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연 교사의 ‘단계별 활동중심 영어수업’
글_ 한주희 본지 기자
출처| 행복한 교육 (바로가기)
노래하고 암송하고 발표하는 단계별 학습 ‘액션 러닝’이 참여수업 이끄는 핵심
부산 가락중은 전교생 85명의 소규모 농촌학교다. 사교육이 전무한 학교로, 학생들이 전적으로 공교육에 의존하다 보니 교사가 방과 후에도 학생들의 학력 향상에 힘쓰고 있다. 덕분에 아이들의 영어실력은 인근 학교와 비교해도 발군의 실력을 자랑한다. 사교육 없이 영어 가르치기에 도전하고 있는 김지연 교사의 수업 노하우를 소개한다.

‘Why do you build me up~♬’
경쾌한 리듬의 팝송 ‘Build me up, buttercup’으로 시작된 영어시간. 부산 가락중 2학년 영어 심화반 아이들에게 이 곡은 이미 너무나 익숙한 곡이다. Lesson 5단원을 배우는 동안 매 차시 목청껏 따라 불렀기 때문. 이 곡이 특별한 이유는 이번 단원에 배울 주요 영어문법인 접속사를 익히기 위해 선정된 곡이라는 점이다.
“‘Build me up, buttercup’ 가사를 보면 and, if, but, so, although와 같은 접속사가 자주 등장해요. 팝송을 따라 부르면서 재미있게 문법을 배울 수 있는 기회이지요. 단원마다 팝송을 하나씩 정해서 주요 문법을 배울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아이들이 가장 좋아합니다.”
김지연 교사의 말이다. 팝송 선정기준은 무척 까다롭다. 단원마다 배워야 할 주요 문법을 추출한 후 가사 내용과 어휘수준이 적합해야 단원의 ‘주제가’로 뽑힌다. 쉽게 배우니 좋고 즐거워서 좋다는 게 아이들의 평가다.
이날 수업은 5단원의 마지막 시간. 90분의 블록타임 동안 아이들은 여러 단계를 거쳐 최종적으로 프로젝트 과제를 수행하게 된다. 처음은 생각을 여는 단계부터 시작된다. 단원 본문과 관련된 언어폭력 UCC 동영상을 본 후, 포스트잇에 피해친구에게 할 말을 적는 아이들. ‘cheer up! It will be OK.(힘내! 괜찮아져.)’ 혹은 ‘Don’t worry(걱정 마)’, ‘Everything will be OK(모든 게 괜찮아.)’, ‘I will always believe you(널 믿어)’ 등등 자기 생각을 영어로 표현하는 문장들이 눈길을 끈다.
단계별 활동으로 프로젝트 완성

이어진 온라인 게임. 짧은 시간에 정답을 맞추는 영어퀴즈 활동으로 워밍업을 한 아이들은 릴레이 받아쓰기에 도전한다. 본문을 요약한 종이를 각 조마다 교실 벽 뒤에 붙여 놓은 뒤 신나는 노래와 함께 타이머가 돌아가면 학생들이 빨리 뛰어가 내용을 읽고 외워서 돌아온 후 정확하게 쓰고, 동시에 다음 주자는 바통을 받아 이어진 글을 완성하는 활동이다. 문장을 외워 암기하는 지루하고 재미없는 일이 서로 한 자라도 더 외우기 위해 노력하는 조별미션으로 바뀌자 수업은 더욱 활기차졌다. 이미 다양한 활동으로 본문 내용을 숙지한 학생들은 이어서 진행되는 Read Aloud 영어암송을 큰 무리없이 자연스럽게 해낸다.
“Read Aloud는 영어 말하기에 자신이 없는 학생들을 위해 마련했지요. 영어의 기본 어순에 대한 기초가 부족한 학생들은 학년이 올라가면서 길고 복잡해진 구문을 만나면 의미 파악과 영어 읽기에 어려움을 겪어요. 영어의 어순에 대한 지도와 문장을 의미단위로 끊어 읽는 훈련을 했는데, 효과가 컸습니다.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영어말하기를 하면서 수업 분위기도 활동적으로 바뀌게 되었지요.”
이러한 모든 활동은 프로젝트로 완성된다. 3명씩 한 조가 된 학생들은 역할극 등 여러 활동과제 중 하나를 선택해 발표하는데, 그 과정에서는 친구들의 협업도 중요하다. 나쁜 습관을 가진 친구에게 조언하는 글을 쓰기로 한 2조는 “We recommed that you give compliment to your friend and say good point to your friend(친구의 장점을 말해주고, 칭찬하길 권한다)’는 조언의 편지글을 완성했다. 4조는 좋은 말하기 습관을 위한 슬로건을 정한 후, 발표했다. ‘Be carefull when you speak others(다른 사람에게 말할 때 주의하라)’, 또는 ‘Say only true words Don’t say untrue words(오직 진실된 말을 하고 진실이 아니라면 말하지 말라)’ 등 준비단계를 거쳐 해왔던 활동을 바탕으로 슬로건을 영작한 점이 눈길을 끈다. 본문의 내용으로 역할극을 표현한 두 조도 친구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모든 활동을 마친 후 학생들은 “사랑을 보여줘야 한다.” 혹은 “장점을 말해줘야 한다.” 등 이날 배운 과정을 되돌아보는 것으로 수업을 마쳤다.
팝송으로 배우는 영어문법 효과 톡톡

온라인 영어퀴즈 게임 활동. 1인 1디바이스 환경이 구축돼 있어 실시간 참여 학생과 정답자가 확인된다.

릴레이 받아쓰기. 바통을 넘겨받은 주자가 영어 문장을 암송 한 뒤 그룹별로 정해진 시간 안에 한 문단을 완성하는 조별 미션이다.
올해로 12년차 교직경력의 김지연 교사는 단계별 활동중심 수업으로 영어표현력과 자신감 향상 프로젝트를 시도 중이다. 단계는 크게 세 단계로 나뉘는데, 영어문법을 노래와 함께 배우는 활동(Sing Aloud), 영어교과서를 훈련을 통해 암송하는 활동(Read Aloud), 그리고 배운 내용을 토대로 프로젝트 학습을 하고 이를 발표하는 활동(Express Aloud)이다. 이 가운데 팝송을 통한 영어문법 지도는 4년 전부터 시작해 아이들로부터 가장 큰 호응을 얻고 있는 활동이다.
“아이들이 가장 지루해 하는 건 영어문법이에요. 영어가사와 함께 영문법의 개념 정의와 예시문장을 곁들여서 노래가사와 더불어 유의미하게 영어구조를 익힐 수 있도록 했어요.”
노래 속에 녹아 있는 생생한 표현의 문학적 요소까지 지도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 그동안 중학교 교육과정을 분석해 접목시킨 팝송은 총 60곡. 올 8월에는 그간 개발한 학습지와 묶어 팝송으로 배우는 영어문법을 위한 책을 발간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단계별 활동은 생각 열기부터 시작해 충분한 준비과정을 거쳐 프로젝트 학습으로 이뤄진다는 점이 남다르다. 김 교사는 “질문을 하면 바로 답이 나오지 않는 것처럼 프로젝트 과제를 금방 해결할 수는 없다.”고 설명한다. 준비단계는 각종 활동중심으로 이뤄지는데, 스마트 세대인 아이들과 소통하기 위해 온라인 게임을 도입하고, 오감을 자극하는 액션 러닝, 방과 후 SNS를 활용한 소통에도 무게를 두고 있다. 한 솔 양은 “대부분 수업이 활동 위주로 이뤄져 몸을 움직이다보니 잡념이 사라져 더 집중하게 된다.”고 말한다.
이 때 가장 중요한 건 아이들의 참여다. 김 교사는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서는 아이들의 ‘성공경험’이 가장 중요하다고 얘기한다. 영어교과의 경우 선수학습이나 학습경험에 따라 수준차이가 크고, 스스로 수준이 ‘하’라고 생각하는 학생들은 자존감까지 낮아져 부정적으로 변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수준과 상관없이 조금의 변화나 개선의 움직임을 보이면 그것을 재빨리 포착해 아이에게 칭찬해 주고 할 수 있다는 성공경험을 심어주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 또한 아이들에게 개별적인 피드백을 해주는 것도 필요하다. 학생들이 자신이 완성한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는 과정도 꼭 거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혜주 양은 “매 단원이 끝나면 프로젝트 수업을 하는데, 자주 발표를 하면서 말하기가 쉬워졌다.”며 “영어 학원을 다닌 적은 없지만, 영어로 말하거나 쓰는 일이 어렵게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프로젝트 활동인 역할극

영어 심화반 아이들과 김지연 교사(맨 오른쪽)
사교육 없이도 영어 실력 쑥쑥… 공교육 영어수업 모델 제시
김 교사가 이러한 수업을 고민하게 된 건 미국 유학의 덕이 컸다. 교실에서 자유롭게 학생들이 발표하고 존중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는 그는 사교육 없이도 영어 실력을 키울 수 있는 수업을 목표로 올해부터 단계별 활동중심 수업을 체계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아이들의 영어 표현력이 놀라울 정도로 늘었어요. 자신감도 부쩍 늘어난 점이 가장 큰 변화입니다. 학원을 다니지 않고도 학생들이 영어실력을 증진시킬 수 있도록 심화학습을 시키고, 방과 후 집에서 할 수 있는 과제를 많이 내요. 제가 꿈꾸는 수업은 학생들이 ‘말을 많이 하는 수업’이지요.”
사교육 없는 영어수업 만들기는 한 달에 팝송 한 곡 부르기로 박차를 가하고, 점심시간 이후에 잠을 깨우는 영어 댄스타임과 매주 목, 금요일마다 진행하는 영어교과서 큰 소리로 읽기로 이뤄진다. 학생들은 한 단원을 배우고 난 후 스스로 학습 내용을 기억하고 되돌아보며 정리하는 에세이를 쓰는 데, 주요 어휘나 표현들을 정리하고, 흥미로웠던 부분과 어려웠던 부분, 나의 수업태도를 점검한다. 이를 통해 교사는 아이들에게 개별적으로 피드백 할 수 있고, 교수학습과정의 평가척도로도 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