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찮은 로고스 교회>
마산에서 10년 있다가 직장 관계로 부산으로 이주하게 되었습니다. 다닐 교회를 정해야 하는데 나의 50년 인생에서 40년간 다녔던 종류의 교회와는 좀 다른, 특색있는 교회를 원했습니다. 말하자면 대안 교회이고 목사님의 표현을 빌자면 일반 교회가 아닌 특수 교회입니다. 어릴적 다녔던 교회는 합동이었고, 마산에 있을 때는 고신이었으나, 교파는 내게 별 상관이 없습니다.(그렇지만 순복음은 좀 빼고.....) 지금 로고스 교회는 침례교이며 보수보다는 기독교적 온건 좌파라 여겨집니다.
특색 있는 교회가 몇 되겠지만 부산에서 로고스 교회를 찾은 것은 정해진 수순이었다고 봅니다. 마산에 있을 때부터 기독교 세계관에 관심이 있어서 인터넷 자료를 찾다가 김기현 목사님을 알게되었고 카페를 통해 인사도 나누고 몇 번의 글도 남겼던 터였기 때문입니다.
카페를 통해 목사님으로부터 추천받은 책, 리차드 헤이스의 「신약의 윤리적 비전」은 성경을 보는 눈을 열어준, 그렇게 지성적이면서도 감동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 읽으면서 기독교를 향한 새 비전을 품을 수 있도록 만든 책이었습니다. 그 책에 감동받을 수 있었던 근본 이유는 제안에 잠자던 비전과 달란트를 그 책이 깨웠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죄사함 받아 구원얻는 지식을 전도의 미련한 반지성적 선포보다는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알리고 싶었습니다. 그러던 터에 「신약의 윤리적 비전」은 기독교를 향한 저의 비전에 눈뜨게 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니 그 책을 소개해주고 기독교 세계관 관련 많은 글과 책을 짓고 계신 김기현 목사님과 로고스 교회를 찾은 것은 정해진 수순이었다고 할 밖에요. 로고스 교회에서는 매주 써야할 글과 읽어야할 책이 생깁니다. 한 마디로 무척 귀찮습니다. 물론 모든 교인이 그런 부담을 느끼진 않습니다. 귀찮지만 제 속에 그런 것을 좋아하는 욕구가 저에게 자꾸 시킵니다.
꼭 그런 이유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중대형 교회에서는 재정이 넘쳐나 어떻게 어디에 써야될 지 모를 정도였습니다. 새롭게 다닐 교회는 넘치는 재정보다는 좀 가난한 교회를 택해서 힘 닿는데까지 돕고 싶은 마음이 있었습니다 그래야 많은 교회가 살지 않겠습니까!. (그렇다고 제가 돈이 많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웃음)
한 가지 더 든다면 기존의 양식과는 좀 다른 교회로서, 교회의 내적 구조와 형식을 유지하느라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을 필요가 없는 교회였으면 바랬습니다. 다른 데 쏟을 노력으로 본질에 좀 더 다가갈 수 있는 교회면 좋겠다고 생각하였습니다. 물론 다른 교회는 비본질적이고 로고스 교회만이 본질을 추구하는 교회라는 말은 아닙니다. 너무 많은 것이 갖추어져 있으면 그런대로 익숙해져 개선의 여지가 약화되게 마련입니다. 부족할수록, 없을수록 새로운 것을 만들면서 옳은 것을 찾기가 훨씬 수월할 거라 생각합니다. 거기에는 건설적인 비판에 항상 열려있어야 합니다. 언제든 개선의 여지가 있도록. 그것은 교인인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완고함을 버리고 언제든지 자신을 수정할 수 있는 교인이 되어야하겠지요. 교회와 개개 교인이 만들어가고 만들어져야할 교회이기에 로고스 교회를 택했고, 로고스 교회를 다닌 지도 햇수로 어언 5년이 되어갑니다.
갈수록 교인 수가 줄어드는 판국에 모든 교회가 중대형 교회를 닮아갈 수는 없을 것입니다. 교인 숫자 경쟁, 몸집 부풀리기 경쟁을 하다보면 무리수가 따르게되고 본질에서 이탈하기 마련입니다. 그렇다고 규모가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작은 교회가 할 수 없는 일을 큰 교회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을 것이기에 여건만 되면 규모에도 신경 써야될 때가 오겠지요. 그러나 주님의 교회를 위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로고스 교회처럼 작은 교회가 살아남는 방식이 한국의 다른 많은 작은 교회에도 하나의 모형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것은 로고스 교회 김기현 목사님의 비전이며 저도 거기에 흔쾌이 동의합니다. 작기에 불편하고 없기에 만들어가야할 귀찮은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그러나 귀찮지만 거기에 만들어가고 창조해나가는 기쁨이 있습니다.
오늘도 교회 가기 전, 눅1장을 세 번 이상 읽고 느낀 점과 의문나는 점을 한 가지씩 준비해야합니다. 게다가 자꾸 무슨 책 쓰신다고 로고스 교회 다니게 된 계기와 정착한 이유를 써서 카페에 올리라고 하십니다. 안내 당번, 주차 당번, 성가대 봉사는 안해도 되지만 매주 귀찮은 일이 많습니다. 오늘도 그 귀찮은 교회에 늦지 않으려고 부리나케 서둘러 글을 맺습니다.
첫댓글 " 건설적인 비판에 항상 열려있어야 합니다. 언제든 개선의 여지가 있도록. 그것은 교인인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완고함을 버리고 언제든지 자신을 수정할 수 있는 교인이 되어야하겠지요 "에 공감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