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기다리며”
한국영화, 개봉:2016.03.10
감독,각본:모홍진, 관객:635,177명(2016.07.04.현재)
제작:이재교,김대근, 주연:심은경,윤제문,김성오
사이코패스 사건의 범인을 추격하던 남반장(정찬훈역)은 희주(심은경역)와 함께 서민아파트 지하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다. 어린 딸의 저녁을 위해 귀가길에 오른 남반장이 집 앞에서 택시에 하차할 무렵 누군가의 비수에 치명상을 입는 얘기치 못한 사건이 발생한다. 오직 딸의 남은 생을 염려한 남반장은 119를 부르는 대신 죽을 힘을 다해 딸을 찾아가지만 끝내 유명을 달리한다.
남반장의 생일을 맞아 케이크를 사들고 집앞에 도착한 대영(윤제문역)반장은 어린 딸 희주가 이미 싸늘한 시신이 되어버린 아버지의 생일을 축하하는 장면에 극심한 충격을 받는다. 이 사건의 주범으로 사이코패스 “기범”(김성오역)이 용의자로 체포된 후 15년형을 받고 감옥에 갇힌다. 그러나 그의 친구 정민수(오태경역)와 함께 장난처럼 저지른 나머지 연쇄살인사건은 미궁속으로 빠져들어간 채 범인의 행방은 묘연해 진다.
재판장에는 대영반장과 정민수와 어린딸 희주가 사건전모의 목격자가 되어 그날의 기억들을 회상하고 있다. 그리고 15년후, 희주의 아버지를 죽인 기범이 세상밖으로 출소했다. 그리고 15년전과 유사한 패턴의 사이코패스 살인사건이 연이어 발생하고 대영반장은 예측불허의 사건, 그 중심으로 추적해 들어간다.
“자 월급~”
남반장의 딸, 희주는 대영반장의 배려로 경찰서 보조원으로 근무중인 가운데 15년의 역사를 추억하고 있다. 사이코패스 기범은 출소후 자신을 감옥으로 보낸 제보자 “정민수”를 쫓고 있다. 기범과 정민수는 동일한 고아원 출신의 동갑내기 친구였다. 그들에겐 한 명의 여자가 있었고, 그 여자를 탈취하는 짐승같은 세상의 굴레속에서 서로 칼을 겨누는 사이가 되었다.
“너 언제까지 그 새끼한테 미련갖고 살래?”
언제나 형사들의 걸음은 더디기만 하다. 그림자처럼 기범의 뒤를 쫓는 형사들은 누군가의 잔인한 죽음뒤에 찾아온다. 기범을 15년이나 쫓았던 대영반장 역시 둘도 없는 범죄의 동반자 “정민수”에 대해서는 무지한 우(愚)를 드러내고 있었다. 한발 늦은 추적과 도주극, 그리고 이들을 멀리서 바라보며 여유있는 표정으로 기범을 조여가는 희주의 삼각구도는 영화의 종반부까지 이어지고 있다.
“어떤이의 억울한 죽음은 돌이킬 수 없는 과거지만 남아있는 가족들에겐 평생 함께 해야 할 현실이자 미래일 수 밖에 없다”
대영반장이 기범의 출소후 발생한 하나의 살인사건의 모형을 두고 기범을 체포하여 심문을 하고 있을 때 였다. 대영은 아무런 정황증거를 찾지 못한채 기범을 놓아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너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사느냐는 질문에 기범이 대답한 대응은 참으로 놀랍다 “우월감?”
“또 말없이 가네 엄마는”
오랫동안 서민아파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희주의 시선에 사로잡힌 도박남자와 폭력에 시달리는 한 여자의 일생은 사이코패스 범죄의 희생양이다. 그녀를 해방하기 위한 희주의 선택은 폭력과 도박에 중독된 남편에 대한 잔인한 심판이었다.
“신이 죽었기 때문에 괴물이 필요한거야”
“악이 승리하기 위한 조건은 단 한가지 같아요, 선한 사람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정민수는 기범의 범죄를 모방하며 또 하나의 사람을 아무런 이유없이 죽여 버린다. 이를 목격한 희주는 법에 그들을 맡기려 하지 않고 스스로가 심판자가 되려한다.
“누구세요?....”
민수를 추적하던 기범이 민수의 전화번호를 찾아내고 민수는 기범을 죽이기 위해 모텔에 들어서지만 기범의 발빠른 대응과 대영반장의 등장으로 뜻을 이루지 못한채 돌아선다. 기범이 민수가 운영중인 정육점을 찾고 마지막 경고의 메시지를 남기며 유유히 사라지지만 이를 목격한 것은 경찰들이 아니라 희주였다.
“개목걸이요”
정민수를 찾아나선 희주는 거실에 유리병을 쏟아붓고 그를 기다리고 있다. 일을 마치고 귀가한 정민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그의 유일한 안전지대가 아니라 유리조각 카페트였다. 희주는 기범의 먹이감을 낚아채 잔인한 일탈을 그어 버렸다.
“넌 다행인줄 알아 내 얼굴 봤음 너도 죽을뻔 했으니까”
정민수의 목을 기범에 모텔에 갖다 놓고 그를 기다리는 희주의 진화된 사이코패스식 복수극은 또 어떤 생각으로 바라보고 이해를 해야 할까? 그러나 놀라운 감각을 지닌 기범도 희주의 발빠른 일탈에 한걸음씩 늦어지고 있다. 등에 칼을 맞고 치명상을 입은 기범은 경찰의 출동속에 사면초가의 위기에 직면한다. 그러나 영화는 이렇게 끝을 맺지 못한다. 경찰의 추적을 예측한 기범이 모텔의 투숙객을 잡고 엠브란스에 실려 안전지대로 도주하며 또 한명의 목격자를 죽여 버린다.
“첫발은 공포탄입니다”
“다섯 더 열둘”
“너 죽지마라 죽으면 피차 골치 아프니깐”
자신의 먹이감을 먹어치워 버린 괴물을 쫓는 기범은 PC방에 앉아 희주의 뒤를 쫓고 있다. 신고를 받고 등장한 대영반장과의 격투는 끝내 경찰 초년병 차형사(안재홍역)의 중상으로 이어지며 차까지 빼앗기는 수모를 당한다. 경찰서 안방까지 여유있게 들어선 기범의 대범함은 놀라움과 경악의 극치를 드러낸다. 그와 반대로 자신의 차를 빼앗기고 희주의 정보까지 탈취당한 경찰의 수모는 이루말할 수 없는 수치로 남아 그들을 분노케 한다.
“내가 저번에 말했잖아 나 감당해 낼 수 있겠냐고”
모든 것이 종결되었다고 믿었던 희주에게 기범의 무사생존소식은 분노를 자아내게 한다. 결국 자신이 처리해야 할 마지막 과제였다. 기범이 희주의 정보를 찾아내고 형사들과 희주가 반격할 기회를 줄 틈도 없이 그를 찾아 나선다. 기범의 손에는 언제나 담배가 들려져 있다. 그가 품어내는 담배연기속에는 그를 이토록 잔인하게 만들어 놓았던 사회의 일탈화된 스모그가 펼쳐져 있다. 그녀의 지하 단칸방에서 기범을 기다리던 희주와 기범의 혈투극은 잔인하리만큼 폭력적이다. 기범을 피해 산으로 도주하는 희주와 기범의 쫓고 쫓는 심야 추격전은 그야말로 일촉측발의 상황이다. 칼을 맞고, 희주가 찍은 돌에도 굴하지 않는 초강력 기범의 기세는 악마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다 니가 죽인거야! 나도, 죽은 피해자들도”
희주가 도착한 종착역은 산속에 있는 놀이터의 그네였다. 희주는 그가 구입한 개목걸이를 그네와 자신의 목에 걸어 둔채 기범을 기다리고 있다. 희주의 그네가 움직이고 기범은 그를 추적하며 놀이터에 들어선다. 경찰들은 언제나 앞서가지 못한다. 늦은 발걸음, 더딘 사고는 예전의 비과학적 수사를 보는 듯 답답하지만 그것이 현실의 단면일 뿐이다. 희주의 신고를 받고서야 달려오는 사이렌 소리에 죽음을 맞이한 것은 기범이 아니라 희주였다. 진실은 묻혀져 있다. 게임에서 진 기범은 사형선고를 받고 모든 일상은 평화를 유지한다.
“널 기다리며”, 가냘픈 여인 심은경이 소화내기에 감당하기 어려워 보이는 이 영화는 참으로 충격적이다. 그러나 “화이”에 비하여 충격파는 극심하지 않았다. 많은 사건이 생략된 채 진행되었고 기범과 희주의 두뇌싸움도 복선을 깔기엔 2%부족이었다. 그런데다가 괴물을 낳는 우리 사회의 문제는 질문만 던져 놓았다.
우리는 한 편의 영화속에서 우리 사회의 악마를 보았다. 결국 아무도 해결해 주지 않는 법적 한계와 법적 처벌뒤에 남겨진 피해자들의 삶은 가해자보다 훨씬 더 잔인하다는 것을 증명해 주는 듯 하다. 영화속에 등장한 성경의 한페이지에는 무엇이 쓰여져 있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문제는 법에 맡겨라고 씌여져 있었을까? 아니면 그래도 그들을 용서하라고 명령하고 있을까? 우리는 참으로 선택하기 어려운 순간에 서 있을 수 밖에 없다.제 3자의 관점에서 우리는 쉽게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나에게 임한 현실이라면 그때에도 용서와 화해의 손길을 내밀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