⑧~7화 열세 살, 집의 기둥이 무너지다
《⑧작가의 긴 여행》 #260709 미지의 세계를 걸어간다
by여유시간
Jul 9. 2026
열세 살이 되던 해였다.
그때까지 나는 아버지가 언제까지나 곁에 계실 줄 알았다.
어린아이에게 부모는 세상 그 자체였다. 집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것도, 이별이 찾아올 수 있다는 것도 생각해본 적 없었다.
하지만 인생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그날, 우리 집의 가장 큰 기둥이었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셨다.
그 충격을 지금도 제대로 설명하기 어렵다.
슬픔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나이였다. 그런데도 집을 짓누르는 그 무거운 공기만큼은, 어린 마음에도 선명했다.
늘 사람들로 북적이던 사랑방이 조용해졌다.
아버지의 목소리가 사라진 집은, 전혀 다른 공간이 되어 있었다.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건 어머니였다.
평생 아버지만 의지하며 살아오신 분이었다. 말수가 줄고, 또 줄었다.
식구들은 한집에 있었지만, 각자의 슬픔을 각자 견디고 있었다.
무언가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는 걸, 나는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그때는 몰랐다.
아버지의 죽음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는 것을.
아버지가 떠난 뒤에도 나는 그분의 가르침 속에서 살았다. 농사일을 하고, 동생들을 챙기고,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하는 것. 그게 당연하다고 믿었다.
어쩌면 나는 슬퍼할 틈도 없이, 살아내는 법부터 배우고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그리고 얼마 후, 집에 또 다른 변화가 찾아왔다.
외로움을 견디지 못한 어머니가 새로운 사람을 집으로 들이셨다.
그 선택이 우리 가족의 운명을 바꿔놓을 줄은, 그때 아무도 몰랐다.
나 역시 몰랐다.
열여섯이 되기 전, 소년의 시간은 그렇게 저물고 있었다.
다음 이야기는 아버지가 남긴 집과 가족을 둘러싸고 시작된, 가장 힘겨웠던 시간으로 이어진다.
- 브런치 작가 여유시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