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기
김임생
두 할머니 보행기 밀고 지나간다
걸음마를 배우는 아이 걸음
조심조심 발을 옮긴다
볕을 고르더니
양지를 깔고 나란히 앉아
무엇을 생각 할까
합죽한 볼을 오물거린다
어디에 젊음을 다 벗어 놓고
앙상한 다리로 서서
보행기에 의지할까
이마에 새겨진 인생 계급장 사이로
세월의 물결 얼마나 흘렀을지
주름 속에 감춰진 삶이 깊다
굽이굽이 지고 매고
뒤 바꾸며 그려놓은 세상
굽은 등에 무성한 그늘 보행기에 얹혔다
세상은 젊음과 늙음으로 구분하는 것은 아니다. 자연에서 자연의 힘으로 자연으로 돌아간다. 그렇지만 구분은 분명하다. 낡은 것은 물러가고 새것이 차지하여 자연을 이룬다. 비정한 것 같아도 그게 자연이다. 그러나 지혜가 있고 인지력을 가진 사람은 자연을 따르되 청춘과 늙음을 구별하여 그것에 차별을 둔다. 옛날 고려장은 전설이지만 그것이 주는 뜻은 명확하다. 쓸모가 없다면 물러나야 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그 시절에도 늘은이의 지혜는 살아 있어 나라의 환난을 슬기로 구했다. 늙었다는 것은 몸과 마음이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것이지 쓸모가 없다는 뜻이 아니다. 요즘 거리에는 유모차를 밀고가는 풍경이 흔하다. 흔한 정도가 아니라 대부분의 노인들은 그렇게 보행한다. 어린이가 탈 보행기를 노인이 밀고 가는 것이다. 슬픈 이야기 같지만 이것이 자연이다. 또한 아무도 나무라지 않으며 무시하지 않는다. 그러나 서글픔은 감정을 어쩔수 없다. 김임생 시인은 자신이 노인 대열에 든 상태다. 그래도 사회봉사에 적극적으로 임하며 일상을 보낸다. 그런 뜨거운 눈이 늙어가는 사회의 현상을 그리며 안타가워 한다. 젊음을 벗어놓고 양지를 찾는 심정을 공유하며 이마에 새겨진 계급장을 헤아려 본다. 늙었다는 게 무엇인가. 늙음은 삶을 짊어질 힘이 없다는 것이며 힘이 남았다면 늙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움직일 수 있고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면 늙은게 아니다. 오히려 더욱 왕성한 활동으로 젊은이를 앞서는 늙음도 있다. 비록 불편하여 보행기를 밀어도 마음 속에는 청춘이 살아있어 무엇이라도 하려고 움직이지 않는가. 어쩔 수 없는 자연현상이만 지혜와 경험으로 쌓은 경륜은 지워지지 않는다. 늙어가는 사람이여 힘을 내자. 우리의 인생이 이룬 땅이라는 것에 자부심을 갖자는 뜻으로 쓴 작품이다.[이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