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들 라파엘에게
아들아~
오늘 아빠가 함께하지 못해 미안하다. 대신 이 편지로 아빠의 미안함을 대신할게.
아빠는 4학년 여름방학 때 첫 영성체를 받았어.
그때는 여름성경학교와 첫영성체를 같이 했는데, 지금 생각나는 가장 좋은 기억은 가끔씩 수녀님이나, 신부님, 선생님들이 사주셨던 아이스크림이 너무 맛있었다는 기억이 나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라파엘이 말하던 수선생님(수녀님)께서 우리를 가르치셨거든.
라파엘! 매주 토요일 덜 자고, 덜 놀고, 덜 쉬고 해야만 하는 지금의 영성체 교리가 너무 힘들거야. 하지만 아빠도 너처럼 태어난지 얼마 안되서 세례를 받아서 사실 하느님과 예수님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했는데, 하느님과 예수님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때는 첫영성체 교리기간이었던 것 같아.
첫영성체 교리기간동안 평소 잘 몰랐던 친구도 사귀고, 집이 멀리 떨어져 있던 친구들이 매일 같이 만나서 즐겁게 공부하고, 가끔은 싸우기도 하고, 또 여학생들 놀리고, 그래서 수녀님께 혼났던 기억들이 아직도 어제같이 생각난다.
지금은 아빠가 잠시 멀어져 있지만, 첫영성체 이후로 아빠에게 성당은 생활의 일부가 되었어. 지금도 어려운 사람들, 그리고 행복해야 될 사람들을 보면 신부님, 수녀님, 선생님께 그 때 배웠던 화살기도를 항상 바친단다.
라파엘도 이번 첫 영성체 교리를 통해 주님안에서 남들을 사랑하는, 멋지고 책임감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아빠가 항상 우리 라파엘 사랑하는 거 알지?!
사랑해 아들~
2017년 5월 27일
토요일 아침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