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하게 대학을 졸업한 이지적인 딸. 차분하지만 자신이 결정한 일에는
결코 물러서지 않는 열정과 끈기가 있다. 김약국과 한실댁의 신뢰를 받으며 실질
적인 큰딸 노릇을 한다. 그만큼 집에서 거는 기대도 크다.
근대적이고 봉건적인
집안에 유일하게 현대적이고 지성적인 인물이다. 가족과 이웃에 대한 배려가
깊은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여인. 그러면서도 자기주장이 강하고, 적극적인 성격
으로 아들이 없는 김약국집에서 장남 노릇을 하면서 집안의 대소사를 챙긴다.
언제나 사리 밝은 판단을 하는 논리적인 그녀지만 사랑에 있어서만은 그렇지
못하다. 김약국이 달가워하지 않던 남자 홍섭과 결혼을 약속하나, 집안의 악연을
알게 된 홍섭이 배신하고 떠나자 상처를 받는다. 상처 받은 마음을 혼자 이성적
으로 삭이는 그녀는 괴로움을 내색하지는 않지만, 홍섭에 대한 미련의 끈을
쉽게 놓지 못한다.
어렸을 때부터 오빠 같이 지낸 강극은 그녀가 홍섭에 대해 잘못된 판단을
했고 빨리 잊으라고 하나, 이성적으로는 홍섭으로부터 벗어나져도 마음속 깊은
연민까지는 쉽게 버리지 못한다.
정국주 집안의 음모로 집안에 점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자 실질적인
가장 노릇을 하면서 김약국 집안을 일으켜 세우려고 한다. 그 와중에 찾아온
자매들의 예정된 불행 앞에 그녀는 손도 못써보고 속수무책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집안의 고난과 자신의 실연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언제나 오빠처럼 변함
없는 마음으로 지켜준 강극에게 마음이 흔들린다. 하지만 홍섭에 대한 마음을
답답하리 만큼 쉽게 거두지 못해 갈등한다.
모든 딸들이 떠나간 후 말년에 쓰러진 김약국 옆에서 끝까지 병 수발을
하면서 집안을 일으켜 세운다. 조금은 냉정한 아버지라고 느꼈던 김약국. 하지만
김약국의 어두운 과거와 집안의 비극적 역사를 알고부터 아버지의 슬픔과 쓸쓸함
을 이해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냉정하고 무심해 보이기만 했던 아버지가 딸들을
모두 너무 사랑했다는 것을 그녀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