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산방 꽃편지_07」
지리산의 너른 품은 존재 자체로 아무런 욕심도 번뇌도 없이 푹 빠져들게 만드는 무언가 끌리는 힘이 있습니다. 지리산 자락에 깃들어 살고 싶은 마음에 지난 몇 해 동안 틈틈이 지리산 둘레길과 마을 길을 걸으며 집을 알아보다가, 두 해 전 봄에 민들레산방과 연이 닿았답니다.
산방이라 해서 깊은 산속 외딴곳은 아니고요, 마을 가장자리에 있는 호젓한 옛집을 수리하여 올봄에야 온전하게 사계절을 겪으며 살고 있네요.
민들레산방과 지리산둘레길에 민들레가 '겁나게' 피었습니다. 산방에 핀 민들레는 차마 뽑아내지 못하고 어지간하면 홀씨가 날릴 때까지 두고 봅니다. 토종민들레는 흰색과 연한 노란색 두 종이 있는데 꽃잎과 꽃받침이 쳐지지 않고 위로 향하고 있으며 흰 꽃 민들레가 약 성분이 좋다고 합니다.
산방에 피는 민들레는 대부분 서양민들레인데 토종을 구해서 좀 더 심어야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특별하지 않을지라도 결코 빛나지 않을지라도..♪♫”
꽃다지가 부르는 ‘민들레처럼’ 노래와
지리산 시인 이원규님의 ‘겁나게와 잉 사이’ 시 한 편 함께 보냅니다.
활기찬 한 주 보내세요.
겁나게와 잉 사이
_이원규
전라도와 구례 땅에는
비나 눈이 와도 꼭 겁나게와 잉 사이로 온다
가령 섬진강변의 마고실이나
용두리의 뒷집 할머니는
날씨가 조금만 추워도, 겁나게 추와불고마잉!
어쩌다 리어카를 살짝만 밀어줘도, 겁나게 욕봤소잉!
강아지가 짖어도, 고놈의 새끼 겁나게 싸납소잉!
조깐 씨알이 백힐 이야글 허씨요
지난봄 잠시 다툰 얘기하면서도
성님! 그라고봉께, 겁나게 세월이 흘렀구마잉!
궂은 일 좋은 일도 겁나게와 잉 사이
여름 모기 잡는 잠자리 떼가 낮게 날아도
겁나게와 잉 사이로 날고
텔레비전 인간 극장을 보다가도 금세
새끼들이 짜아내서 우짜까이잉! 눈물 훔치는
너무나 인간적인 과장의 어법
내 인생의 마지막 문장
허공에라도 비문을 쓴다면 꼭 이렇게 쓰고 싶다
그라제, 겁나게 좋았지라잉!
<민들레처럼> _박노해 시, 꽃다지 노래
https://www.youtube.com/watch?v=oSimPjKJc80
○민들레 (출처: 꽃과 나무 사전)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77XXXX100139
첫댓글 <민들레처럼> _박노해 시, 꽃다지 노래
https://www.youtube.com/watch?v=oSimPjKJc80
PL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