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 청량사로 1... (상주를 지나며)
고려는 원(元)나라의 지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충렬왕대 이후는 왕권이 元에 의하여 폐위와 복위가 반복되는 비운을 겪었다. 충렬왕, 충숙왕, 충혜왕은 각각 중간에 한 차례씩 폐위되었다가 복위하였다. 또 충선왕, 충목왕, 충정왕은 각각 5년도 채 안 되어 폐위되었다. 왕권이 불안함에 따라 권신(權臣)들 간의 내분이 그칠 날이 없고 민생은 도탄(塗炭)에 빠졌다. 이 험난한 시기에 나타난 임금이 공민왕이다. 그는 원나라 지배에서 벗어나고자 과감한 개혁을 단행하였다. 또 부인인 노국공주와의 애틋한 사랑도 잘 알려졌다.
하지만 그는 노국공주의 죽음 이후에 정치를 소홀히 하고 주색(酒色)에 빠졌다고 전한다. 또한 요승(妖僧)으로 알려진 신돈의 등용으로 더욱 풍전등화(風前燈火)같이 국권이 흔들렸다. 이때 홍건족의 난이 발생하여 공민왕은 안동으로 몽진(蒙塵)하였고 차후 적의 공격을 대비하여 청량산에 성을 쌓았다고 한다. 이후 그는 환도(還都)한 후 비운(悲運)으로 죽었다. 당시 감화(感化)를 받았던 이곳 청량산 주민들이 사당을 짓고 매년 제(祭)를 올리곤 하였다. 이 청량산에 청량사가 있는데 한화 투어 여행사를 따라 9월 5일 떠나게 되었다.
봉화와 안동의 경계인 청량산(淸凉山)... 자연경관이 수려하고 기암괴석이 장관을 이루어 예로부터 소금강이라 불리었다. 청량산은 주세붕이 이곳을 유람(遊覽)하며 명명(命名)한 12봉우리가 주축을 이루고 있다. 또 퇴계(退溪) 이황(李滉)이 공부한 청량정사(淸凉精舍), 통일신라시대 서예가 김생(金生)이 글씨 공부한 金生굴(窟), 문장가 최치원이 수도한 풍혈대(風穴臺) 등이 있다. 한편 청량사는 신라 문무왕 때 원효대사가 연화봉 아래에 창건하였다. 조선시대 숭유억불(崇儒抑佛) 정책으로 유리보전과 응진전만 남은 채 피폐(疲斃)되었다.
대전IC 근처의 원두막에서 최종 인원을 파악하는데 두 명이 여행을 포기하고 내린다. 그들은 청량산 정상을 등반하려 하였는데 오늘 일정이 청량사로 관광을 가기 때문에 포기한 것 같다. 안내장에 청량사로 가는 줄 알았으면 오지 않을 사람들이다. 안내장에는 청량산으로 되어 있어 불만스러운 모습이다. 앞으로 안내문에 산(山)과 사(寺)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여행객들에게 당일 일정을 유인물로 나누어주면 바램이다. 대전IC를 떠난 여행길은 문의 분기점에서 상주로... 다시 중부내륙고속도로를 따라 북상주IC로 빠져 나간다. 여행길은 문경을 지나면서 예천으로 이어진다.
봉화 청량사로 2... (예천을 지나며)
맑은 물과 깨끗한 자연환경 속에 인정이 넘치는 새천년 희망의 땅 예천... 용궁면을 지난다. 감칠 맛 나는 육질의 한우고기와 친절서비스를 원천으로 토종 순대 등 다양한 먹을거리가 있는 용궁면에는 황목근(黃木根)이 있다. 수령 500년인 이 나무는 팽나무로 사람처럼 黃씨 성(姓)과 木根이란 이름으로 토지를 소유하여 세금을 납부하고 있다. 5월이면 누런 꽃을 피운다하여 黃, 근본이 있는 나무라 하여 木根이라 하였단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토지(3,000평)를 소유한 부자나무로 세금은 물론 장학금까지 주고 있다.
낙동강의 지류인 내성천이 큰 산에 막혀 마을을 크게 휘감아 돌아 만들어 진 회룡포가 근처에 있다. 육지속의 섬마을인 회룡포... 맑은 물과 넓은 백사장이 어우러져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KBS ‘1박2일’ 촬영지인 이곳 강변길은 안전행정부가 선정한 ‘우리 마을 녹색길 명품 베스트 10’에 선정되었다. 옛날에 용이 날아오르면서 크게 한 바퀴 돌아간 자리에 강물이 흘러 만들어졌다. 알려진 회룡포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감입곡류(嵌入曲流)하천으로 영월의 청령포와 함께 유명하다. 또한 이곳의 뿅뿅다리... 아나방다리로 부르는 간이 다리인데 구멍이 숭숭 뚫려 있어 걸을 때마다 덜컹거린다 해서 붙여졌다.
예천읍을 지나면서 진호국제 양궁장... 한국 여자 양궁의 원조로 신궁(神弓)인 김진호... 우리 스포츠사를 빛낸 50인 중의 하나이며 세계 최고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한국 여자 양궁의 원조를 기념하기 위하여 건설한 체육관이다. 19세인 고등학교 시절인 1979년 베를린 세계양궁선수권대회에서 5관왕에 오른 그녀는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지는 못하였지만 세계에 한국 양궁 실력을 알렸다. 더 지나면 정충사(旌忠祠)... 임진왜란 때 공신인 정탁의 유물을 보전, 전수하기 위하여 건립한 유물각이다.
국도 28번을 따라 간 여행길... 석송령(石松靈) 안내판이 있다. ‘석평동의 영험 있는 소나무’란 뜻이다. 600년이 넘는 반송(盤松)으로 부귀, 상록, 장수를 상징하는 영험(靈驗)이 있는 소나무로 토지를 소유하고 매년 세금을 내고 있다. 천향리 마을의 안녕과 평화를 지켜주는 동신목(洞神木)이다. 높이는 10m이지만 그늘의 면적이 1,071㎡에 이르는 거대한 나무다. 즉 나무의 키에 비해 가지의 길이가 무려 세 배에 이르는 기이한 모양이다. 입구에 미용, 노화방지에 탁월한 예천온천이 있다. 여행길은 영주로 이어진다.
봉화 청량사로 3... (영주를 지나며)
소백산 자락의 맑은 물과 깨끗한 환경을 자랑하는 영주... 국도 28번을 따라 간 여행길... 장말손(張末孫) 유물각이 있다. 조선 전기의 문신인 그는 이시애의 난을 평정하고 적개공신으로 책봉되었다. 장말손의 공신(貢臣)책봉(冊封) 관계문건 및 화상(畵像) 등 고문서들은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이 유물각에서 우리 조상들의 우수한 기록문화와 과거문화. 선비문화, 면학정신 등 학문을 숭상하고 면학을 중시한 우리 조상들의 훌륭한 정신을 학습할 수 있다. 근처의 무섬 외나무다리도 가볼만한 곳이다.
이어서 부석사(浮石寺) 안내판... 한국 화엄종(華嚴宗)의 근본도량(根本道場)인 浮石寺는 신라 문무왕 때 창건하였다. 연전에 이곳에 갔을 때 노란 은행나무의 단풍길... 무량수전 앞에서 본 겹겹이 쌓인 산들... 나무소리, 바람소리, 운판(雲板)의 쇳소리, 범종의 은은한 소리... 심신의 피로가 풀리는 듯 하였다. 범종(梵鐘), 법고(法鼓), 목어(木魚)와 함께 불음(佛音)을 전하는 불전사물(佛殿四物)의 하나인 雲板... 뭉게구름 모양의 얇은 청동 또는 철제 평판이며, 두드리면 맑고 은은한 소리가 나는 불교 공예품이다.
이곳의 선묘각(善妙閣)... 의상(義相)이 당나라에 가서 공부할 때 어느 신도의 집에 머물게 되었다. 집주인의 딸 善妙가 의상을 깊이 사모하였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였다. 그녀는 의상이 귀국할 때 바다에 몸을 던지며 '용으로 변하여 대사(大師)를 모시고 불도(佛道)를 이루겠다.'고 원(願)을 세웠다. 의상이 영주에서 부석사를 지을 때 많은 산적(山賊)으로 어려움에 처하자, 善妙룡(龍)이 나타나 번갯불을 일으키고 봉황이 나타나 큰 바위를 세 차례나 공중에 들었다 놓았다. 이에 놀란 산적들이 굴복하고 모두 의상의 제자가 되어 불사를 도왔다고 전한다. 돌이 공중에 떴다고 해서 부석사(浮石寺)라 하였다.
의상과 선묘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상사화(相思花)가 생각난다. 하수선(夏水仙), 자화석산(紫花石蒜)이라고도 한다. 잎이 있을 때는 꽃이 없고 꽃이 필 때는 잎이 없으므로 잎은 꽃을 생각하고 꽃은 잎을 생각한다고 하여 相思花라 한다. 주는 것은 받는 것보다 더 행복하다. 사랑 하는 것은 사랑을 받는 것보다 아름다우며 사람을 행복하게 한다.’는 어느 선각자의 말이 생각난다. 또한 미움은 다툼을 일으켜도 사랑은 모든 허물을 가리지 않을까? 여행길은 영주를 떠나 국도 5번을 따라 안동으로 이어진다.
봉화 청량사로 4... (청량사에서)
영주에서 봉화를 거쳐 가면 많이 도는지 안동시 녹전면과 도산면을 거쳐 청량사로 진입한다. 유교 문화의 본향인 안동은 우리나라 정신문화의 수도다. 동방의 주자로 불리는 퇴계 이황의 고향이 도산면이다. 이곳의 도산서원... 퇴계가 유생들을 교육하며 학문을 쌓던 이 서원은 선생이 사후(死後) 제자들이 선생의 높은 덕을 추모하기 위해 설립되었다. 이곳의 편액... 당대 명필인 한석봉의 글씨란다. 주변에 도산서당, 농운정사, 광명실, 전교당, 상덕사, 장판각 등이 있다. 앞에는 안동호가 뒤에는 울창한 나무숲이 에워싸고 있어 멋과 서정(抒情)을 듬뿍 느낀다. 또한 이곳에 이육사 문학관이 있다.
일제 강점기에 끝까지 민족의 양심을 지키며 죽음으로써 일제에 항거한 이육사(李陸史)... 본명이 원록(源祿)이지만 조선은행 대구지점 폭파사건에 연루되어 대구형무소에서 3년간 옥고를 치를 때 수인번호가 264를 따서 호를 ‘육사’라고 지었다. 그의 대표작인 청포도(靑葡萄)... 나라를 잃고 먼 이역 땅에서 고국을 바라다보는 안타까운 마음과 향수(鄕愁)를 느낀다. 그리고 암울한 민족현실을 극복하고 밝은 내일에의 기다림과 염원을 기원하였다. 그의 항일(抗日)운동... 시(詩)에 담고 있으나 해방을 못보고 옥사(獄死)하였다.
어렵사리 청량사 주차장에 도착하여 사찰로 가는 길에 빗줄기가 굵어진다. 올라가지도 못하고 하산하는 마음... 이곳에 오기도 어려운데 안타깝다. 오늘은 꼭 하늘다리를 오르고 싶었는데... 해발 800m의 자란봉(紫鸞峰)과 선학봉(仙鶴峰)을 연결한 다리다. 길이 90m, 높이 70m, 폭1.2m의 현수(懸垂)교량으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이곳 산들의 봉우리가 보살봉, 의상봉, 반야봉, 문수봉, 원효봉 등 불교의 색체가 강한 불교식 이름으로 갖고 있었으나 주세붕이 탁필봉(卓筆峰), 자소봉(紫宵峰) 등 유교식 이름으로 바꾸었단다.
산은 마음의 고요함을 느끼게 한다. 또한 큰 산은 높은 덕(德)이 솟아난 것 같다. 그래서 인자(仁者)는 산을 좋아하고 지자(知者)는 물을 좋아한다고 공자님이 말씀하셨는지... 오늘 여행길... 산마을식당674-0990)에서 청국장으로... 굵은 콩이 숙성시킨 청국장... 맛이 일품이다. 토종 콩으로 만든 것 같다. 값은 비싸지만 관광지라 이해가 된다. 여행은 사람을 겸허하게 만든다. 세상에서 인간이 차지하고 있는 입장이 얼마나 보잘것없는가를 깨닫게 하기 때문이다. 비 때문에 청량사를 문턱에서 멈춘 마음... 다음에 오리라... 감사합니다.
첫댓글 고생하셨읍니다.
항상 건강하십시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