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춥고 길었던 겨울도 이제 계절의 뒤안길로 밀려나고 수양버들 나무 잎사귀마다 파릇파릇한
기운이 맴도는 봄이다. 어제는 금년들어 처음 시작한 자전거 라이딩이라, 겨우내 먼지만 켜켜이
쌓여있던 자전거를 꺼내 닦고 기름칠하고 바람까지 넣었다.
성당 미사도 토요일 날 저녁에 미리 참례하고 오늘아침 일찍 출발했다.
1차모임장소가 잠실철교 남단 팔각정이라 성내천길 따라 가는데, 느낌이 좀 안 좋았다.
전 날 잠도 잘 잤는데, 이상하게 하품만 나오고 시큰둥한 생각만 들더니 결국 일이 터졌다.
아산병원을 지나 마지막 약속장소 50M 남겨놓고 내리막 급경사가 있다. 수도 없이 다니던 길인데,
왜 거기서 브레이크를 안 잡고 내쏘다가 속도에 밀려 그냥 쾅!!! 처박으면서
몸은 데굴데굴 시멘트 바닥으로 나가 떨어졌다. 순간, 어깨에 몰려오는 통증과 이상한 느낌,
"아차 큰일 났다." 그런 생각이 들면서 눈에서는 별이 번쩍번쩍 보이고 현기증이 났다.
와중에 약속장소인 팔각정 정자를 쳐다보니 서너 명이 앉아있는것이 보였다.
겨우 일어나 주섬주섬 떨어져나간 물병 챙기고 자전거 일으켜 세워 다시 자전거를 타고
만남의 장소를 가면서 “아! 오늘 라이딩은 끝이구나”...그런 생각을 했다.
팔각정에 도착해서 팔을 위로 올려보고 돌려봐도 약간의 통증은 있으나 괜찮았다.
더구나 그룹의 총무가 이리저리 몇 번을 만져보더니 괜찮으니 차라리 라이딩을 하면서 풀어야
된다고 극구 권고하는 바람에 따라나섰다. 참으로 미련하고 생각이 짧았나보다.
행렬을 갖춘 자전거 대열이 암사대교 넘어 한강북로를 타고 늘 우리가 다니던 자전거길로
팔당쪽으로 가다가 코스모스밭 근처에서 잠시 휴식하던 중이었다.
갑자기 수류탄이 파열하는 듯한 굉음에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깜짝 놀란다.
나도 이상하다 싶어 소리가 난 쪽으로 갔더니 "아뿔싸" 내자전거 뒷바퀴에서 펑크 난 소리였다.
초라하게 주저앉은 자전거의 모습이 꼭 내 모습 같았다. 어쩌겠는가.
콜택시를 불러야 한다느니아니면 근처 수리점에 출장수리를 요청하는 등,
부산한 와중에 한 회원이 쉬고 있던 다른 클럽 사람들과 소곤소곤 얘기를 하더니
휴대하고 다니던 튜브를 제공받았다. 물론 원가 8,000원 이라고 해서 얼른 만 원짜리 한 장을
건넸다. 그것도 엄청 싼거다. 출장수리를 온다거나 다른 방법을 선택했다면
아마도 엄청 비용 발생 했을 것이다.
난, 점점 어깨 통증이 오는 바람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저 구경만 했다. 그
런데, 우리 팀원들 참으로 대단하다. 몇 명이 펑크 난 바퀴와 씨름을 하더니 한 20여분 만에
완전 교환하고 바람까지 넣어 놓았다. 고마웠다. 하루에 이렇게 두번씩이나 참담한 일을
당하다니, 참나원, 운이 지지리도 없나보다. 내가 자전거 탄지 근 20여년이 다 되어 가는데,
이런 일은 처음 당하는 일이다. 아울러 믿음과 확신이 생겼다. 우리 팀원들이 어디를 가든,
어떤 상황에서든 충분히 대처할 수 있는 단결심과 고운 마음을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나의 어깨가 점점 더 아파오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누구한테 아프다고 징징거릴 수도 없고 꾹 참고 따라갔다.
팔당대교를 건너 미사리 쪽으로 방향을 잡고 계속 달리다보니 이미 시간은 13시를 넘겼다.
미사리 강변근처에서 점심을 먹고가기로 했다. 강변두부집이던가?...
이 근처에서는 소문난 맛집이라고 들었는데, 듣던 대로 그 넓은 홀이 손님들로 꽉 차있었다.
십여분 이상을 기다려 좌석을 잡고 앉았다. 점심식사는 얼마 전에 자녀 혼사를 치룬 전임회장이
쏘겠다고 했다. 난, 어쩌다가 김태기 전임 회장의 아들 결혼식장에도 못가보았는데,
살짝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어쩌겠는가? 다음 대소사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마음만 먹고
막걸리까지 반주삼아 점심을 먹었다. 소문대로 음식 맛은 좋았다.
그런데 이 때부터 나의 오른손으로 숟가락질을 못하게 되었다. 왼손으로 간신히 먹었는데,
참나…….크게 불편없이 왼손 숟가락질이 되더라구. ‘齒亡脣亦支 (치망순역지).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는 옛말이 이런 때를 두고 하는 말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와중에 뜨끈뜨끈한 콩비지 한 덩이도 배낭에 넣고 다시 출발했다.
간신히 집에 도착했을 때에는 정말 심하게 어깨가 아팠다. 죽을상을 해가지고
들어서는 나를 본 아내가 깜짝 놀란다. 어젯밤 꿈자리가 뒤숭숭해서 나갈 때,
조심하라는 말을 하려고 했는데 잊었다고 하면서 찬물찜질을 계속했다.
오늘은 일요일이니 병원은 내일가자고 했다. 그 날 밤에 고생 많이 했다.
꼼짝없이 반듯이 누워 자는데, 몸은 쑤시지, 자꾸만 뒤척이고 싶은데, 그럴 때마다
악소리 나게 아프지…….그 밤을 보내고 아침이 밝아왔다.
아~ 몸이 아프니 이렇게 심한 고생을 하는구나...그런 생각을 하니 나이 생각해서라도
건강할 때, 늘 조심해야 겠다는 후회가 밀려왔다.
지인들이 안부차 전화를 걸어와 이구동성으로 “당장 자전거 폐기처분하라”고 난리였다.
아침을 먹고 내가 살고 있는 송파구 동네 근처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엑스레이를 찍었지만 뼈에 금이 가거나 골절은 아닌데, 인대가 많이 늘어났거나
밀려있다고 하면서 애매한 판정을 내렸다. MRI를 찍어서 좀 더 자세히 보자고 해서 금요일 날,
MRI 약속잡고 1주일 후에 다시 보기로 하고 약 처방, 물리치료받고 집에 왔다.
정말 정신없이 보낸 하루였다. 몸도 마음도 많이 지치고 힘들었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된다는 진리(?)를 새삼 깨닫는 순간들이었다.
100세 시대에 몸이 건강하지 않으면 그 의미가 반감된다는 것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되겠다.
늘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자세로 살아야겠다. 끝.
운해 김종억 글.
홍 사랑 .
첫댓글 큰 부상이 아니길 바랍니다.
빨리 쾌차하시고 건강한 모습으로 뵐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