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헌 옷 수거함에 버려진 내가 되는 꿈을 꾼다. 소용이 다했든, 유행이 지났든, 너무 오래 입어 식상해졌든, 이유야 수도 없이 많지만 어느 때 내 발걸음에 날개를 달아주던 옷.꽃은 필 때가 가장 아름답지만 질 때는 그렇게 유쾌한 풍경은 아니다. 나는 늘 피어있는 것이 아니다. 당신의 환상도 늘 좋은 것만은 아니다. 그 모든 ‘때’가 지나고 나면 내가 안주할 곳은 아무의 관심도 없는 빈자리. 옷은 사는 순간 헌 옷이 된다. 세상은 부지런히 사고 부지런히 버리다 끝나는 것이 다반사다. 하지만 마음의 옷은 유행이 없다. 헐지도 않는다. 매일 갈아입을 수도 있다. 마음을 치장하는 것에 눈을 떠보자. 헌 옷 수거함에 들어갈 일도 없는 마음의 연두색 봄빛. 시인이 말하는 헌옷론의 배경이다.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이둘임프로필)
경희사이버대문창과, 시사불교 신춘문예, 신정문학상, 솜다리 문학상, 석정이정직 문학상, 황토현 시문학상, 시집(광화문 아리아) (우리 손 흔들어 볼까요)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