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강, 식도, 위, 소장, 대장, 항문까지를 총칭하여 소화관이라고 한다. 소화관은 음식물과 직접 접촉하는 장기이므로 진단이나 치료의 시점에서 식사는 중요한 인자이다. 소화관 질환에 이용되는 식품은 한 종류가 아니라 저지방식, 低알레르기食, 고섬유식 등이 필요에 따라서 구분되어 사용된다. 또, 심한 구토를 나타내는 환자에게는 절식이 필요하며, 식도 확장이 나타난 경우에는 식품이 기관지로 들어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식사 후 신체를 세로로 유지할 필요가 있는 등 투여 방법에도 여러 가지 주의가 필요하다. 소화기 질환의 식사요법에서는 질환 별로 제각각 적절한 식품과 투여 방법을 조합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화기(消化器) 증상과 소화기 질환
■ 구토(嘔吐)와 토출(吐出)
위의 내용물을 게워내는 것을 구토(嘔吐)라고 부른다. 구토는 본래 생리적인 반사작용이며, 유해한 물질을 몸 밖으로 배출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토하기 전에는 안절부절하며 토할 장소를 찾기 시작하는 등의 징후를 나타내는 경우가 많으며, 토할 때에는 복근을 수축시키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구토는 뇌의 일부인 연수(延髓)의 구토 중추가 자극을 받음으로써 일어난다. 구토 중추가 자극 받는 원인으로는 정신적인 쇼크나 혈액 중 유해물질의 증가, 평형감각의 교란에 의한 내이(內耳)의 자극(動搖病:이른바 차멀미) 등도 있지만 소화기 질환에서는 위장점막에 가해진 자극이 내장의 신경에 전해져 구토 중추를 자극한다.
정신적인 쇼크에 의한 구토는 사람에게서는 잘 알려져 있지만 개나 고양이에게서도 마찬가지로 일어나는 지는 확실치 않다. 또, 혈액 중 유독물질의 증가에 대해서는 신장 기능의 저하에 따라 일어나는 요독증(尿毒症)에 의한 경우 등이 생각된다. 소화기 질환에서 이러한 구토 중추를 자극하는 원인은 염증, 이물, 종양 등 각양각색이다.
구토를 반복하는 중증 환자는 원칙적으로는 절식(絶食:음식을 주지 않는 것)할 필요가 있다.
물과 전해질은 수액(輸液)이라고 불리는 보급법(點滴注射)으로 보충하며, 약으로 어느 정도의 구토를 멈출 수 있는 단계에서 유동식(流動食) 등을 재개한다. 그러나 약으로 구토를 멈출 수 없고 구토가 장기간 계속될 때에는 후술하는 정맥영양 점적(點滴)을 행한다.
토출(吐出)이란 식도의 내용물을 배출하는 것이다. 거대식도증(식도확장증)이나 식도 협착(狹窄)에서 많이 나타나며, 구토와는 달라서 징후(前兆)가 없이 갑자기 뿜어내듯이(噴出性) 토해 내는 것이 특징이다.
구토가 생리적인 반사인 것에 비해서 토출은 생리적으로는 일어날 수 없는 현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후두개(喉頭蓋)의 반사가 없어서 구토에 비해 오연(誤嚥:음식물 등이 기관[氣管]으로 들어가는 것)이 일어나기 쉽다.
후두개(喉頭蓋)는 삼킨 음식물이 기관으로 들어가지 않도록 기관의 입구를 폐쇄하는 기능이 있다. 그러나 토출에서는 이 반사작용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아 오연이 일어난다. 사실 오연성폐렴(誤嚥性肺炎)은 거대식도증(巨大食道症) 등으로 토출을 나타내는 경우에 가장 많이 보이는 사망원인(死因)이다. 이 점은 가정에서 식사 관리를 할 때에 매우 중요하다.
■ 하리(下痢:설사)와 변비(便秘)
분변 중의 수분량이 정상보다 많은 상태를 하리(설사)라고 부른다. 어느 정도 형상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연변(軟便), 완전히 액상인 것을 수양변(水樣性下痢)이라고 구분하여 부르지만 경계는 명확하지 않다. 문제가 생기고 있는 부위에 따라 소장(小腸)性 하리와 대장(大腸)性 하리로 분류된다.
▷ 소장성(小腸性) 하리
소장성 하리는 소장의 질환에 의해 야기된다. 1회의 분변량이 많고 회수가 적은 것이 특징이다. 대량의 수분을 소실함으로써 일어나는 탈수나 영양소의 흡수 불량을 야기하기 때문에 대장성 하리보다도 심한 영양 불량을 보인다. 즉, 식품을 먹어도 영양소가 충분히 흡수되지 않고 분변 중으로 배설되어 버린다. 소장에서의 출혈을 수반하는 경우는 변에 피가 섞여 흑색 변이 된다.
소장에서의 소화활동은 췌장에서 분비되는 각종 소화효소에 의해 이루어지므로 췌장의 기능이 나빠져서 소화효소의 분비량이 줄어드는 췌장 외분비부전은 소화불량을 야기한다.
소화불량은 장관 내의 침투압(浸透壓)을 높임으로써 흡수 불량을 야기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침투압성 하리(小腸性)을 일으킨다. 또, 심한 소화불량에서는 지방이 섞인 황색의 지방변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 대장성(大腸性) 하리
대장성 하리는 대장염 등에 의해 일어나며, 영양상의 문제는 비교적 일어나기 어렵다. 1회의 분변량이 적으며, 회수가 증가하는 것이 특징이다. 투명한 젤리상의 점액을 함유한 점액변(粘液便)을 수반하는 경우도 있으며, 출혈을 수반하는 경우는 적색변으로 된다. 대장성 하리를 나타내는 환자에게는 음식물 중 섬유소의 증량이 유효한 경우가 있다.
소화기(消化器) 질환에서 영양 보급 방법
■ 영양 보급 수단의 기초
장이 기능하고 있는 한 장에서 영양을 흡수시키는 것이 제일이다. 腸은 생리적인 영양 섭취 루트이므로 흡수된 영양소를 효율성 좋게 적절히 이용할 수 있다. 또, 장기간 음식물을 섭취하지 못한 동물은 장의 기능이 저하한다는 보고도 있으며, 소화관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기능하고 있는 조직』은 적극적으로 사용하여야 한다. 장점막이 이미 현저하게 손상되어 영양소의 흡수가 불가능한 경우는 후술하는 정맥 영양 점적을 행한다.
▷ 경구(經口) 급여
식욕이 있는 경우는 심한 구토가 없는 한 자발적으로 먹게 하는 것이 기본이다. 후술하듯이 질병의 종류에 따라 투여해야 하는 식품의 종류도 다르며, 장기간 아무것도 먹지 않는 상태는 무엇보다도 피해야 한다.
입가에까지 가져다 주면 먹는 경우는 소량 씩이라도 적극적으로 주도록 한다. 급여 행위 자체가 스트레스가 되어 식품에 거절반응을 나타내게 되어서는 오히려 좋지 않기 때문에 식품을 거절하는 모습이 보이면 중지하는 등 급여를 계속하는 시간 등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어디까지나 자발적으로 먹는 것을 돕는 것이 기본이다.
소화기 질환에 흔히 이용되는 식품은 저지방식, 저알레르기식, 고섬유식 3가지이다. 무엇이 그 동물에게 가장 좋은가는 질병에 따라 다르므로 최종적으로는 수의사의 종합 판단이 중요하다.
▷ Tube Feeding (TF)
식욕이 전혀 없고 강제적인 투여도 어려운 경우 혹은 구강(口腔) 또는 식도 질환으로 음식물의 통과가 어려운 경우는 튜브(tube)를 이용해서 유동식을 보급한다. 유동식은 시판되는 액상 영양식을 이용할 수도 있으며, 통조림 식품에 수분을 첨가한 것도 좋다.
비강(鼻腔:코 속)에서 식도의 위에 가까운 곳 또는 위까지 튜브를 넣는 경비(經鼻) 튜브(경비 카테터[catheter:도뇨관])는 마취를 하지 않고도 설치할 수 있는 가장 간편한 feeding tube이다. 그러나 이 방법은 스트레스가 약간 높아지며, 튜브 그 자체가 자발적인 섭식의 재개를 방해하는 것도 있기 때문에 판단에 주의를 요한다.
한 편 목 부분(頸部)의 피부를 절개하여 식도 또는 위에 튜브를 통과시키는 인두(咽頭) 튜브(인두 카테터)는 마취가 필요하지만 스트레스는 경비(經鼻) 튜브보다 적다. 튜브를 뽑아내는 것은 무마취로 가능하므로 수술 시에 동시에 설치해 놓으면 다시 마취할 필요는 없다.
<위루술(胃瘻 PEG)>
근년 내시경의 보급에 따라 몸 밖에서 위로 통하는 위루(胃瘻 : 위장이나 소장에 영양공급관을 설치하여 영양을 공급하는 방법) PEG (percu-taneous endoscopic gastrostomy, 피하내시경 위루술) 튜브(이하 PEG 튜브)를 쉽게 설치할 수 있게 되었다. PEG 튜브는 환자에게 주는 스트레스가 적으며, 튜브 직경이 커서 한 번에 많은 유동식을 투여하기 쉽다.
튜브가 빠져있으면 식품이 복강 내로 새어 복막염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므로 투여 개시 전에 조형제(뢴트겐에서 백색 그림자가 비치는 약제)를 이용해서 확인할 것을 권하고 있다. 이 방법은 아무래도 구토를 계속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적용하기 어려운 것이 결점이다.
▷ 정맥 영양 점적(靜脈營養 點滴)
구토가 심한 경우나 장점막의 손상이 현저하여 영양소의 흡수가 곤란하다고 여겨지는 경우에는 체내를 돌고 있는 순환 혈액 중에 직접 영양을 보급할 필요가 있다. 하루에 필요한 에너지 양을 정맥으로 보급하는 방법을 완전 정맥 영양법(TPN)이라고 한다.
통상의 수액(輸液)에서도 혈당치를 유지하기 위해 글루코스(포도당)를 첨가하는 일은 있지만 포도당 수액만으로는 필요한 에너지 모두를 공급할 수는 없다. 고농도의 포도당 용액을 점적(點滴)하여도 모두를 이용할 수는 없으며, 오줌 속으로 새어나가 버린다. 그래서 TPN을 위한 수액제에는 에너지 밀도가 높은 지방제제의 첨가가 필요해 진다. 또, 필수 아미노산을 포함한 아미노산제제나 비타민, 미네랄 등도 보급할 필요가 있다. TPN에서는 이들을 혼합한 영양수액제가 이용되고 있다.
그러나 TPN을 위한 영양수액제는 정맥염(靜脈炎)을 야기하기 때문에 심장에서 먼 사지 등의 가는 말초정맥으로는 점적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는 중심 정맥(頸靜脈)으로 영양소를 점적하여 보급하게 된다.
한편, 보급 에너지 양을 절반 정도로 줄인 수액제라면 말초정맥에서의 투여도 가능하다. 이 방법은 말초정맥영양법(PPN)이라고 불리며, 하루에 필요한 에너지 모두를 보급할 수는 없지만 임상 현장에서 실시하기 쉬운 이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