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조정이니 지적설계니 하며 확률개념으로 신의 존재에 접근하는 유사과학의 태도가 있다. 근본적인 자세의 문제가 지적되어야 한다. 그들은 진지하지 않다. 이들은 모든 변화가 밖에서 일어난다고 전제를 깔고 들어가는 오류를 저지른다. 밖에서는 우연이지만 안으로 들어오면 필연이다. 외부에서의 상대성이 내부에서는 절대성으로 바뀐다. 모든 상대적인 것은 관측자가 밖에 있다.
밖에서 바라보면 로또는 814만 분의 1의 확률이지만 안에서 바라보면 로또는 무조건 여섯 자리 숫자로 이루어진 하나의 당첨번호가 나온다. 안과 밖은 동전의 양면이다. 자동차가 고장나도 외부충격에 따른 원인과 내부마모에 따른 원인이 있다. 둘 중에 하나인데 왜 인간이 50 퍼센트 확률을 못 맞추고 한사코 밖에서 헤매는 걸까? 인류 중에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없다는 증거다.
아마존강에 물줄기가 백만 개라도 물은 하나의 바다로 흘러간다. 많은 물줄기 중에 하나가 우연히 바다를 찾아낼 확률은 백만 분의 1 이지만 무조건 찾아내게 되어 있다. 물줄기는 어차피 아마존강 안에 있기 때문이다. 아마존강은 오대양 안에 있기 때문이다. 왜 안을 보지 않고 밖을 보며 헛소리 하는가? 중력상수니 아미노산이니 하며 여러가지 단서를 던져보지만 모두 외부사정이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아미노산이 우연히 필요한 단백질을 만들 확률이 몇억 분의 1이라면 애초에 그런 결과를 예상하고 아미노산이 우주에 탄생해야 한다. 단백질이 너무 쉽게 만들어져도 조절이 방해된다. 여기에 공간의 밸런스와 시간의 전략이 있다. 시간의 전략은 미리 시뮬레이션을 돌려본다. 알파고는 1천억 번을 연산해서 이세돌을 꺾을 답을 찾아낸다. 안에서 결정된다면?
인공지능의 작동방식과 우주의 탄생방식은 같다. 외부에서 창조주가 갑자기 끼어들어 우주를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 답은 의사결정구조 내부에 있어야 한다. 우리가 무언가를 만들 때는 외부의 흙과 돌을 이용한다. 원인이 외부에 있다는 생각은 인간의 경험칙이다. 원인이 내부에 있다면? 방귀의 원인은 뱃속에 있다. 똥과 오줌과 노폐물은 인체 안에서 나온다. 외부우연 내부필연이다.
어디를 타격하든 상관없이 깨지는 지점은 내부의 약한 고리로 사전에 정해져 있다. 권투선수가 입는 대미지는 펀치를 맞은 위치와 상관없다. 대미지가 내부에서 누적되고 있다. 타격은 분명히 인체 밖에서 일어났는데 출혈은 인체 내부에서 일어난다. 우리는 반드시 외부에 원인이 있다는 잘못된 전제를 깔고 들어간다. 신이 우주 바깥에서 우주를 만들었다는 잘못된 가정을 하고 있다.
신은 우주 안의 존재인가, 우주 밖의 존재인가? 이것이 모든 사유를 규율하는 대전제다. 전제가 바뀌면 답은 극에서 극으로 바뀐다. 신이 우주 안의 존재라면 신은 수염난 할아버지가 아니다. 신은 우리가 상상하는 인격적 존재가 아니다. 내동설이냐, 외동설이냐다. 외동설에 매몰된 사람과 대화할 수 없다. 안이 아니면 밖인데 왜 한사코 밖을 고집하는가? 안을 보는 시선을 얻어야 한다.
앞서는 질문이 있다. 우주는 있거나 없거나 둘 중에 하나다. 우주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은 그 사람 자신의 존재도 부정하므로 그런 사람과 대화할 수 없다.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람과 어떻게 대화를 하겠는가? 존재는 복제된 것이며 우주는 원본이다. 복제본이 있으면 원본의 존재는 자명하다. 우주가 있다면 통일적인가, 파편적인가? 둘 중 하나다. 우주가 통일적 존재라면 내동설이 옳다.
우주가 통일적 존재라면 의사결정이 우주 안에서 일어나고 파편적 존재라면 의사결정이 우주 밖에서 일어난다. 우주가 파편적이라면 에너지, 물질, 공간, 시간, 정보를 별도로 조달해서 다른 차원의 다른 우주에서 그것들을 별도로 조립해서 우리우주를 만들었다는 말이다. 지적 설계라느니 미세조정이라느니 하는 사람은 우주가 외부에서 조립된 파편적 존재라는 전제를 깔고 들어간다.
왜 멋대로 우주의 탄생 가능성을 제한하지? 그런 사람과는 대화할 수 없다. 존재의 탄생 방식은 둘이다. 인격은 자신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고 공산품은 외부에서 누군가가 조립하는 것이다. 말벌은 암컷 여왕벌 한 마리가 봄에 혼자 알을 낳고 집을 지어서 가을이 되면 커다란 세력으로 성장한다. 벌떼의 군집 내부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우주는 스스로 완성되었나, 외부에서 조립했나?
전제를 숨기고 특정한 방향으로 몰아가며 가스라이팅을 시도하는 사람과는 대화할 수 없다. 세뇌공작을 시도하는 사람과는 대화할 수 없다. 전제를 숨기지 않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는 사람이 아는 사람의 대화상대가 될 수 있다. 우주는 있거나 없거나 둘 중 하나다. 우주가 있으면 통일적이거나 파편적이거나 둘 중에 하나다. 우주가 파편적이면 우주의 우주, 신의 신이 있어 곤란하다.
우주의 우주는 무엇이고 신의 신은 누구인가? 그 방향으로 계속 가게 된다. 방향은 확산방향이다. 곤란하다. 피곤한 질문을 당하지 않으려면 우주가 통일적이라고 전제해야 한다. 우주가 통일적이라면 신은 우주 안에 있고 신은 신 자신을 디자인한다. 인간은 신의 일부다. 신은 인간을 구원하지 않고 신 자신을 개척해 간다. 신의 목적은 자기완성이다. 인간은 신의 완성을 통해 구원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