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속 석탄과 석유, 가스를 꺼내 우리 일상과 경제활동의 에너지원으로 쓰면서 온실가스 배출이 많아졌다. 그리고 목재와 토지 확보를 위해 열대 우림을 베어내고 이상 기후로 자연 화재가 빈발해 지면서 공기 중으로 온실가스 배출이 급증하는 한편, 열대우림과 광활한 숲이 사라지면서 온실가스 흡수 역량은 급격히 약화하였다. 북극해 얼음이 녹고 만년설과 빙하가 녹는가 싶더니, 요즘은 시베리아 동토층이 녹아내리며 갇혀있던 메탄가스가 공기 중으로 빠져나오면서 기후위기는 심화되고 있다.
공기 중에 온실가스가 많아져 온난화가 심화되면, 모든 곳이 똑같이 온도가 상승하지 않을뿐더러, 만년설과 빙하 등에서 얼음이 녹으면서 기온과 수온이 오히려 낮아지는 곳도 생긴다. 그러면 공기와 바닷물의 그 온도 그리고 밀도 분포가 달라지면서 바람, 해류 방향, 속도 등이 달라진다. 살기 좋았던 곳에 가뭄과 홍수가 빈번해지고 유례없는 태풍과 해일로 심각한 피해가 발생한다. 바닷물 수위가 높아져 침수 위험이 현실이 되고 있고, 바닷물 온도와 그 염도가 달라지니 익숙하게 생활 하던 생물들이 새로운 서식지를 찾아 떠나거나 생명의 위협을 받는다. 기후위기는 익숙하지 않기에 대비하지 못한 곳에서 큰 피해를 일으키며, 온실가스를 별로 배출하지 않아 기후변화에 책임이 적은 생명체와 사람, 지역일수록 더 많은 기후위기 피해에 노출되곤 한다.
기후 위기로 인한 파국을 피하기 위해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1.5℃ 이상 상승하지 않으려면, 인간 활동에 의한 지구 전체의 이산화탄소 순배출량이 2050년 이전에는 탄소중립에 도달해야 한다. 탄소중립은 공기로 탄소 배출하는 것과 바다와 땅, 생물체 내부로 탄소를 흡수·제거하는 그 양과 속도가 평형상태에 도달하는 넷제로(Net Zero)를 지향한다. 하지만, 유엔환경계획(UNEP) 의 <2023년 온실가스 배출량 격차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년 대비 1.2% 늘어나면서 기후변화가 인간이 통제할 수 있는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2015년 파리협정에서 설정한, 산업화 이전보다 지구 온도 상승 폭을 2℃, 가능하면 1.5℃로 억제 한다는 목표에 합의했지만, 2030년까지 상승폭을 1.5℃로 억제할 가능성은 14%에 불과하다고 경고한다.
지난 11월 교황청의 탄소중립 계획인 <생태전환 2030>이 공식화되었다. 자연 자원의 책임 있는 사용과 에너지 효율 개선, 기술 자산의 고도화, 지속 가능한 이동 수단 마련, 운송용 청정에너지· 대체에너지 제품의 다양화, 산림 재조성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그 시작은, 2030년까지 바티칸 내 모든 공용차를 전기차로 교체하겠다는 약속과 “생활 습관의 변화는 공동의 집 지구를 보호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는 선언이었다. 우리 교회에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성찰과 실천의 책무가 주어졌다.
조경두 프란치스코 인천탄소중립연구지원센터장 / 환경사목위원
제2804호 2023년 12월 10일┃대림 제2주일 <빛과 소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