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룡포를 들렀다 내려오는 길, 우리나라에 마지막 남아 있다는 주막집인 삼강주막엘 들렀다. 따가운 오후에 봄볕을 시원하게 드리운 그늘 아래, 주막 와상에는 명당자리를 차지하고 막걸리 상을 받은 손님들이 시끌하다.
이 삼강주막은 낙동강, 내성천, 금천의 세 물길이 만나는 나루터에 세워져서 소금과 쌀을 싣고 온 상인들, 보부상, 묻객들이 허기진 배를 채워주던 곳이였는데, 2005년에 마지막 주모이신 유옥현 할머니가 돌아가시고는 그나마 명맥을 이어나갈 수 없게 된것을 삼강마을 주민자치회에서 운영에 참여해서 없어지지 않고 이렇게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앞쪽 초가집이 예전 주막 자리인데 새로이 복원을 했고, 뒷쪽에 큰 나무가 무려 450살이 넘게 먹은 회화나무라고 한다.
아래 사진이 삼강주막이 복원되기 전 모습인데, 어쩜 집에 모양새가 할머니의 마르고 작은 어깨모냥 같기도 한것이, 애잔하기도 소담스럽기도 한 정겨운 풍광이다.
유옥현 할머니의 생전 모습이란다.
할머니는 안계시지만 주막에 왔으니 졍겨운 음식맛을 보고가야지... 삼강주막의 차림표다. 간단히 손쉽게 차려내는 음식들이다.
주막터는 새로이 넓게 복원을 해서 마당에서도 식사를 할 수 있게 자리들이 많고, 더울때는 이렇게 운좋은 시원한 작은 방을 꿰차고 앉을 수도 있다.
우리가 주문한것은 '주모 한 상 주이소'.... 가격은 12.000원인데, 서울 객들이라 차 때문에 교대운전을 해야하니, 막걸리가 아닌 음료수로 대신 해서 8.000원에 한 상을 받았다.
파릇하고 배추 특유의 단맛이 나는 경상도의 전통 부침인 배추전이다. 이 배추는 동네분들이 농사짓는 배추를 가지고 전을 부치신다고 하시는데, 많은 재료와 양념을 넣지도 않고 삼삼하니 맛난 부침맛이 난다.
도토리묵이 한 덩어리째로 올라와 있다. 음식이라고는 나오는것이 모두 손이 많이 가는 것도 없고, 과하게 꾸미지도 않은 간결하게 나오는 것이 참 주막스럽다.
도토리함유량이 많지 않은 맛이지만 그저 그런대로...
주막에 김치맛도 괜찮은 편이다.
두부는 어찌나 뜨거운 물에 넣고 끓였는지 속까지 뜨끈뜨끈하다. 과하게 꼬신맛은 물론 아니지만 그런대로 막걸리에, 아님 허기진 배를 채워주기는 넉넉한 양이다. 밥 없이 이렇게 세가지만 먹는 대도 둘이서 다 못먹고 남겼다. 듬성듬성 대충 썰어나온 묵과 두부, 배추전 쭉쭉 찢어먹는 맛은 혀끝에 감도는 맛보다는 마음에서 정겨운 정취를 느끼고픈 곳이 아닐까 싶다.
예전에 밭터였을 곳이 지금은 이렇게나 크게 주막터를 잡았고, 9월까지는 주말마다 공연이 열린다고 한다.
옛날 칫간에 모습도 재연시켜 두었는데, 입 벌어지면 칫간에서 엮어져 나오는 추억이야기가 동네를 한바퀴 돌고도 남을듯....
오래묵은 회화나무 그늘 아래가 참 시원했던 오후였다. 고된 여정에서 마른 목을 축이며 쉬었다 가던 과거의 그 어느날, 이 나무아래 서 있있던 다른 어떤이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삼강주막] 주소 : 경상북도 예천군 풍양면 삼강리 219번지 전화 : 054-655-3132 영업시간 : 휴무일 : 주차 : 가능 매뉴 : 막걸리 5.000원, 배추전 3.000원, 도투리묵 2.000원, 두부 2.000원, 주모한상주이소 12.000원, 주막특미 손칼국수 3.000원
(주변 볼거리) 경북 청송여행/6년만에 다시 찾은 주산지는 많이 늙었지만 고목은 여전히 멋스러웠다. (http://blog.daum.net/da0464/800) 경북 예천여행/전깃줄이 없는 동네, 1박 2일에 나왔던 바로 그곳 회룡포마을을 넘 보다 (http://blog.daum.net/da0464/804)
(주변 방문맛집) 청송맛집 부산여관식당/톡쏘는 달기약수와 쌉쌀한 엄나무잎에 싸먹는 부드러운 닭불고기 (http://blog.daum.net/da0464/801)
(약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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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애물단지의 맛난집 맛난사람들 원문보기 글쓴이: 애물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