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레미야 ┃ 머리말
예레미야의 삶과 그가 쓴 책은 둘로 나뉠 수 없는 하나다. 그는 살았던 대로 썼고,
쓴 대로 살았다. 그의 삶과 책 사이에는 불일치가 전혀 없다. 어떤 이들은, 삶보다
글이 낫다. 또 어떤 이들은, 글보다 삶이 낫다. 그러나 예레미야는 글과 삶이 동일하다.
이 사실은 중요하다. 어려운 시기를 맞은 많은 사람들이 그 안에서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기도하며 어떻게 그 시기를 헤쳐 나갈지에 관해 도움을 얻고자 할 때,
가장 많이 찾는 예언자가 예레미야이기 때문이다. 그가 정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확신을 받고 싶다면, 이 책에서 그것을 확인할 수가 있다.
우리는 격변의 시대를 살고 있다. 바야흐로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지금,
엄밀히 말해 이 시대를 전에 없던 시대라고 할 수는 없다. 분명 과거에도 오늘날과
같은 속도에 모두가 현기증을 느꼈던 시대 말이다. 하지만 상황과 규모가 어떠하든지,
모든 난세에는 특별한 마음의 태도가 필요하다.
예레미야의 험난했던 인생살이는 히브리 역사상 가장 험난했던 시기 중 하나와
겹친다. 그는 주전 587년에, 예루살렘이 함락되고 유다가 바빌론에 포로로 붙잡혀
가는 것을 모두 목격한다.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이 모두 일어났던 시기이다.
예레미야는 이 험악한 소용돌이 한가운데서 끝까지 견디어 냈다. 기도하고 설교하면서,
고초당하고 맞서 싸우면서, 글을 쓰고 믿음을 지키면서 말이다. 그는 외부에서 오는
폭풍 같은 공격과 내면에서 치솟는 불같은 의심에 시달려야 했다. 피로와 의심과
조롱은 몸과 마음과 감정을 극한까지 내몰았다. 그러나 그는 이 모든 것과 고투하며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을 장엄하게 글로 담아낸다.
하나님, 주께서 저를 이렇게 만드셨으니, 저는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주님을 이길 수 없습니다.
어제 저는 공개적인 놀림감이 되었습니다.
모든 자들이 저를 놀려댑니다.
저는 입을 열 때 마다
“살인이다! 강탈이다!”하고 외칩니다.
그런데 하나님의 경고의 말씀을 그렇게 외쳐서 제가 얻는 것은
모욕과 멸시가 전부입니다.
그러나 “이제 그만!
더 이상 하나님의 메시지를 전하지 않으리라!”하고 마음 먹으면,
말씀이 제 뱃속에서 불처럼 타오르며 뼛속까지 태웁니다.
참아 보려고 했지만, 이제 지쳤습니다.
더는 견딜 수 없습니다!
제등 뒤에서 수군대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저기, ‘사면초가’ 운운했던 자다.
저 자를 잡아라! 신고하여라!”
전에 친구였던 자들이, 지금은 제가 바닥에 고꾸라지기만을 기다립니다.
“뭐든지 하나만 걸려 봐라. 영원히 없애줄 테니!”
그러나 하나님, 실로 맹렬한 전사이신 주께서 제 편이십니다.
저를 쫓는 자들은 모두 대자로 쭉 뻗게 될 것입니다.
어릿광대처럼 제 발에 걸려 넘어져 땅에 뒹굴며,
우스꽝스런 장면을 연출할 것입니다.
오, 만군의 하나님, 누구도 주님을 우롱하지 못합니다.
주께서는 모든 자를, 모든 것을 꿰뚫어 보십니다.
저는 그들이 행한 그대로 되갚음 받는 것을 보고 싶습니다.
주께 제 송사를 맡겨 드립니다.
하나님께 노래 불러라! 하나님을 찬양하여라!
그분은 악인들의 손아귀에서 약자를 건지시는 분이다.
(렘 20:7-13)
여러분이 믿고 의지하던 모든 것이 산산조각 나버리는 상황을 맞게 된다면
어떠하겠는가? 때때로 우리는 신에게 기대했던 것과 정반대로 상황을
개인적으로나 공동체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그럴 때 우리는 그 재난을 통해,
그동안 상상하거나 바라던 신이 아닌 진짜 신을 만나고 그 과정에서 근본적으로
달라지던가? 아니면, 신을 헌신짝 버리듯이 내 버리게 되는가?
그것도 아니라면, 거기에서 더 무너져 이미 붕괴된 신념체계나 환상을
놓지 않으려고 한사코 고집을 부리는가?
격변의 시대를 사는 사람은, 앞서 그것을 경험한 이들에게서 도움을 얻고자 한다.
그들이 어떤 일을 겪었는지, 어떻게 그것을 견뎌 냈는지 배우고 싶어 한다.
은혜에 힘입어 격변의 시기를 견디고 살아남은 이를 찾을 때면, 흔히 사람들은
예레미야를 떠올린다. 그리고 참되고 정직하며 신의 길을 보여주는 그를
길동무 삼아, 그와 함께 고통의 시간도 견딘다. 예레미야를 통해 우리는,
어떤 상황에도 신은 “나를 너를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렘 31:3)라고 말하는 분임을 알고 평안해 질 수가 있다.
[출처] 유진 피터슨, 메시지 성경
[입력] 22년 11월 13일 주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