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구 인문학 박물관
‘양구’는 평화롭다. 휴전선을 가까이 한 지역이기에, 곳곳에서 무장을 한 군인들을 쉽게 볼 수 있음에, 양구의 평화는 역설적이다. 하지만 넓은 시야와 청아한 자연환경 속 여유롭게 자리 잡은 건물들의 모습은 대한민국 어느 곳보다 깊은 정적을 준다. 무음의, 무색의, 아름다움은 평화 그 자체이다.
양구 출신의 대표적 인물은 박수근과 이해인이다. 박수근 미술관은 지난번에 방문한 관계로 이번에는 이해인 문학관을 가기로 했다. 인터넷에 찾은 정보에 따르면 이해인 문학관은 특이하게도 철학자 김형석, 안병욱과 함께 ‘시와 철학’이라는 주제로 <양구 인문학 박물관>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양구를 가볍게 한 바퀴 차로 돈 후 방문한 기념관에는 인터넷 알림과는 다르게 이해인 수녀에 관한 자료가 없었다. 최근 한 수녀단체에서 모든 자료를 회수해 갔다고 한다. 양구군이 협의했지만 타결되지 않았다고 한다. “수녀님들의 생각이 완강했다.”라는 말에서 종교인들에게 발견되는 ‘고집(아집)’이 떠올랐다.
<김형석, 안병욱> 철학관이 조성된 것은 두 분이 북한 출신이라는 점이 작용되었다. 좀 더 고향이 가까운 곳에 만들려는 의도로 이루어진 것이다. 1920년 동갑인 한국 현대철학의 시작을 이끈 두 분의 삶은 우리의 ‘젊음’과 일치되어 있다. ‘철학’이 외국인의 사유로만 인식될 때 철학자라는 이름으로 쓰여진 그들의 글을 보면서 성장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들의 글은 소박하면서도 관념적인 영역을 우리에게 제공했다. 복잡하고 혼란스런 현실과 거리를 두고 싶을 때 수용할 수 있는 사유공간을 보여준 것이다.
지금도 인문관 벽에 기록된 그들의 글은 참으로 순수하고(?) 보편적인 인생관이다. 비록 철학적 용어로 장식되었더라도 단순하고 일면적인 세계관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우리의 ‘삶의 과정’이었음을 생각한다. 학생시절 문고판으로 나온 김형석의 글은 충분히 소중했고 감동적이었다. 안병욱의 현학적 표현은 불편했지만 김형석의 글은 편안했다. 한국의 현대사를 관통한 두 철학자, 적당한 사유는 건강에 이로운가? 한 분(안병욱)은 2013년에 작고했고 또 다른 한 분(김형석)은 아직도 건강하시다.(6.30 양구에서의 강연이 계획되어 있었다.)
* 박문관보다는 박물관 2층에서 바라본 풍경이 좋다. 평화로운 땅과 물이다.










첫댓글 인문학 박물관??? 별로 와닿지 않는다. 인문학이 이제는 박물관으로??? 더군다나 살아있는 분을 박물관으로??? 그냥 *** 기념관으로 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어디에나 갖다 붙이면 다 되는 인문학! 어색하다. 차라리 양구 전투에서 초개같은 목숨을 날리며 사라진 무명 병사들을 위한 기념관이 지역 정서에 맞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