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일보와 ㈔청남문화가 함께 주최한 제27회 청남서예대상 전국휘호대회에서 한문 작품 '금강산 보덕굴(사진)'을 쓴 정팔용(70·부산 사상구) 씨가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부문별 우수상으로 한글 부문은 '농가월령가'를 쓴 서인영(51·부산 동래구) 씨가, 문인화 부문은 '연'을 쓴 한서현(49·부산 부산진구) 씨가 수상했다. 올해 전국휘호대회는 지난 9일 부산 동래원예고 원예관 2층 강당에서 펼쳐졌다.
대상을 받은 정팔용 씨의 작품 '금강산 보덕굴'은 금문(전서)을 거침없이 써내려간 활달한 필치로 장법이 뛰어났으며, 결구나 먹색 또한 흠잡을 데 없는 훌륭한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한글 부문 우수상 '농가월령가'는 우리나라 고유체의 부드러운 맛을 풍기면서 조상의 얼과 땀을 노래해 그 시대 농부의 마음을 잘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을 받았다. 문인화 부문 우수상 '연'은 연을 소재로 그려 농담과 여백의 미를 살린데다가 필치도 활발해 작품성을 두루 갖추었다는 호평을 받았다.
심사위원단은 "총 186명이 대회에 참가했는데, 전체적으로 수준 높은 작품이 많았지만, 작품 간 격차가 너무 컸다"고 총평했다. 정원해 심사위원장은 "특히 올해는 대회가 열리는 날이 한글날인데 한글 부문 휘호 참가자가 많이 줄어서 아쉬움이 많았다"며 "우수한 우리 한글을 세계만방에 널리 알릴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청남서예대상은 청남 오제봉 선생의 높은 서예 정신을 통해 서예술의 저변을 확대하고 신진 서예인들에게 등단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대학생, 일반인을 상대로 매년 개최되고 있다.
올해 휘호대회에서는 대상 1명과 우수상 2명, 특선 10명을 선정했으며, 대상에는 상장과 부상 300만 원, 우수상에는 각각 상장과 부상 100만 원, 특선에는 각각 상장과 부상 10만 원을 수여한다.
올해 휘호대회는 정원해 심사위원장과 한글 부문에는 강순분, 김도영 씨, 한문 부문에는 정원해, 박무숙, 박정식 씨, 문인화 부문에는 류영옥, 윤귀옥 씨, 문장 부문에는 이남주 씨가 심사를 맡았다.
시상식은 오는 12월 4일 오후 2시 부산 사하구 을숙도문화회관 소공연장에서 열린다. 입상작 전시회는 12월 1~4일 을숙도문화회관 1~3전시실에서 열릴 예정이다. 051-554-2632. 박진숙 기자 true@busan.com
普德窟(보덕굴) : 금강산 보덕굴에서 - 李齊賢 詩
陰 風 生 岩 谷 (음 풍 생 암 곡)
음산한 바람은 바위 골짜기에서 나오고
溪 水 深 更 綠 (계 수 심 갱 록)
시냇물은 깊어서 더욱 푸르다
倚 杖 望 層 巓 (의 장 망 층 전)
지팡이에 의지하여 층층이 산꼬대기를 바라보니
飛 簷 駕 雲 木 (비 첨 가 운 목)
높은 처마가 구름을 대들보로 하여 얹혀 있는 듯하구나.
語句 解釋
陰風(음풍) : 그늘에서 부는 바람.
生岩谷(생암곡) : 바위 골짜기에서 생겨난다.
溪水(계수) : 시냇물.
深更綠(심갱록) : 깊은 곳에서 다시 더욱 푸르러진다.
倚杖(의장) : 지팡이에 의지하여.
望(망) : 바라보다.
層巓(층전) : 층층이 층계 진 산꼭대기.
飛簷(비첨) : 나는 듯한 처마. 높은 산꼭대기를 의미함.
駕雲木(가운목) : 구름나무에 얹혀 있음.
補充 說明
굴속에서 불어나오는 서늘한 바람은 마치 바위 골짜기에서 저절로 생겨나는 듯하고,
시냇물은 깊고 깊어질수록 더욱 푸른빛을 띠고 있다. 지팡이에 의지하여 높고 낮은 산봉우리들을 바라보니,
구름 위에 산봉우리가 있는 현상이 마치 지붕의 처마가 구름을 타고 다니는 듯하다.
이 시는 깊은 산중의 보덕굴의 경치를 읊은 시이다.
서늘한 바람과 바위 골짜기, 그리고 강 상류의 깊은 시냇물과 푸른빛이 어울려 시구가 된 것은 보덕굴이 그만큼 깊은 산중에 있다는 것이 이 시의 배경이다.
보덕굴은 불교 보현보살의 덕을 기리는 굴인데, 보현보살은 문수보살과 함께 석가모니불의 협시불이다. 협시불은 항상 곁에서 업무를 도와주는 일을 맡고 있는 자를 말한다. 우리나라에는 문수보살의 이름을 딴 산봉우리 이름이 많은 편이지만 보현보살의 이름을 딴 지명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