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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일당 40만원' 살인사건 현장 청소하는 사람들..비용은 누가?
김성진 기자 입력 2022. 02. 26. 05:00 댓
마포 주택가 살인사건 현장은 피해자 친구가 업체불러 청소
지난 2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한 다세대주택 현관에서는 청소 작업이 한창이었다. 전날 이 건물에서는 40대 남성 김모씨가 50대 남성 장모씨가 휘두른 흉기에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사진=김성진 기자
지난 23일 오전 10시쯤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다세대주택 현관에서는 청소 작업이 한창이었다. 신발을 푸른 발싸개로 감싼 청소업체 직원은 바닥에 깔린 신문지를 하나씩 들추고 소독액을 뿌렸다. 업체 직원이 청소 중이던 건 현관 바닥에 얼룩진 혈흔이었다. 전날 오후 6시쯤 이곳에서 소규모 건축업체 임원 김모씨가 살해당하면서 생긴 혈흔이다.
살인 피의자인 장모씨(56)는 범행 5시간만에 인천에 있는 집 근처에서 붙잡혔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와 장씨는 서로를 사기, 공갈미수로 고소할 만큼 공사대금 문제로 심한 마찰을 빚고 있었다.
김씨의 30년 친구이자 고등학교 동창인 이모씨는 친구의 사망 소식을 듣고 곧장 현장으로 달려왔다. 이씨는 전주 목요일인 17일 다세대주택 근처 중식당에서 김씨와 2시간 가량 모임을 가졌는데 김씨가 공사대금 문제로 누군가와 갈등을 빚은 사실은 전혀 몰랐다고 한다.
현장에 도착했지만 이씨는 경찰이 친 폴리스라인에 막혀 김씨의 마지막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구급차가 현장을 빠져나가자 이씨도 피해 유족의 곁을 지켜주러 현장을 떠났다.
이씨는 다음날 새벽 2시30분쯤 경찰로부터 "범인을 붙잡았고 현장 보존을 해제한다"는 전화를 받았다. 경찰은 현장의 물청소를 했고 바닥에 신문지도 깔았지만 추가 청소가 필요할 것이라 설명했다.
경찰은 "우리가 청소업체를 부를 수도 있지만 절차에 2~3일이 소요된다"며 "만일 청소업체를 직접 부르시고 영수증을 보내주시면 비용을 보전하겠다"고 말했다.
이씨는 같은날 아침에 사설 청소업체를 불렀고 청소비로 40만원을 지급했다. 아침 9시쯤 시작된 청소는 정오쯤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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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청소업체 최소 두 군데 이상 입찰받아야...직접 업체 부르면 비용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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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한 다세대주택 현관에서는 청소 작업이 한창이었다. 전날 이 건물에서는 40대 남성 김모씨가 50대 남성 장모씨가 휘두른 흉기에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사진=김성진 기자
경찰은 '피해자 보호' 차원에서 외부 청소업체를 불러 살인 등 강력범죄가 발생한 현장을 청소한다. 하지만 절차가 까다롭다. 특정 업체와 유착을 막을 '입찰'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최소 두 군데 이상 업체의 견적을 받아야 한다. 수사심사관이나 수사과장의 결재도 필수다.
경찰 관계자는 "절차상 청소업체 한 군데의 견적만 받고 청소를 진행할 수는 없다"며 "이 과정에 2~3일이 소요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범죄의 흔적이 며칠씩 남을 수도 있는 셈이다. 이번에 살인 사건이 발생했던 상암동 다세대주택은 1층은 식당, 2층은 사무실이지만 3~5층은 가정집이다. 범행이 건물에 하나밖에 없는 계단에서 벌어져서 사건 당일 저녁 8시쯤 퇴근한 입주민들은 집에 들어갈 수 없게되자 근처 모텔에서 숙박하기도 했다.
지난 22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주택가에서 벌어진 흉기 난동에 숨진 48세 남성이 발견된 다세대 주택 1층과 2층 사이 계단./사진=김성진 기자
이 같은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해 피해자가 직접 청소업체를 부르면 경찰은 경찰서장의 '특별승인'을 받아 청소비를 사후 지급하기도 한다.
상암동 살인사건도 특별승인 절차가 진행 중이다. 마포경찰서 관계자는 "청소비 지급에 관한 내용을 서장에 보고했다"며 "영수증을 제출받는대로 청소비를 지원할 것"이라 밝혔다.
지난 22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주택가에서 40대 남성을 흉기로 살해한 50대 남성 A씨가 구속 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24일 오전 10시15분쯤 서울서부지법에 출석했다./사진=김성진 기자
한편, 살해 용의자 장씨는 구속 상태로 경찰에 조사받고 있다. 법원은 전날 장씨를 상대로 영장실질심사를 한 후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장씨는 체포 당시에도 범행 사실을 인정했고 피의자 조사에서도 범행 사실을 인정했다.
경찰은 장씨의 휴대폰 2대에 대한 디지털포렌식을 의뢰해 범행 동기를 수사 중이다. 아울러 범행 당시 장씨가 입었던 옷과 썼던 모자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피해자 혈흔이 감식되는지 확인 중이다.
김성진 기자 zk00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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