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미산과 나산 사이 때묻지 않은 낭막골 계곡미 일품
한강기맥 상의 용문산(1,157.2m)과 싸리봉(812m) 사이 폭산(992mn)에서 북으로 가지를 치는 산줄기는 봉미산(855.6m)으로 이어진다. 이 산줄기를 경계로 서쪽은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설곡리, 동쪽은 양평군 단월면 산음리와 석산리가 된다.
이 산줄기는 봉미산에서 북서쪽으로 이어지다가 북동쪽으로 지능선을 분가시키는데, 이 북동릉이 나뉘어지는 삼거리 북쪽은 강원도 홍천군 서면 길곡리다. 3개군 경계를 이루는 삼거리에서 계속 북서쪽으로 무게를 두고 이어지는 산줄기가 약 1km 거리에 이르러 살짝 들어올린 봉이 피나무목쟁이(636.9m)다. 지형도에 산이름은 없지만, 주민들이 옛날부터 불러온 독립된 산이름이다.
2002년 10월 봉미산 북쪽 오지마을인 석산2리 섬이 마을을 찾아들었을 때 토박이주민인 양승창씨(67)로부터 귀동냥하여 알게되었다. 양씨에 의하면 피나무목쟁이에서도 6.25 때 용문산전투로 피아간의 인명피해가 많았다고 한다.
피나무목쟁이에서 계속 이어지는 능선은 약 2km 거리에다 나산(627.5m)을 빚어놓은 다음, 북동으로 방향을 틀어 널미재에서 가라앉았다가 장락산(627.2m)을 들어올리고, 계속 북진해 왕터산(410m)을 지나 여맥을 북한강에 가라앉힌다.
피나무목쟁이는 봉미산과 나산 가운데에 위치하고 있어 두 산이 담장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이 산은 아직까지 등산인들 발길이 뜸할 수밖에 없었다. 산행기점은 널미재를 넘어간 동막리가 가장 유리하다. 동막리가 대중교통편도 그중 편리하기 때문이다.
모곡리행 버스가 정차하는 동막 삼거리쉼터에서 널미재 방면으로 약 60m 가면 왼쪽(남서쪽)으로 ‘무애암 1.3km’ 안내판이 있다. 안내판 방면으로 패어든 청동골 안으로 발길을 옮기면 수십 년 전 시골풍경이 그대로 배어 있는 작은 마을을 지나간다. 마을 앞을 흐르는 계류에는 버들치들이 떼를 지어 유영을 즐긴다. 계류를 거슬러 계곡 안으로 약 20분 들어서면 잣나무조림지가 나타난다.
잣나무조림지를 지나 10분 거리에 이르면 마지막 마을인 점터 마을 무애사에 닿는다.
무애사를 지나 왼쪽으로 계류를 건너 통도골 안으로 8∼9분 들어서면 계곡 오른쪽 계류변에 밑둥 직경이 30cm 되는 잣나무 네 그루가 있다. 여기서 왼쪽 지능선으로 들어간다. 철쭉나무 군락을 이룬 지능선을 타고 10분 올라가면 무덤터가 있다.
무덤터에서 7∼8분 더 오르면 길곡리와 경계를 이루는 284m봉 능선 삼거리에 닿는다.
남쪽 길곡리 낭막골이 내려다보이는 284m봉을 뒤로하고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숲이 짙은 남서쪽 능선을 타고 40분 올라가면 작은 안부를 지나간다. 안부를 지나 10분 거리인 쓰러진 큰 고사목에 이르면 바위지대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급경사 오른쪽 나뭇가지 사이로 나산과 장락산이 보인다. 5∼6분 올라가면 가평군 설악면과 홍천군 서면 경계를 이루는 피나무목쟁이 북서릉을 밟는다. 북서릉을 따라 15분 거리에 이르면 삼각점(400 재설 76년)이 있는 피나무목쟁이 정상이다.
사방이 숲이어서 나뭇가지 사이로만 조망이 된다. 남으로는 용문산과 폭산이 조망되고, 용문산 오른쪽으로는 어비산, 남서쪽으로는 유명산과 서너치, 서쪽으로는 중미산에서 통방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보인다. 북서로는 뾰루봉, 화야산, 곡달산이 멀리 축령산과 함께 조망된다. 곡달산 오른쪽으로는 주발봉이 매봉 깃대봉 등과 함께 보인다. 북으로는 나산 위로 계관산이 보인다.
하산은 남동릉을 탄다. 남동릉으로 약 20m 내려서면 전망장소가 나온다. 북동으로 길곡리 낭막골부터 길게 패어져나간 합소개울 뒤로 모곡리 분지와 춘천 삼악산이 시야에 와닿는다. 동으로는 좌방산 뒤 멀리로 춘천 대룡산도 조망된다.
전망장소에서 6∼7분 내려서면 오래 되어 회색으로 변한 통나무 십자가가 있는 삼거리에 닿는다. 삼거리에서 북동쪽 흐릿한 지능선은 낭막골로 내려가는 길이다. 통나무 십자가에서 계속 남동릉을 타고 25분 거리에 이르면 봉미산이 보이는 작은 무명봉에 닿는다.
무명봉에서 봉미산 방면으로 약 50m 가면 직경 1.5m 높이 1m 가량 되는 계란형 바위가 있는 삼거리에 닿는다. 3개군 경계인 이 삼거리에서는 동쪽 아래로 분지를 이룬 석산2리 섬이 마을이 내려다보인다.
삼거리에서 홍천군 서면 길곡리와 양평군 단월면 석산리 경계를 이루는 북동릉으로 발길을 옮기면 가리산과 종자산이 보인다. 종자산 오른쪽으로는 소리산과 대명스키장 슬로프가 매봉산과 함께 시야에 들어온다. 북동릉에서 조망은 잠시뿐 곧이어 숲터널 능선길이 이어진다.
이 북동릉에서 취재팀은 의외로 역으로 올라오는 안일준씨(59) 일행을 만났다. 등산경력 40여 년인 안씨 일행은 모곡리 노고산(老姑山·290m)서부터 이 능선을 따라 올라오는 중이라고 했다. 약 12km를 올라온 상태에서 올라온 거리만큼이나 먼 널미재 서쪽 위곡리로 내려간다고 했다.
북동릉을 20분 내려선 곳에서 4∼5분 더 가면 532m봉으로 오르기 직전 삼거리가 나온다. 삼거리에서 왼쪽 사면길로 약 50m 가면 서쪽 낭막골 방면 지능선으로 이어진다. 지능선으로 발길을 옮겨 20분 내려서면 낭막골 숯가마터에 닿는다. 숯가마터를 지나 하늘이 보이지 않는 숲으로 뒤덮인 계곡길로 약 40분 내려서면 남동릉의 통나무 십자가 삼거리에서 내려오는 지능선길과 만나는 합수점 삼거리에 닿는다.
이 일대는 맑고 깨끗한 계류가 흐르고, 군락을 이룬 단풍나무들이 하늘을 가린다.
여름철 납량장소는 물론 가을 단풍산행 코스로 그만일 것 같다. 합수점을 뒤로하고 단풍나무숲 계곡을 따라 30분 빠져나오면 길곡리 4반 낭막골 마을에 닿는다. 이어 합소개울 계류를 따라 약 25분 나오면 느티나무 앞 삼거리에 닿는다.
느티나무 삼거리에서 약 5km 더 가면 모곡리 버스종점인 백곰낚시상회 앞으로 나오게 된다. 산행시간을 줄이려면 느티나무 삼거리에서 북쪽 236m봉 능선을 넘는 고갯길을 넘으면 된다(확포장 공사 중). 동막 삼거리쉼터 앞 버스정류소까지 약 1km 거리다.
동막 삼거리쉼터를 출발해 청동골∼점터∼통도골∼잣나무 4그루 앞 지능선∼284m봉 능선∼정상∼남동릉∼3개군 삼거리∼북동릉∼532m봉 삼거리∼낭막골∼길곡리 4반∼느티나무 삼거리∼동막 삼거리쉼터 앞으로 하산하는 산행거리는 약 13.5km로, 6시간 안팎이 소요된다.
교통
서울 상봉동터미널에서 1일 8회(07:20, 09:20, 10:30, 13:10, 14:50, 16:10, 17:50, 19:30) 운행하는 청평∼설악 경유 모곡행 버스 이용, 널미재 넘어 동막 삼거리쉼터 앞 하차. 요금 4,800원. 1시간30분 소요.
상봉터미널은 북가좌동∼홍제동∼종로∼상봉터미널∼면목동(종점) 간을 운행하는 205번, 종로5가∼구리시 간 55-3번, 경동시장∼청량리∼덕소 간 166번 버스 등을 이용하면 된다.
서울 동서울터미널(전철 3호선 강변역)에서 15분 간격(06:00∼21:20)으로 운행하는 춘천행 버스 이용, 청평에서 하차. 요금 3,300원, 1시간5분 소요. 청평에서 상봉터미널 발 모곡 행 버스를 기다렸다가 타고 동막으로 간다. 청평∼동막 요금 1,600원. 30분 소요.
열차편은 서울 청량리역에서 1일 19회(06:15∼22:30) 운행하는 춘천행 경춘선 열차 이용, 청평역에서 하차. 요금 2,500원. 공휴일 귀경길은 청평역에서 1일 19회(06:15∼22:40) 운행하는 청량리역 행 열차를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동막 삼거리에서 청평 경유 서울행 버스 1일 8회(07:10, 08:10, 10:20, 12:20, 13:30, 16:00, 18:10, 19:20) 운행.
식사
동막 삼거리쉼터(주인 채옥주·033-434-1279)에서 함바식 시레기국이나 무국과 함께 나오는 백반(4,000원)을 판다. 반찬으로 김치, 콩나물, 호박, 가지나물, 튀김, 고기볶음 등이 나온다. 매점을 겸하고 있는 삼거리쉼터는 동막에 한 곳 뿐인 식당이다. 예전에는 돌솥비빔밥, 손칼국수, 된장찌개, 김치찌개, 삼겹살 등을 팔았으나 요즘에는 동막삼거리에서 남쪽 길곡리로 넘어가는 도로 확포장 공사장 인부들이 이용하는 함바식당으로 변했다.
청평 교통편을 이용하는 경우에는 청평역 앞 물찬돼지집(주인 서상석·031-584-2995)을 이용하는 등산인들이 많다. 이 식당은 청평역과 청평터미널을 이용하는 등산인들이 산행 후 해단식을 하는 식당으로 인기 있다. 만화가이자 등산광인 허영만 화백도 이 지역 등산을 가면 꼭 들리는 단골손님이다.
얼리지 않은 돼지목살 생고기 숯불구이(200g 6,000원)가 인기 있다. 이외에 돼지갈비(250g 6,000원), 돼지주물럭·삼겹살(200g 6,000원), 생등심치마살(250g 12,000원), 김치찌개백반·육개장·갈비탕·뼈다귀해장국(각 5,000원), 된장찌개백반·냉면(각 4,000원), 삼계탕(8,000원) 등도 판다.
/글·사진 박영래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