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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식당 상호 : <국일따로국밥> 2) 전화 : 053-253-7623 3) 주소 : 대구시 중구 국채보상로 57(전동 7-1) 4) 주요 음식 : 국밥 |
2. 맛본 음식 : 따로국밥(1인당 7,000원)
3. 맛보기
1) 전체 : 상차림도 간단하고 먹기도 간단하다. 따로 내놓은 부추만 적당히 넣어 뜨근뜨근한 국물에 향과 신선한 채소를 더하면 된다. 밥이 따로 나와 따로 국밥이지만 태반은 밥을 국물에 말아 '함께국밥'으로 해서 한꺼번에 먹는다. 어떻게 선지에서 이런 맛이 나올까, 의아할 만큼 국물맛은 개운하고 똑 부러진다.
2) 주요음식 : ‘따로국밥’이라는 이름으로는 이 국밥이 선지국인지 짐작이 가지 않는다. 가격표에 적힌 ‘선지 빼고 주문’ 등을 보고, 아하, 선지국이구나, 마음의 준비를 하게 된다. 선지 외에 보이는 것은 주로 대파와 무 등이다. 약간 칼칼한 소고기 국물에 덩어리로 들어 있는 건더기 선지, 국물맛 내는 보조 공신 무에다가 성큼성큼한 대파가 들어 있다. 거기다 소위 양기를 돋운다는 풀, 기양초(起陽草) 부추가 넓은 잎에 강한 양기를 품으며 옆에 서슬 푸르게 대기하고 있다. 이건 아무래도 남성이 더 선호할 음식이다.
자신 있는 국물 맛에 선지는 팍팍하지 않고 부드럽다. 국물맛도 적당히 배여 있다. 추위에도 술풀이에도 좋을 음식, 영양 염려를 하지 않아도 좋을 음식, 뱃속을 하루를 든든하게 해준다.
3) 김치 등 : 반찬으로는 딱 두 가지 김치, 깎두기가 나온다. 젓갈은 최소화되고 주재료 맛으로 승부한다. 김치는 생김치고, 깎두기도 아직 익지 않았는데, 모두 신선하고 상큼한 맛을 낸다. 맛내기에는 자신있다는 몸짓이 김치에 담겨 있다.
4. 맛본 때 : 2017.11.
5. 음식 값 : 따로국밥 7,000원, 특 따로국밥 8,000원, 따로국수 7,000원
6. 맛본 후
기본 소고기를 뺀 나머지 선지, 파, 마늘, 부추 등의 재료는 모두 맛도 냄새도 느낌도 매우 강렬하다. 음식에 남성 여성 음식이 따로 정해져 있겠냐마는 전체적인 느낌으로는 성별 지향이 있는 거 같다. 이 국밥은 재료로 봤을 때 전형적인 남성 지향성이 느껴진다. 속풀이 해장 술국으로 많이 이용되니 용도 또한 그러한 셈이다.
음식점의 손님도 술 해장을 하는 아침 시간을 넘어 점심시간이었는데도 거의 95% 정도가 남자였다. 음식점 분위기가 뭔가 달라서 이게 뭘까, 곰곰 한참을 생각한 끝에 발견한 것이었다. 갑자기 남성적 측면이 의식되자 이때부터는 유심히 손님을 살펴보게 되었다. 식당을 거의 메운 많은 손님들 중 딱 둘만 여성이었다. 이 여성들마저 모두 중앙을 피해 구석에 자리잡고 조용히 먹고 있었다. 혼자 온 손님들도 많았는데 이들은 100% 남성이었고 당당하고 자연스럽게 중앙에서 먹는다. 생각해보니 몇 년전에 왔을 때도 흡사한 분위기였었다.
이 음식은 남성 음식이구나. 음식 자체, 용도, 사용자 등이 그러한데 사람들의 의식 속에서도 모두 그렇게 인식되고 있구나. 이렇게 남성 일색인 식당은 처음이다.
따로국밥은 대구의 대표적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굳이 대구를 음식의 고장으로 키우기 위해 대구십미(十味)를 골라 육성하고자 했는데, 이 국밥은 그 중에서도 첫 자리에 놓인다. 대구는 실생활에서도 남성 권력이 강한 동네로 알려져 있다. 남성 중심 도시와 남성 음식 대표성은 상관성이 없는 걸까. 음식은 전통적으로 여성의 생활 영역에 들어 있다. 봉제사(奉祭祀) 접빈객(接賓客)의 주요 내용이 음식이다.
이마저도 상업화 대중화 전문화되는 곳은 남성 위주여야 해서 그러는 걸까. 아니면 남성 나그네를 상대하던 주막이나 객주의 전통 음식문화가 가장 많이 남은 결과일까. 유명한 대구 현풍할매 곰탕집의 분위기 또한 이와 비슷한데 둘 다 국밥과 유사한 음식인 것이 우연일까.
음식의 고장 전라도 콩나물국밥이나 순대국밥에서는 성별 같은 것을 의식해본 적이 없다. 이러한 성별 음식적 특성도 지역적 개성이고 음식문화의 다양성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문화가 어디에 있었을까. 번화가 남성 문화, 남성 식당, 남성 음식은 주막 혹은 객주의 음식문화와 가장 근접하다. 과거를 보러 올라가던 나그네가 숙식하던 주막, 장사를 하러 이곳저곳 떠다니는 행상 나그네가 숙식하던 객주집, 술과 밥을 먹고 잠자리를 제공받던 시끌벅적한 그곳의 손님은 거의 대부분 남자였다. 특히 과거 보러가던 선비들이 이용한 주막에서 제공되던 식사는 주로 해장국과 장국밥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러한 주막의 음식 문화 원형이 이 지역의 강한 남성 위주의 문화 속에서 그대로 살아남아 이어진 결과라고 추측할 수 있다. 일제강점기 동안 사라졌다가 새로 살아난 전통문화가 적지 않으므로 46년부터 시작했다 하더라도 가능한 추측이다.
원형을 보존하는 특징은 맛의 보존으로도 나타난다. 60년대 이 식당을 즐겨 다니던 분은 지금도 그때의 분위기나 맛이 여전하다고 하신다. 체인점을 내지 않고 본점만 운영하는 것도 이런 지속성과 상통한다. 대구의 뚝심일 수도 있다. 서울에 60년대에 있었던 ‘대구탕’집은 생선 대구탕이 아니라 바로 이 국밥을 하던 집이었는데 곧 없어졌다. 이후 따로국밥 이름 붙은 집이 생겼지만 이 집과는 관계가 없다.
경주의 황남빵은 유명한 향토 ‘앙꼬빵’이다. 체인이 없는데 어느새 경주빵이란 많은 빵집이 생겨 황남빵 비슷한 빵을 팔고 있다. 전주는 풍년제과 초코파이가 유명한데 ‘전주 초코파이’라는 이름의 상품도 있다. 이 또한 유사품이다.
유사품은 진짜를 못 이긴다. 따로국밥집은 이외도 많이 있지만 국일따로국밥집과는 관련이 없는 집이다. 이름은 흉내내도 국물맛은 흉내내지 못한다. 이런 뚝심 또한 대구 남성성의 장점인가. 21세기 대명천지에 남성 식당, 남성 음식이라는 이름으로 여성을 통제할 수 있겠냐마는, 따로국밥 문화가 주막문화의 계승이라면 전통 계승의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는 있을 것이다.
* 식사 후 바로 이웃한 선화당(宣化堂), 옛 경상감영도 놓치지 말고 돌아보자. 선화당 뒷 건물은 관찰사의 처소 징청각(澄淸閣)이다. 1970년에 중수된 감영으로 문화재 감상을 겸해 우아한 산책을 하기에 좋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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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상차림 모습과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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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감영공원의 선화당, 징청각, 팔각정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