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자랑스러운 나
나는 누군가에게 가슴을 펴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자랑스럽게 살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가정 여건이 그렇게 좋다고는 말할 수 없었고 하고 싶은 게 많았음에도 하지 못한, 많이 동떨어진 환경에 계속해서 살아왔기에 이미 순응했고 적응한 것 같다. 어차피 각자의 운명이라고 여기고 나의 성격이 행했던 잘못된 일들을 외면하며 그냥 살았다. 딱히 특별한 것도 없었고 내세울 것도 없었고 나에게 주어진 환경에 맞게 살아왔다.
나는 유치원을 다니던 시절 친구들과 놀며 평생을 보내고 싶다고 생각했다. 순수한 마음을 품고 초등학교로 올라왔는데 처음에는 친구들이 괴롭히면 어떡할까 하는 불안만이 가득했다. 새로 만난 친구들을 보니 키가 큰 아이도 있고 반면에 나보다 작은 아이도 있었으며 예쁜 아이도 있었다. 그런 가지각색의 친구들과 지내다 보니 금세 친해졌다. 1~3학년까지는 시험도 잘 보고 즐겁게 놀며 지냈다. 특히 과학에 흥미를 느껴 발명가라는 꿈이 키웠는데 바보같은 자신의 행동으로 얼마 안 가 없어진 것 같다. 4학년 2학기 초반이 되고 아무 일 없이 보내던 어느 날, 나의 얕은 생각과 안이한 행동으로 친구에게 깊은 상처를 입혔다. 그날은 체육 준비실에 친구 두 명이 들어간 사이 또 다른 친구가 부추겼다. 손으로 함께 문을 막자고 말이다. 나는 열어달라는 소리에도 그 친구들도 즐거워하겠지? 라는 마음으로 계속 막았다. 결국 유리창이 깨지는 소리와 함께 나의 4학년도 무너졌다. 한 명은 울고 있었고, 한 명은 무섭다며 웅크리고 있었다. 담임선생님이 무슨 일이냐며 달려와 그 친구들을 안아주었고. 곧 교장 선생님도 달려오셨다. 그 자리에서 가해자로 보이는 나와 친구에게 꿀밤 두 대를 먹이셨고 유리창을 깼던 친구들에게 꿀밤 한대를 먹이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당하는 친구도 즐거울 거란 얕은 생각으로 일을 벌여 친구들에게 나쁜 기억을 새겨버렸다. 그때도 미안했고 여전히 미안한 마음에 후회하고 있다. 응당 잘못의 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나는 조금씩 암울해지기 시작했다. 사건이 일어나고 그 선생님은 지속해서 우리를 괴롭혔다. 매일 학교에 남겨서 반성문을 각기 다르게 쓰게 시켰고 화난다는 기분으로 가끔 수업을 진행하지 않았다. 악마냐며 벌을 주었다. 이게 4학년한테 할 짓인가 생각된다. 이런 선생님과 환경이 싫었고 억울했다. 그때의 나는 친구가 부추겨서 잠깐 장난치려고 했을 뿐인 데라는 변명만 한 것 같다. 모든 일에 흥미가 떨어져 갔다. 나는 다시 활기를 되찾기 위해 스포츠에 주의를 기울였고 수업도 열심히 들었다. 다사다난한 초등시절을 보내고 중학생이 되었다. 운동능력은 향상됐고 수업시간에 열심히만 해도 성적이 잘 나왔기에 거의 놀다시피 했고 혼자 하는 공부는 항상 뒷전이었다. 시골에 있었기에 할만한 것이 없어 기타에 재미를 붙이고 운동도 열심히 했다. 덩달아 나의 자신감도 생겨났다. 학교회장에도 출마해 당선되고 자존심과 자신감이 계속 커졌다. 지금의 나는 이때 나만의 공부 습관을 들여놨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수업만 잘 들으면 된다는 알량한 마음가짐 때문에 많이도 힘든 길을 걸어야 했기 때문에 그때의 내가 정말 원망스럽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읍내의 구례고등학교로 오게 된다. 모두 모르는 사람이기에 낯을 가려 나는 소심하게 지냈다. 원래 하던 것들을 이제 그만 놔주고 공부에 열중하기로 다짐했다. 그렇지만 어릴 때부터 공부의 습관을 들이질 않았으니 공부를 시작하면 집중력이 얼마 가지 못하였고, 하는 방법 자체도 잘 몰라 계속 헤멨다. 그러고 그 때 마다 내일 열심히 하면 되겠지라는 게으른 생각으로 공부를 미루었고 자신을 안심시켰다. 나는 정말 오만했다. 첫 시험을 보고 망친 과목이 꽤 있었기에 잘 해보겠다고 마음을 먹었으나 매번 언제가는 좋은 성적이 나오겠지하는 느슨하고 나태한 생각 탓에 미루기를 반복해대니 1학년이 끝이 났다. 부모님께서 "어째서 이 과목들은 등급이 낮은거니?"라고 물어보시면 나는 항상"주변 친구들이 공부를 정말 잘하는데 선생님께서도 시험을 어렵게 내시니 등급이 잘 나오지 않아요"라는 대답을 반복하며 부모님을 속이고 몇 번이고 속였다. 그러다 보니 나 자신마저 속는 기분이 들었다. 부모님께 정말 죄송하다고 이제와서 생각한다. 2학년이 되어 나는 아직 10개의 시험 중 6개나 남았다는 너무나도 가벼운 생각으로 공부를 미루고 미루고 하다 몇 년을 미루었다. 매일같이 후회스러웠다. 시험성적도 저조해지기 시작하니 나는 자신감이 점점 떨어지기 마련이었고, 교우관계도 챙겨야 하니 힘에 벅찼던 것 같다. 어느새 이렇게 성인이 되기 직전인, 3학년 졸업을 앞두고 있었다.
나는 지금껏 주변환경의 문제가 있다고 본인의 잘못은 없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나의 행동이 초래하는 상황을 모른척하며 나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었던 것이다. 나약한 나 자신의 마음가짐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고 절대적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 착각하며 살아온 것이다. 미래의 나는 아마 오늘의 나를 그리고 앞으로의 나를 후회할 것이다. 내가 그래 왔으니까 말이다. 나는 누군가에게 자랑스럽게 살지 못한 것이 아니라 살지 않아 왔다. 무엇이든 행동을 통해 결과가 생기기 마련인데 하고 싶은 게 많았음에도 일단 해보려 하지 않고 그저 운명이라고, 주위의 탓으로 돌리며 이미 적응한 척 언제나 그랬으니 괜찮다라고 나를 속이며 살았다. 내가 보낸 날들에 특별하고 내세울 것이 없던 게 아니라 내가 살아온 삶의 모든 나의 행동들이 다른 사람들에겐 고작 보잘것없을지 몰라도 지금까지의 '나'라는 사람을 건축해온 그 자체로 기반이 되고 특별한 행동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미래의 자신이 오늘을 부끄러워할지라도 현재에 사는 나는 나 자신에게 올바른 길에 서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자랑스러운 삶을 살기 위해 계속해서 온 힘을 다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