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근본모순은 변화와 관성의 충돌이다. 방향전환과 효율성은 반비례한다. 인간의 모든 잘못이 여기서 비롯된다. 이기려면 방향전환이 필요한데 방향전환은 비효율적이다. 이기는 방법은 서로 연동시켜 효율을 얻는 것인데 연동시키면 관성이 작용하여 방향전환을 방해한다.
기奇 -> 정正
변화 -> 관성
방향전환 -> 효율성
손자병법의 기정奇正과 같다. 기奇는 변화이고 정正은 안정이다. 먼저 변칙으로 적을 교란하고 정공법으로 끝내야 한다. 잽으로 유인하고 스트레이트로 이긴다. 손자병법은 이 부분이 헷갈린다. 특히 손무의 아들 손빈은 정으로 대치하고 기로 이긴다고 말하면서도 기를 더 강조했다.
구조론으로 보면 세상은 동動 > 정靜이다. 노자의 이유극강과 같다. 유柔가 강剛을 이긴다. 정공법을 먼저 쓰면 실력이 노출되고, 전술이 간파되고, 약점을 들킨다. 손자병법 군쟁편의 풍림화산風林火山과 같다. 풍風이 림林 앞서고 화火가 산山에 앞선다. 공격이 수비에 앞서야 이긴다.
기奇 > 정正
동動 > 정靜
유柔 > 강剛
먼저 득점을 올리고 다음 빗장수비로 지킨다. 먼저 지키기로 나가면 후반에는 시간에 쫓겨서 득점할 기회가 없다. 상대방이 침대축구로 나오기 때문이다. 변화가 먼저다. 손무가 정기正奇가 아니라 기정奇正이라고 한 이유다. 손자병법은 도교사상이므로 이유극강과 라임을 맞춘다.
변칙술로 이기면 상대가 맞대응한다.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아군의 전술을 베껴 재도전을 해온다. 변칙술로 적을 함정에 몰아넣고 압도적인 힘으로 이겨야 한다. 힘으로 이기면 이쪽의 힘을 배우려고 항복한다. 속임수는 간파되지만 실력은 간파되지 않으므로 항복해야 배울 수 있다.
이기려고 하므로 진다. 이기려면 기술을 써야 하는데 기술을 들켜서 진다. 완벽하게 이기는 방법은 어차피 한 번은 져야 한다면 미리 져두는 것이다. 져도 조별리그에서 져야 한다. 져서 자기편 약점을 알아내고 상대팀에 허위정보를 제공한다. 본선 토너먼트에서 지면 바로 탈락이다.
기정문제의 해결책은 관성이 쌓이기 전에 미리 변하는 것이다. 바둑으로 치면 초반 포석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 초반에 흉내바둑을 두다가 막판에 꼼수로 이긴다는건 개소리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그런 식의 착각을 한다. 손자병법은 병법의 본질을 속임수로 정의하지만 틀렸다.
속임수로 적을 유인할 수는 있어도 전쟁을 끝낼 수는 없다. 속임수로 이기면 혼란이 계속된다. 힘으로 이겨야 평화가 온다. 이차대전은 독일과 일본의 속임수 기습으로 시작했지만 러시아와 미국의 압도적인 힘으로 끝이 났다. 속임수 집착은 제 꾀에 속는 도박꾼의 착각일 뿐이다.
기정은 초기조건의 민감성이다. 아기 때의 변화가 운명을 바꾼다. 할아버지가 되어 뒤늦게 인생을 바꾸겠는가? 할 수 있는 모험은 한살이라도 어릴 때 해야 그게 평생의 자양분이 된다. 선변화 후안정은 우주의 근본원리다. 기업도 초반에는 모험을 하고 후반에는 리스크를 줄인다.
초반의 변화는 운이 작용한다. 기습으로 상대를 혼란시킨다. 상대의 실수에 편승한 승리를 실력으로 착각하다 망하는게 공식이다. 초반 기습으로 기선제압에 성공한 다음은 적절히 정공법으로 바꿔야 하는데 정신력 타령을 하며 꼼수를 쓰다가 전멸하는 것이 독일군과 일본군이다.
진보가 변화라면 보수는 안정이다. 선진보 후보수는 세상의 작동원리다. 윤석열 쿠데타는 보수가 진보행세를 한 것이다. 초반에 여러가지 실험을 해보다가 그 중에 잘 되는 것 하나에 올인하고 나머지는 포기하는게 정석이다. 그 반대로 가면서 무모한 도박을 반복하므로 멸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