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해길 2-2구간 미음나루길, 눈을 맞으며 눈에 덮인 한강을 보며
1. 일자: 2021. 1. 30
2. 행로와 시간: 평해길 2-2구간 미음나루길 덕소역~강변역
[덕소역(08:17) ~ 미사대교(08:31) ~ (삼패공원) ~ Noah’s Rosating(09:09) ~ 세월교(09:30) ~ 구리한강공원(09:50) ~ 암사대교(10:22) ~ 천호대교(11:15) ~ 올림픽대교(11:30) ~ 강변역(11:43) / 14.96km]
미루어둔 미음나루길 덕소역~세월교 구간에 나선다. 그새 한 달이 훌쩍 지났다. 중앙선 전철을 타고 덕소역에서 길을 시작한다. 차를 두고 전철을 이용하니 이동시간은 더 걸리지만, 차를 찾으러 돌아오지 않아도 되니 마음은 가볍다.
다시 온 덕소역은 낯설었다. 역 앞 도로를 건너 강가에 내려선다. 기다렸다는 듯 눈발이 나린다. 얼어붙은 강은 금새 눈에 덮인다. 세상은 온통 회색빛이다. 잡생각이 없어진다. 그저 하염없이 걷는다. 돌아보는 미사대교 밑 작은 강물의 흐름이 사행하다. 아련하다. 얼마만인가 이리 큰 눈을 맞으며 길을 걷는 것이. 바람 없는 날 소리 없이 내리는 눈이 고맙다. 홀로 걷는 길, 낭만이니 외로움이니 하는 감정이 들지는 않았다. 나이 탓 이러니 한다.
삼패지구의 한강공원은 꽤 길게 이어진다. 차로 지나며 보던 건물들을 강가에서 올려다 보니 새롭게 보인다. 눈발이 거세진다. 간간이 보이던 사람들도 자취를 감춘다. 오롯이 혼자다.
작은 돌 언덕에 막혀 길이 돌아든다. 을씨년스럽다. 곧 음식거리가 나타난다. 새로 지은 카페가 따스한 손길로 들어오라 유혹한다. 언덕을 넘어 다시 강변에 선다. 이내 세월교가 보인다. 평해길 2구간은 여기서 끝이 난다. 길 이름이 미음나루인데 그 존재도 모르고 길을 마쳤다. 아쉽다.
구리로 들어선다. 구리한강공원은 공사장으로 변해 있다. 암사대교를 바라보는 풍경이 근사하다. 워커힐과 아차산이 배경이 되어준다. 검은 잉크가 번지듯 눈에 덮인 강 위에 물길이 보인다. 오늘 최고의 풍경이다.
광진교를 지나 더 가보기로 한다. 눈은 그쳤고 하늘은 조금 더 맑아졌다. 강 건너가 조금 더 선명해 진다. 잠실로 향하는 전철이 철교 위로 지난다. 봄이 멀지 않았다는 느낌이 온다.
< 에필로그 >
2시간 넘게 눈을 맞으며 걸은 건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소리 없이 내리는 눈은 소복소복 길에 쌓여, 걷는 내내 내가 그 첫 발자국의 주인공이 되게 해 주었다. 흔치 않은 행운을 누렸다. 언 강 위로 눈길이 흐리고 군데군데 눈 웅덩이가 고이고, 그 위에 잉크처럼 물길이 번지는 모습은 다시 보지 못할 감동이었다.
아직 날은 춥고, 길은 얼어 있는데 봄의 기운이 느껴지는 건 바램만은 아니리라. 이제 낼 모레면 2월이다. 새로운 생명들이 내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움트고 있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