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음성 수레의산
며칠 전, 친구들과 함께 충북 음성군 생극면에 있는 수레의산(높이 679m)에 올랐다. 수레의산은 그리 높은 산은 아니나 숲이 울창하고 사람의 발길이 미치지 않아 생태계가 온전히 살아 있는 산이다. 자연휴양림이 조성된 이 산은 이름부터가 특이하다. ‘~의’가 소유격조사냐고 물으니 마을사람조차도 고개를 갸웃거린다. 산 서쪽 계곡에는 청소년수련원이 있으며 수리산에서부터 산서릉의 459번도로까지 임도가 잘 뚫려있다. 수레의산 주변 산줄기는 남으로 가영산 - 부용산으로 이어지고, 북으로 수리산 - 원통산 - 오갑산으로 뻗쳐있다. 수레의산은 비슷한 높이의 산봉우리들이 서로 어깨동무하고 있듯 산줄기 가운데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알아보기 쉽지 않다.
수레의산에는 박쥐굴, 굴법당, 공기바위, 병풍바위, 상여바위 등 볼거리가 많으며 등산로가 잘 닦여있어 한나절 산행지로 제격이다. 묘구제 - 헬기장 - 정상 - 병풍바위 - 상여바위 - 권씨네 연못 - 휴양림까지 이어지는 산행코스는 쉬엄쉬엄 걸어도 서너 시간이면 충분하다. 특히 산등성이에 우뚝 솟아 있는 상여바위에서 내려다보는 조망이 좋다. ‘권씨네 연못’은 고려조 말과 조선조 초의 문신이었던 양촌 권근(權近) 선생이 돌아가셨을 때 묏자리에서 물이 나와 걱정하던 차에 지나가던 승려가 산 중턱에 연못을 파라고 하였기에 그 말에 따랐더니 묏자리에 물이 줄어 무사히 장례를 치렀다는 전설을 갖고 있다. 권씨네 연못은 바닥에서 끊임없이 샘이 솟아 된 가뭄에도 바닥을 드러내지 않는다고 한다.
새벽에 산에 오르는데 정상에 오를 때까지 안개가 자욱했다. 산길에는 개옻나무, 떡갈나무, 물박달나무, 물푸레나무가 빽빽하고, 말나리, 우산나물, 취나물이 지천이었다. 그리고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에는 열매가 주렁주렁 열린 다래덩굴이 무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