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촌과 함께한 여름휴가
조현덕 능실마을 주민
안녕하세요. 칠보산자락 아래 능실마을에 살고 있는 주민입니다. 지난 겨울 능실마을로 이사온 후 벌써 봄, 여름을 지나 가을이 다가왔네요. 능실마을에서의 올 한해는 잊지 못할 추억으로 가득했는데,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단연 마을 이웃들과 함께 떠난 여름 휴가였습니다.
타지에서 살다가 아무런 연고도 없는 능실마을로 이사를 온 첫 겨울에는 어찌 그리 춥던지, 밖으로는 나가지도 않고 집 안에서만 지냈습니다. 꽁꽁 언 날씨만큼이나 얼어붙은 마음으로, 이웃들과 어색한 계절이었지요. 봄바람이 불기 시작할 즈음, 집 문밖을 나와 이웃들과 서로서로 인사 하며 친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때마침 마을 이웃들과 함께하는 텃밭 모임을 알게 되었고, 몇 고랑 안 되는 밭이지만 배추, 오이, 가지, 호박 모종을 심고, 아욱과 상추씨도 뿌리며, 동네 사람들과 함께 정을 나누어 갔습니다.
텃밭 모임 내에서 자연스레 젊은 부부들끼리 친한 모임이 생겼고, 우리는 '용쓰파'라는 이름까지 붙여가며 주말마다 모여서 뭐든 함께 했는데, 세 가구가 함께한 것 중 가장 큰 계획이 바로 여름 휴가였습니다. 용쓰파의 맏형인 용쓰형네 고향인 강원도 평창으로 다 함께 여름휴가를 떠나자는 것이었습니다. 세 집이 휴가 일정을 맞추어 가며 여행 계획을 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우여곡절 끝에 우리는 함께 강원도로 떠날 수 있었습니다.
출발한 날에는 비가 오기도 했지만, 함께여서 즐거웠던 우리들의 여행에 비 따위는 장애물이 되지 못했습니다. 다들 먹을거리를 좋아해서 유명한 맛집이라는 강림 순대집도 찾아가고, 정선 장터에서 장을 본 반찬으로 펜션에서 숯불에 삼겹살과 한우도 구워먹었습니다. 특히 용쓰형네 어머니께서 손수 지어주신 곤드레밥은 정말 잊지 못할 맛이었습니다. 밤에는 애기들 재워놓고 MT를 온 것처럼 게임도 하며 이야기꽃을 피웠고, 낮에는 계곡에 가서 물놀이도 하고, 강가에서 지렁이 낚시도 하며 강원도의 여름을 만끽했습니다.
마지막 날 봉평 장터에서 막국수를 먹고, 메밀전병을 사가지고 집으로 오려다가, 그냥 오기가 아쉬워서 계획에 없던 동해바다까지 가기로 하였습니다. 곧장 하조대 해수욕장으로 달려간 우리는 두 번째 여름휴가를 시작하는 것 마냥 즐겁게 파도를 타고, 해수욕을 즐겼습니다. 사실 동네에서도 자주 만나는 이웃들이었는데 함께 간 여행에서는 또 뭐가 그리 신이 났던지, 짠 바닷물을 마시면서도 서로 함께 안 왔으면 어쩔 뻔 했냐며 기분 좋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이들에게도 태어나서 처음 보는 계곡과 바다를 선물할 수 있었던 즐거운 여행이었습니다.
능실마을로 돌아온 뒤에도 우리는 여전히 함께입니다. 이제는 이웃이 아니라 가족 같은 사람들과 능실마을에서 또 하나의 계절인 가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선선해지는 날씨에 동네 산책을 하다가, 여름휴가 때 이야기를 꺼내며 함께 웃곤 합니다. 이 가을이 지나가면 겨울이 오겠지만, 이번 겨울은 지난겨울 만큼 춥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함께인 사람들이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