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호가 오는 6월 14일에 치러질 카타르 원정을 앞두고 월드컵 최종예선 선수명단을 발표했다. 이번 대표팀 명단은 변화가 있었다. ‘황태자’ 이정협과 구자철, 이용 등이 부상으로 인해 대표팀에서 낙마했고 이에 대한 대체 자원으로 ‘돌풍의 팀’ 제주 유나이티드의 황일수, 이창민이 처음으로 발탁되었다. 그리고 2015년 아시안컵 이후 그 동안 선택되지 못했던 이명주가 발탁되었다. 또한, 최근 부상에서 돌아와 복귀전을 치룬 멀티 플레이어 이재성도 이번 원정에 함께할 예정이다. 차범근의 대기록을 넘으며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손흥민과 소속팀의 잔류를 이끈 기성용, 지동원은 예상대로 슈틸리케의 부름을 받았다.
▶ 카타르 원정을 앞두고 발표된 국가대표팀 명단 (출처 : KFA)
이번에 발표된 명단을 보면 뭔가 아쉬움이 남는다. 아니, 슈틸리케의 선수 발탁에 의문부호를 던지고 싶다. 물론, 선수를 선발하는 것은 감독의 권한이자 몫이다. 하지만, 많은 축구팬들이 생각하기에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이 존재한다. 이번 시즌 소속팀에서 제대로 된 출전기회를 보장받지 못한 이청용과 박주호가 발탁된 것이다. 선수들의 ‘실전감각’을 우선시 하겠다고 한 슈틸리케 감독은 이 부분에 대하여 “경험이 많은 베테랑이 필요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그 어떤 베테랑 선수라도 경기에서 장시간 뛰지 못하면 실전감각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 안현범과 정운. 그들은 검증된 자원이다.
도르트문트의 박주호는 이번 시즌 분데스리가 34경기에서 단 2경기만 모습을 드러냈고, 크리스탈 팰리스의 이청용은 EPL 15경기에 출전했다. 그마저도 464분에 그쳤다. 경기 당 약 30분 정도를 뛴 것이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해외파’라는 이름표만으로 선수를 선발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지금 K리그의 제주 유나이티드만 하더라도 충분히 이청용과 박주호를 대체할 자원이 존재한다. (제주 유나이티드는 이창민과 황일수가 이번 대표팀에 발탁되기 전까지 현역 국가대표가 없었다.)
분명 슈틸리케 감독은 5월에 두 차례 제주 경기를 방문해 선수들을 관찰했다. 하지만 미드필더 안현범과 풀백 정운을 끝내 외면했다.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들은 검증된 자원이다. K리그 팀들이 ACL 조별리그에서 줄줄이 탈락한 상황 속에서도 제주 유나이티드의 16강 진출을 이끈 주역이기 때문이다.
2016년 K리그 클래식 영플레이어상을 수상한 바 있는 제주 미드필더 안현범은 ‘측면의 지배자’로 불린다. 178cm의 결코 크지 않은 신장을 가지고 있지만 발이 빠르고 돌파 능력이 뛰어나다. 최근 소속팀에서 측면 공격수와 풀백을 오가며 맹활약하고 있는 안현범은 멀티 플레이어 자원으로서 대표팀에 큰 힘이 되는 존재가 될 것이다. 슈틸리케 감독으로 하여금 전술적 다양성을 추구할 수 있게 하고, 그의 강점인 체력과 스피드를 통해 대표팀 공격 전개에 힘을 불어넣어 줄 수 있다. 그 누구보다 폼이 올라와있는 상태인 안현범은 출전기회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해 실전감각이 부족한 이청용을 대체하기에 제격이다.
▶ 제주 유나이티드의 안현범 (출처 : K리그 홈페이지)
2016년 K리그 클래식 베스트 11 수비수에 선정되었던 정운은 이영표 전 국가대표 이후로 극심한 풀백자원의 부재를 겪고 있는 대표팀에서 그야말로 ‘단비’와 같은 존재다. 공격과 수비 능력이 모두 뛰어난 정운은 전술 변환에 따라 윙백, 풀백 모두를 담당할 수 있다. 또한, 정운이 자랑하는 그의 왼발 킥력은 가히 위협적이다. 그가 시도하는 크로스와 프리킥은 상대팀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다. 지난 6일 상주 상무와의 경기에서 38m 장거리 프리킥을 성공시키며 보는 이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2013~2015년까지 크로아티아 리그팀 NK이스트라와 RNK스플리트에서 활약한 바 있는 정운은 크로아티아 축구협회로부터 귀화 제의까지 받았으나 ‘태극마크’를 위해 거절했다. 특히, 크로아티아 레전드 다보르 슈케르 축구협회장이 “한국은 왜 정운을 대표팀으로 발탁하지 않는가.”라고 한 만큼 정운은 박주호의 자리를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고 본다.
▶ 제주 유나이티드의 정운 (출처 : K리그 홈페이지)
# 언행일치가 필요한 슈틸리케
다음달 14일에 치러질 카타르 원정은 한국 대표팀의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진출에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한국은 승점 13점으로 이미 차이가 벌어진 1위 이란(17점)에 이어 2위에 랭크되어 있다. 2위까지 본선행 티켓이 주어지지만 3위 우즈베키스탄(13점)과 단 1점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상황에서 사력을 다해야 한다. 분명 대표팀은 위기에 직면한 상태이며, 동시에 감독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때이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자꾸 정반대의 길을 걷는 것 같다. 수많은 경질설에 시달렸던 그는 전술을 비롯한 대표팀 전반에 대대적인 변화를 약속하면서 감독직 유임을 확정했지만 크게 변한 것이 없다. 슈틸리케 자신이 말하는 ‘실전감각 우선’이라는 것과 반대로 소속팀에서 제대로 뛰지 못하는 해외파를 발탁하면서 K리그에서 빛을 발하고 있는 보석들을 계속 외면해 오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이 최근, 지난 4월 여자축구대표팀이 평양에서 아시안컵 본선 티켓을 따낸 활약을 언급하며 대표팀에게 강인한 정신력과 집중력을 강조했다고 한다. 정신력과 집중력은 분명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그 전에 전술이 먼저 필요하다. 아무리 정신력으로 무장된 팀이라 하더라도 실력 있는 선수들과 적절한 전술이 없으면 백전백패다. 이해할 수 없는 선수 발탁을 통하여 無전술로 경기에 나서는 슈틸리케 감독에게 우리는 지금 의문부호를 던지고 있다.
▶ 슈틸리케. 그의 전술과 선수 발탁은 문제가 있다. (출처 : KF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