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없다.
없지....뭐가 있겠어....방해나 안되면 다행이지....
나도 인턴때 아 더럽게 할게 없어서 웹툰보고 폰게임하고 커피 일부러 사먹고 그랬는데....
어떻게 하면 시간을 때울 수 있을까 가 최고의 고민이었다.
어쨌든 인턴으로 부서배치를 받으면, 삼성 노트북 하나와 빈 자리 하나를 준다.
신입사원때 인턴 후배를 한번 보고, 그 다음부턴 구경도 못해봐서, 그 다음에는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공식적으로 부서 업무 파악? 같은 pt를 한번 해야 했었다. 그리고 무슨 설문조사 를 했었던 것 같은데, 잘 기억은 안난다.
어쨌든 나는 우리 Fab4그룹의 유일한 C/F 인턴이었기 때문에, 나 혼자 C/F 공정을 설명해야 했다.
당연히 아는게 없으니 선배들 쫓아다니면서 물어봤는데, 역시나 바빠서 정규 교육 같은건 못받았다.
대신 라인이나 사무실에서 틈틈이, 그리고 많이 가르쳐주긴 했다. 넌 6개월 있다가 오자마자 일해야 하니까, 라는 수식어와 함께.
아직까지 기억에 선명하게 남는건, 1라인, RS라인 엔지니어룸에서 라인노트에 필기하면서 배웠던 것,
그리고 엔지니어룸에 숙취에 쓰러져있던 형들....이 기억이 남는다.
이 때 배웠던 꿀팁?이라면, 꼭 쓰러지기 전에 준비를 해야 한다는 거였다.
여기서 준비란, 몬산토 박스를 싸는 투명 봉다리 + 이름은 잘 기억이 안나는데 여튼 휴지?같은 먼지 안날리는 하얀 휴지.
= 언제든지 토하면 뒷처리를 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들어놔야 한다.
왜냐면 라인은 화장실까지의 거리가 꽤 멀다. 물리적 + 절차적 거리가.
1라인을 기준으로, 화장실을 가려면,
1) 라인->에어샤워->스막으로 나와서 장갑, 두건, 마스크를 벗고
2) 조금 이동해서 방진복과 방진화를 벗어 걸어놓고,
3) 스막->에어샤워->탈의실 로 나와서 방진내복(보통 하의, 가끔 상의도 포함)을 벗고 내 옷으로 갈아입고
4) 탈의실 밖으로 나가서 화장실을 찾아가야 한다.
퇴근버스 탈려고, 혹은 설사때문에 라인->사무실 까지 3분에 끊어본 적은 있지만, 보통은 7-10분 정도 걸린다.
여튼 이 복잡한 과정을 생략하기 위해, 라인에서 토하고 말지 라는 대비책을 세워놓은 것이다. 똑똑한 삼성맨들.
나도 사실 몇번 준비는 해봤는데..술먹은 다음날 토를 많이 하는 체질은 아니라 진짜로 써본 적은 없다.
하여튼, 술 얘기는 회식 얘기때 다시 하기로 하고,
보통 나는 오전에 들어가서 업무를 배우고, 오후에는 기술동으로 넘어가서 동기들과 프로젝트 같은걸 했었다.
프로젝트의 주 내용은 잘 기억이 안나고, 연애사, 회식, 부서 분위기 등등 잡담으로 시간때우기만 주로 했다.
딸바....라고 딸기바나나 쥬스가 있는데, 대학 신입생처럼 돌아가면서 선배들에게 얻어먹곤 했다.
나는 한두시간 정도 동기들이랑 있다가, 3-4시쯤 부서 돌아와서 다시 라인으로 들어갔던 때가 많았다.
주로 평가를 위한 매뉴얼 코팅, CD측정, LOT찾기, RS라인에서 1라인으로 매뉴얼 물류이동 등등을 했었다.
당시 C/F는 8인치 공정만 있었기 때문에, 전부 8인치 설비였고, 따라서
설비명 외우기, 라인 약도 그리기, 설비마다 하는 담당 공정 외우기, 설비마다 Recipe 비교하기 등등을 했었다.
내 생각엔 여타 동기들보다는 일을 많이 배웠던 것 같다. 모든 사원/선임들이 오직 나만 가르치면 됐기 때문에.
여튼 다시 pt로 돌아와서, pt전 공정PL과 파트장님께 내 pt만 먼저 발표했는데,
너는 무슨 사내에 들어와서는 10년전 기술동향을 그것도 대부분 틀리게 정리해놨냐고 혼났던 기억이 있다.
그러고 그 다음주? 인 인턴 끝나기 약 1주일 전 정도에 최종 발표를 했던 것 같은데, 잘 기억이 없다....
분명 그룹장님을 모시고 뭘 했었던 것 같은데...
하여튼 인턴때 저런 업무들은 꽤나 많이 배웠었고, 인턴 끝나고 정규직 전환되서 SVP 끝나고 들어가니
어 왜 이제왔어 라인가자 CD찍을거 많다......라고 하던 선배들의 얼굴이 기억에 남는다.
직업훈련?같은 측면에서는 굉장히 잘? 많이 배웠었던 것 같다.
공채전환되서 부서배치 받고 그 다음 날부터 바로 업무 투입된 걸 보면.
보통은 신입사원이 뭘 하면 옆에서 계속 봐주는데, 아니면 시작 전에 가르쳐주거나,
나는 '여기서 매뉴얼 코팅 이거 하면 되', '이거 CD좀 찍고 그다음 공정 보내' '이거 매뉴얼 공정좀 돌려' 정도..
실무교육 측면에선 돌이켜보니 제대로 배운 것 같다.
당시 인턴 월급이 80만원 정도였던 것 같다. 그래서 인턴생활동안 200만원 좀 넘게 벌었던 것 같다.
그 돈은 모두 야식(족발,보쌈)으로 들어갔고, 2학기 시작때 남은 돈은 몇푼 안됐었다.
인턴 수료 후 정규직 전환땐 5-10분짜리 인성면접만 봤는데, 가정환경 정도 물었던 것 말고는 기억에 없을 정도로 그냥 지나가는 면접이었다. 그리고 삼성 인턴 4기 공채 전환율은 90프로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