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매교회의 신임 목사님이 임직하시는 날에
박성호 (2023.4.9.)
이 졸고는 올해(2023년) 부활절 저녁에 대전에 있는 독립개신교회 성은교회에서 열린 신임 목사 임직 축하회에서 낭독한 글입니다.
○○○ 목사님, 오늘 목사님의 임직-위임식으로 인해서 올해의 부활절이 우리 모두에게 더욱 뜻 깊은 날이 된 줄로 믿습니다.
죄에 떨어진 모든 사람은 하나님께서 창조의 제7일에 먼저 들어가신 영원한 안식에 들어갈 길이 막혔지만, 예수 그리스도께서 자신의 고난과 부활로 그 영원한 안식에 들어갈 “새롭고 산 길”(히 10:20)을 여셨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애송하는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 103문답의 고백처럼)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는 말씀 사역자의 “말씀의 봉사”로 말미암아 “안식의 날인 주일에” “영원한 안식이 이 세상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그러나 어쩌지요? ○ 목사님, 지난해 7월에 조사(助師)로 임직하실 때에도 이 사람은 끝내 ‘축하합니다’ 하는 의례적인 인사말도 건넬 수 없었는데, 오늘도 그렇습니다. 축하는 무슨, ○ 목사님 앞에 고생길이 아주 훤~합니다. 이 사람은 만 51세였던 2016년에 목사로 임직하였는데, ○ 목사님도 만 51세가 되는 올해에 목사로 임직하시니, 동병상련(同病相憐)의 심정으로 ○ 목사님을 바라봅니다. 30대에 목사가 되든, 50대에 목사가 되든, 목사가 처음 되는 사람은 누구나 서툴고 어설프기 마련이겠지만, 나이든 초보자는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자기 안에 없는 원숙함을 요구받기도 합니다. 더욱이, 이 사람은 목사가 될 때 두 아이가 모두 스무 살이 넘은 성인(成人)이어서 아버지로서 할 일이 많지 않았지만, ○ 목사님은 여섯 살, 네 살, 한 살 된 어린 세 자녀의 아버지이니, 중차대한 목회 일에 집안일이 겹쳐져서 그야말로 일복이 터졌습니다.
주님께서는 어부였던 시몬과 안드레 형제를 제자로 부르실 때에 “나를 따라오너라. 내가 너희로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게 하리라”(마 4:19=막 1:17) 말씀하셨는데, 이제는 의사인 ○ 선생님을 부르셔서 ‘나를 따라오너라. 내가 너로 영혼의 질병을 진단하고 치유하는 의사가 되게 하리라’ 하시는 줄 믿습니다. 그리고 육신의 의사든 영혼의 의사든, 의사가 필요한 사람은 건강한 사람이 아니라 병들고 아픈 사람들이겠습니다(참조. 마 9:12=막 2:17).
○ 목사님께는 축하를 못 드려도, 성은교회 교우분들께는 축하드리고 싶습니다. 안팎으로 어려움을 많이 겪으시면서 길이 참고 기다리신 끝에 이렇게 잘 준비된 인재를 목사로 얻게 되셨으니 진심을 담아 축하드립니다. 축하와 함께 당부의 말씀도 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과거에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시간 강사도 7년 해 보고, 대학 교수도 4년 해 보고, 성약출판사 직원으로 8년 일한 뒤에, 이제 조사와 목사로 봉사한 지 8년 반이 되었는데, 어느 일이든 쉬운 일이 없었지만, 목사의 일은 그전에 했던 어떤 일과도 도무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도 높은 중노동이고 생명과 영혼을 다 갈아 넣는 고역임을 날마다 절감합니다. 목사에게는 휴일이 없고 퇴근 시간도 없습니다. 설교를 누가 대신 해 주지 않는 한, 목사의 마음은 일주일 내내 잠시도 쉬지 못합니다. 목사는 자기 안에 있는 죄와 불신과 싸워야 하고, ‘이게 다 무슨 소용이 있을까?’ 하는 좌절감과 수시로 싸우면서 거지와 같이 매일 빈 그릇을 들고 하나님 앞에 나아갑니다. 그러니 성은교회의 신임 목사님이 성도 여러분을 위해 매일 기도하듯이, 교우 여러분도 여러분의 목사를 위해 늘 진실하게 기도해 주시고, 오늘 하나님 앞에 서약하신 그대로, 말과 행동으로 여러분의 목사를 위로해 주시고 시시때때로 격려해 주시기 바랍니다.
끝으로, 2016년부터 지금까지 성은교회의 임시 목사로 봉사하여 오신 (저의 선생님) ○○○ 목사님께도 축하드리고 싶습니다. 목사님께서 저희 한마음개혁교회에 보내 주신 이 임직-위임식 초청장의 문구를 한 마디 한 마디 곱씹으면서 읽고 또 읽었습니다. “신학교에서 가르치는 일과 목회를 겸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고 말씀하신 대로, 매주 서울과 대전을 오가시면서 “불가능”에 가까운 큰 수고를 하셨습니다.
목사님이 준비 중인 박사 논문의 주제가 수치와 조롱과 모욕인 줄로 아는데, 독립개신교회가 총체적인 난국 가운데 사분오열되어 갈 때에 그 한복판에 있던 목사님께도 수치와 모욕과 험담이 넘쳤습니다. 세인들은 말하기를 욕을 많이 먹으면 오래 산다고들 합니다. 만약 그 말이 사실이라면, 욕을 많이 드신 목사님은 백 살도 넘게 사실 겁니다.
이제 성은교회를 돌보는 중한 직무에서 놓임을 받으셨으니 아무쪼록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시면서 하나님께서 목사님 안에 내려 주신 섬부한 은사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창의적이고 학구적인 에너지를 더욱더 발휘하셔서 교회의 오늘과 내일을 위해 꼭 필요한 디딤돌들을 많이 놓아 주시기 바랍니다.
부족한 말씀을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23년 4월 9일 부활절 밤에
독립개혁장로교회 한마음개혁교회 목사 박성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