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을 보러 오세요 화가가 되고 싶은 소망을 접고, 국문학 연구에 종사해 어느덧 50년을 보냈습니다. 고향을 잊지 못하는 심정으로 이따금 그려온 그림에 근래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바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작품 300점을 골라 <<山山水水>>(지식산업사, 2014)라는 화집을 냈습니다. 이번에는 일관성 있는 작품 300점을 <<老巨樹展>>(지식산업사, 2018)에 수록하고, 원화를 보여드리는 전시회를 造形갤러리(서울 종로구 인사동 194-27, 02-733-4792, 인사동 네거리 서남쪽 방향 태화빌딩 반지하)에서 2018년 6월 13일(수) 오후 2시부터 26일(화) 오전까지 엽니다. 그림 본보기를 몇 개 보입니다. `표구하지 않은 작품 100점을 동시에 전시합니다. 원하는 분이 있으면 즉석 판매를 하고, 비어 있는 자리는 다음 순번의 작품으로 메워나가 전시가 계속 달라집니다. 300점을 모두 내놓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작품 가격은 한 점에 100만원으로 합니다. 친분이 있는 분들에게는 후불로 드립니다. 친분이 있는 교수의 친필 확인서를 가져오는 대학원생들(수료자, 학위취득자 포함)은 장기 후불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오후 2시-5시에는 제가 자리를 지킵니다.
조동일 <老巨樹展序 > 나무는 자연이면서 생명이다. 하늘ㆍ산ㆍ물과 어울리는 자연이면서, 조충ㆍ짐승ㆍ사람과 다르지 않는 생명이다. 자연과 생명이 둘이면서 하나임을 말해주는 접합점이 나무이다. 나무를 그리면 자연이 생명이고 생명이 자연임을 확인할 수 있다. 존재의 핵심, 이치의 궁극에 이른다. 나무는 모두 같으면서 종류마다 개체마다, 개체의 부분마다 각기 다르다. 一卽多이고 多卽一임을 깨우치면서, 아름다움을 조화로운 변화에서 나타내는 조형감각의 극치를 보여준다. 계절에 따라 달라지고 연륜과 함께 모습을 바꾸어, 공간과 시간의 맞물림을 깨닫게 한다. 森羅萬象을 다 보지 않고도 알 수 있게 하는 曼陀羅가 나무이다. 나무는 생명이어서 生老病死를 겪는다. 삶이 괴로움임을 알려주고, 괴로움이 즐거움임을 말해준다. 삶의 즐거움만 추구하다가 좌절하는 사람들에, 老病死에 대처하는 지혜를 알려준다. 나무를 스승으로 삼고 가까이 다가가 오래 공부하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釋迦가 보리수 아래에서 득도해 보리수의 가르침을 우리에게 전한 것을 우리도 할 수 있다.
나무는 죽음이 가까울수록 더욱 위대하다. 우람한 모습을 자랑하면서 차원 높은 생각을 하는 老巨樹가 나무 가운데 으뜸이다. 조충ㆍ짐승ㆍ사람의 시체에는 악취가 나지만, 나무는 병들어 죽은 다음에 또 다른 아름다운을 보여주고, 종류가 다른 향기를 낸다. 존재의 핵심, 이치의 궁극을 깨달아 생사를 넘나들기 때문이다.
나무를 그리면서 조충ㆍ짐승ㆍ사람을 곁들이지 않아 미술사를 바꾸고자 한다. 나무를 이따금 사람 그림의 배경으로나 그린 자연 상실을 바로잡아야 한다. 나무는 사람이 바라보고, 조충이나 짐승과 함께 있어야 한다고 하면 제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조충이니 짐승은 언제나 나무를 어머니로 삼는 것을 뒤늦게나마 알고,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마음을 비우고 나무에게 물어야 한다. 老巨樹의 지혜를, 마음을 비우기만 하지 말고 몸도 드러내지 않고 배워야 한다. 그림 속에 사람이 하나도 없으므로 누구나 내 공간이라고 여기고 쉽게 들어갈 수 있다. 나무 가까이 다가가 나무와 하나가 되면 깨달음을 얻는다. 조동일 <노거수전>(화집, 지식산업사 2018.06.01.) 출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