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style="text-align: left;"><span data-ke-size="size20"><b>뒷굽</b></span> <br><br>허형만 <br><br><br>구두 뒷굽이 닳아 그믐달처럼 한쪽으로 기울어졌다 <br>수선집 주인이 뒷굽을 뜯어내며 <br>참 오래도 신으셨네요 하는 말이 <br>참 오래도 사시네요 하는 말로 들렸다가 <br>참 오래도 기울어지셨네요 하는 말로 바뀌어 들렸다 <br>수선집 주인이 좌빨이네요 할까 봐 겁났고 <br>우빨이네요 할까 봐 더 겁났다 <br>구두 뒷굽을 새로 갈 때마다 나는 <br>돌고 도는 지구의 모퉁이만 밟고 살아가는 게 아닌지 <br>순수의 영혼이 한 쪽으로만 쏠리고 있는 건 아닌지 <br>한사코 한 쪽으로만 비스듬히 닳아 기울어 가는 <br>그 이유가 그지없이 궁금했다 <br><br><br>ㅡ시집 《있으라 하신 자리에》문예바다. 2021.</p><p style="text-align: left;">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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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음보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