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진교에서 바라본 눈부신 한강 풍경, 광나루~올림픽공원 길
1. 일자: 2018. 12. 30 (일)
2. 산: 서울둘레길 광나루역~올림픽공원역
3. 행로와 시간
[광나루역(08:46)
~ 광진교 남단(09:04) ~ (한강공원) ~ 암사나들목(09:29) ~ 암사동 선사유적지(09:47) ~ (폐도로) ~ 아리수 정수센터(10:04) ~ 고덕산(10:13) ~ 샘터공원(10:35) ~ 고덕역(10:52~11:00) ~ 강동고교(11:17) ~ (상일동산) ~ 천호대로(11:36) ~ (화훼단지/일자산공원/묘지) ~ 둔골(12:23) ~ 일자산공원입구(12:32) ~ 서하남IC(12:39) ~ 둘레길 포스트(12:49) ~ 올림픽공원역(13:04) / 16.84km]
잘못 든
천호대교를 버리고 광나루로 돌아간 건 잘한 일이었다. 손 비벼가며 트랭글을 리셋한다. 둘레길에선 100미터만 주홍 리본이 보이지 않으면 길을 잘못 든
게다. 광진교를 넘는다. 조금 더 일찍 집을 나서고 길을
헤매지 않았다면 다리 위에서 일출을 감상할 수 있었는데 아쉽다. 한강 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멋지다. 검푸른 강물이 반쯤은 얼어 흐르고 강 건너 남쪽에는 빌딩이 숲을 이룬다. 푸른
하늘 밑으로 펼쳐지는 서울의 풍경은 바라보는 이를 행복하게 만든다. 반대편으로는 암사대교 넘어 구리로
이어지는 물줄기가 시원하다. 광진교는 걷기에 최적화된 다리다. 곳곳에
쉼터와 전망대가 있다. 매서운 북서풍도 풍경에 묻혀 버린다. 걷는
내내 강 주변 풍경 바라보는 재미에 푹 빠졌다.
광진교 남단에서 한강공원으로 내려선다. 이 길의 주인은 강
건너 워커힐과 아차산의 먼 풍경이다. 강바람 맞으며 걷는 한강 길, 하늘에는
줄이 길게 이어진 연이 두둥실, 길에는 겨울 아침의 한적함과 평온이 깃든다. 광진교와 한강공원의 재발견이다. 제일 뒤쳐지는 겨울이 이럴진 데
다른 계절에는 볼거리가 얼마나 많을까 하는 생각에 다시 찾을 날을 기대한다.
강변 따라 미루나무가 길게 뻗어있다. 아직 잎도 다 지지
않은 채 하늘로 뻗어 올라가는 상승에 멀리 롯데타워도 박자를 맞춘다. 키 큰 자들의 질주를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키 작은 자는 행복하다.
자전거들이 질주한다. 이 길을 따라 가면 경상도 상주까지
간단다. 암사나들목에서 한강과는 이별한다. 오늘 트레킹의
하이라이트는 초반 3km, 광진교와 한강공원 길이었다. 굴을
지나고 도로를 건너자 암사동 선사유적지가 나타난다. 암사동은 저 먼 옛날 한강 유역을 따라 한반도 역사의
중심이었다 한다. 둘레길은 유적지 울타리를 따라 이어진다. 키
다른 통나무로 치장한 울타리가 멋졌다. 울타리 안을 들여다 보며 한참을 걸었다.
개발이 진행중인 낯선 곳을 걷는다. 흙먼지가 날리는 도로변에는
온갖 지저분한 것들이 흩어져 있다. 이곳도 선사유적지이었을 터인데….
서둘러 어수선한 곳을 벗어난다. 언덕에 올라 바라보는 강 건너 모습은 이제 아스라하다. 아리수 정수센터 앞에서 다시 숲으로 향한다. 고덕산을 알리는 표식은
있으니 정작 올라보니 썰렁하다. 그저 짐작만 할 뿐.
길에서 마을 뒷산 분위기가 난다. 가벼운 복장의 사람들도
많아진다. 나름 공원으로 꾸며 놓은 것 같은데 특색이 없다. 샘터공원이란
곳에 내려선다. 도로를 따라 걷다 보니 고덕역이다. 부근에서
잠시 쉬어 간다. 갈 길의 반을 온 것 같다. 쉼 없이 걸어온
내 다리에게 10분의 휴식을 준다.
시속 4km의 속도로 왔다.
그만큼 걷기에 무리가 없다. 아파트 숲 사이로 난 산책로에는 강동 그린웨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아름답고 걷기 좋은 길’로 인증 받았다 하나, 이 계절엔 그저 그런 마을 뒷길이다. 특색 없는 길을 한참 걸어
천호대로로 내려선다. 화훼단지가 도로를 따라 길게 이어진다. 길은
을씨년스럽다. 초입 조경이 색다른 언덕에 오른 후부터 공원이 이어진다.
일자산공원 인가 보다. 묘지와 산책 길이 공존한다. 사람들이
많이 지나는 걸로 봐서는 꽤 유명한 곳인가 본데, 내겐 그저 그렇다.
쏟아지는 햇살이 감당이 되지 않는다. 성내천 이정표의 거리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더니 둔골을
지나며 내리막이 이어진다. 그 끝에는 일자산공원 입구가 있었고 그곳부터 긴 도로가 계속되었다. 개인적 의견으로는 고덕역~올림픽공원 구간은 서울둘레길 중 가장 특색
없는 구간이다. 별 볼거리고 무엇보다 도로 옆 보도를 걷는 게 싫다.
화훼단지 상점들을 따라 가다 훅 하고 나타난 우틀은 변화의 시작이었다.
어지러운 공장 지대를 벗어나자 성내천 표식이 나타난다. 길가에 생뚱맞게 둘레길 포스트가
서 있다. 대나무 울타리가 멋진 오솔길을 지나자 물길이 나타난다. 성내천을
따라 걷는다. 지난번 꺼꾸로 온 길의 대강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어도 알만한 곳이었는데…. 늘 만시지탄이다. 올림픽공원역으로
향한다. 다리에 묵직함이 전해온다. 오늘은 여기까지다.
< 에필로그 >
어제에 이어
연 이틀 둘레길을 걸었다. 이례적이다. 화요일이 휴일이란
마음의 여유가 만든 일이다. 16.84km를 4시간 18분 만에 걸었다. 시속 4km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우직하게 걷기만 했다. 광진교를 넘으며
바라본 한강의 풍경과 암사동 선사 유적지 길이 걷는 내내 힘이 되어 주었다.
겨울은 추워야 한다. 코
끝이 찡하고 손은 시려도 맑은 하늘과 푸른 강물을 바라보며 길에서 혼자 재미나게 놀았다. 오늘이 2018년 마지막 산행이다. 여러 의미 있은 일들이 많았던 한 해가
간다. 새해에도 나와 나와 관계를 맺은 이들에게 좋은 일이 많았으면 하고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