 마치 새의 날개모양인데, 가을에 낙엽이 질 때 날개처럼 달린 잎이 전체로 떨어진다고 하여 ‘낙우송’이란 이름이 생겼다.
낙우송의 고향은 미국 플로리다 주(州)의 미시시피 강이 멕시코 만으로 흘러드는 저습지다. 태생지가 이런 곳이다 보니 ‘수향목(水鄕木)’이란 애칭이 있을 정도로 물을 너무 좋아한다. 게다가 축축하고 습한 땅, 심지어 물속에서도 거뜬히 자란다. 그래도 숨은 쉬어야 하니 특별대책을 세운다. 낙우송 아래에는 땅 위로 볼록볼록 솟아 있는 돌기를 흔히 볼 수 있다. 바로 뿌리의 숨 막힘을 보완해주는 공기뿌리다. 하나하나의 모양은 천태만상이다. 우리 눈에는 마치 천불상(千佛像)을 보는 듯 자연이 만들어낸 장관이다. 서양 사람들은 모양이 무릎과 닮았다 하여 ‘무릅뿌리(knee root)’라고 한다.
물 걱정은 안 하고 사는 나무이니 좋은 점도 많지만, 뿌리가 깊지 않아 바람의 심술에 대비가 필요하다. 오래되면 땅에 닿는 부분은 울퉁불퉁해지면서 땅으로 갈수록 갑자기 더 굵어진다. 덩치가 워낙 거대하다 보니 바람에 넘어져 주위의 꼬마 나무들로부터 웃음거리가 되지 않기 위함이다. 나무 입장에서야 좋겠지만 이런 나무들은 사람이 베서 이용하는 데는 바람직하지 않다.
낙우송은 1920년경 우리나라에 처음 수입되었으며, 바늘잎나무로는 드물게 낙엽이 지는 나무다. 원산지에서는 보통 키 30미터, 둘레 6미터 정도로 자라는데, 큰 것은 키 50미터, 둘레 13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몸체를 자랑한다. 또 오래 사는 나무로도 유명하다. 800~3000년에 이르는 나무도 드물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낙우송은 물에 사는 나무라 목재가 특히 습기에 강하여 서양 사람들은 관재(棺材)로도 쓴다. 전체적으로 목재는 나뭇결이 고우며, 가볍고 연하면서 잘 갈라지지 않는다. 판자로 켜서 가구재를 비롯한 각종 기구, 건축재, 선박재 등으로 널리 쓰인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나무로 쓰기 위해서가 아니라 정원수로 심는다. 곧바로 자라고 세로로 길게 갈라지는 적갈색의 껍질과 웅장하고도 원뿔모양의 아름다운 모양새는 공원이나 학교 등 넓은 공간에 잘 어울린다.
낙우송과 메타세쿼이아는 잎이나 바깥 모양이 매우 비슷하여 혼동하기 쉬우나 잎이 붙어 있는 모양으로 쉽게 구별할 수 있다. 낙우송은 잎과 잎이 서로 어긋나기로 달리고, 메타세쿼이아는 마주보기로 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