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사전 상속제
김민율
물려받은 언어의 첫 자음이 뭐였더라
눈빛이 호미가 되어 한글 자모들을 캔다
고향 마을 밭이다
초봄에 감자 씨 심은 기억이 마을의 방언을 경작한다
마을 사람들이 전승한 강원도 사투리들
특유의 억양을 닮아가는 시골 아이들의 높낮이
눈물을 비료로 준 후,
얼굴이 잘 영글어 감자 줄기에 매달린다
고유의 언어 이파리들 속에서 감자 꽃을 피우고
첫 자음 ㄱ에 자리 잡는 구근들
기억이 개간한 국어사전의 평수
낱말들이 알뿌리를 내리고 몇 세기를 계승한다
잃어버린 방언은 몇 쪽에 파종되어 둥글어 가고 있을까
가계의 언어는 일생의 거름, 위대한 유산이다
마을 아이들이 생일이라는 씨앗 한 글자 움켜쥔 채 태어났다
가난한 입술이 서울말을 캐내고,
어릴 적 시골 여자 아이의 사투리가 죽은 후
마을 공동 제사를 지내는 음력 1월이 돌아온다
눈빛이 세계의 표준어를 경작한다
새로운 관습을 몇 평의 몸에 기록하며 녹슬어간다
첫댓글 우리는 날마다 서울 말을 캐고 있겠지요.
위대한 유산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