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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전혁 명지대 교수가 2005년 동아일보에 게재한 칼럼 중에 1100년 전 최치원(崔致遠)의 ‘토황소격문(討黃巢檄文)’에 빗대 쓴 ‘토전교조격문(討全敎組檄文)’이란 글이 있다.
‘교원평가제 시범학교 교장을 집단적으로 위협하고, 학교 벽과 유리에 협박 구호나 낙서를 해대는 게 전교조의 민주인가. 학생들의 수업권은 팽개치고 툭하면 연가투쟁이나 벌이겠다는 게 또 전교조의 민주인가. 학부모는 교사들에게 권한을 부여하는 교육의 근원적 주체다. 학부모는 아이들이 정치적 집단적 개인적 이해관계에 희생되는 것을 막을 권리가 있다.’
☞ 조전혁의 전교조 빚 10억 원
인천대 경제학 교수 시절이던 1990년대 말부터 조전혁은 신입생들의 일그러진 경제관 국가관에 놀랐고, 청소년에게 끼친 전교조 교육의 폐해에 충격을 받았다. 글을 통해, 시민운동을 통해 전교조의 정치화와 교육의 이념 오염을 막아내려 했던 그는 2008년 국회의원이 되고, 교육상임위에서 활동하게 되었다.
조전혁은 2010년 교원단체 가입교사 명단을 정부에 요청했다. 교육부는 법제처의 유권해석과 서울 중앙지법의 결정을 바탕으로 조 의원에게 명단을 제공했다. 전교조는 명단 제출금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자 명단 공개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서울 남부지법은 공개금지를 결정했다. 그럼에도 조전혁은 공개의 공익성이 프라이버시 및 노조단결권에 우선된다고 판단해 인터넷을 통해 전교조 명단을 공개했다. 몇 분 만에 서버가 다운되어 게임용 대용량 서버로 바꿔야 할 정도로 학부모들의 관심이 컸다.
그러나 조전혁이 법원의 명령을 어기고 5일간 전교조 명단을 공개한 대가는 컸다. 공개금지 결정을 어긴 데 따른 이행강제금이 하루 2000만 원×5일=1억 원이었다. 그리고 1, 2차에 걸쳐 전교조 교사 8193명이 1인당 10만 원씩 요구한 손해배상금이 총 8억1930만 원이었다. 일부는 대법원에, 일부는 고등법원에 계류 중이지만 1심 판결 이후 가압류는 시작되었다. 1심 이후 의원 세비 100%와 보유 중이던 예금 1500만 원, 현금 500만 원이 가압류되었다. 교수로 복직한 작년부터는 법에 따라 월급의 50%를 꼬박꼬박 가압류 당하고 있다.
그래봐야 손해배상금을 줄이기 어렵다. 손해배상금에 연간 20%의 가산금이 붙기 때문이다. 월급의 50%인 연간 3000만 원 정도로는 턱도 없다. 이미 불어난 원금이 10억 원을 넘은 모양이다. 대법원이 8193명에게 1인당 10만 원씩 배상하라는 판결을 확정한다면 조전혁이 전교조에 물어야 할 빚은 해를 거듭하면서 불어날 것이다.
내 자식을 어떤 선생이 가르치는지 알고자 하는 학부모들의 알권리에 부응했다고 해서 조전혁에게 1원 한 푼 금전적 이득이 돌아간 것도 아니다. 전교조를 바꿔보려던 ‘공익적 목적의 명단 공개’가 그에게 안긴 것은 빚 지옥일 뿐이다. 한 지식인이 대한민국 교육과 후세대의 장래를 걱정한 대가가 훈장이 아니라 가혹한 빚이라니….
조전혁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을 이끌었던 당시의 전교조 위원장 정진후는 지난해 19대 총선에서 통합진보당 비례대표로 국회의원 금배지를 달았다. 정 의원은 18대 국회에서 조전혁이 활동했던 바로 그 교육상임위를 배정받았고, 당적을 바꿔 정의당 원내수석부대표로도 활약 중이다.
전교조는 명단 공개금지 같은 법의 보호가 필요할 때는 법 뒤에 숨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는 법을 짓밟기 일쑤였다. 해직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규약을 시정하라는 정부의 명령도 시한 내에 이행하지 않았다. 이에 정부는 지난달 하순 전교조를 법외(法外)노조로 통보하기에 이르렀다. 그러자 전교조는 국내외 여론전을 비롯한 역공으로 정부를 이기려고 전면전에 돌입했다.
이런 전교조를 지켜보면서 조전혁은 “전교조 명단 공개는 기본권 중의 기본권인 학부모 학생의 교육권을 지켜주기 위한, 헌법정신에 부합하는 일이었다고 지금도 믿습니다”라고 나에게 말했다. 그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교원 노사관계는 일반 노사관계와 달리 제삼자인 학생 학부모의 학습권·교육권 보호가 중요하다.
전교조가 조전혁하고만 악연이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전교조가 많은 국민과 악연인 시대가 언제까지 계속될까. 하도 답답해 국민참여재판을 민사사건인 전교조 명단공개에도 도입해 본다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 조전혁의 전교조 빚 10억 원
조전혁과 전교조의 끝나지 않은 싸움, 1라운드 조전혁 勝, 2라운드 전교조 勝, 3라운드는?
조전혁(趙全赫) 전(前) 새누리당 의원과 안대희(安大熙) 전 대법관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이 압류한 ‘조전혁 펀드’의 돈을 되찾고자 손을 잡았다.
조 전 의원은 2014년 6월 경기도교육감 선거에 출마했을 때 지지자들로부터 받은 지원금(일명 조전혁 펀드)의 일부를 전교조에 뺏긴 상태다. 조 전 의원은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선거비용’ 보전금 채권은 성질상 압류를 할 수 없는 채권인데 전교조가 이를 압류한 것은 부당하다며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수원지방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조 전 의원은 최근 대법원에 재항고를 했는데, 안대희 전 대법관이 대법원 소송에서 조 전 의원의 소송대리인을 맡기로 한 것이다.
☞ 전교조, 조전혁 전 의원 후원금 압류 지난 2008년부터 시작된 조전혁 전 의원과 전교조의 싸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었다. 1라운드는 조 전 의원이 당시 교육과학부에 각급 학급별 교원단체 및 노조 가입 현황을 제출해 달라며 법정 공방을 벌였던 때(2008~2010년)다. 이때는 조 전 의원이 이겼다. 재판부는 “조합원 기본권 침해로 보기 어렵다”며 전교조에 회원 명단을 조 전 의원에게 제출토록 했다.
2라운드는 조전혁 전 의원이 법원에서 공개하지 말라고 한 전교조 명단을 공개해, 전교조로부터 손해배상 청구를 당한 2010~2012년이다. 조 전 의원은 2010년 4월 자신의 홈페이지에 전교조와 교총 등 22만2479명의 실명과 소속 학교를 공개했다. 전교조 교사 8400명이 ‘조합원의 권리 침해’라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고, 재판부는 전교조의 손을 들어 줬다. 이 소송을 시작하면서부터 전교조가 조 전 의원의 세비(歲費)를 가압류하는 등 줄소송을 이어 갔다. 2라운드에서는 전교조가 이겼다.
조전혁 전 의원은 지난 19대 국회의원 선거(2012년)에서 새누리당의 공천을 받지 못했고, 정치권을 떠났다. 그렇게 조 전 의원과 전교조의 싸움은 일단락되는 듯싶었다.
하지만 조 전 의원이 2014년 5월에 경기도 교육감 선거에 출마하면서 3라운드가 시작됐다. 전교조가 조 전 의원이 받기로 했던 선거비용보전 채권을 압류하며, ‘조전혁 펀드’를 통해 그를 지원했던 사람들에게 지급할 돈줄을 죄었기 때문이다.
조 전 의원 측 사람들은 “교육감 선거에서 낙선한 후 3개월이 그 어느 때보다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조 전 의원뿐 아니라, 그의 지지자, 또 선거과정에서 그를 도왔던 사람들 1500여 명이 함께 피해를 입었다. 조전혁 전 의원이 경기도 교육감 선거에서 낙선하고, 최근 안대희 전 대법관이 그의 변론을 맡기로 하기까지 무슨 일이 있었을까.
조전혁 전 의원 측 관계자는 “조 전 의원이 국회의원 시절에 전교조와 싸우고 교육위원회에 몸 담으면서 본격적으로 교육에 뛰어들어야겠다는 결심으로 교육감 선거에 나갔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에게는 선거를 치를 자금이 없었다. 측근들과 ‘펀드 방식’을 논의했다.
윤경수 당시 조전혁 후보 사무장은“선거관리위원회에 확인해 보니 예전에도 그런 적이 있었고, 가능하다고 했다. 조 전 의원이 인지도가 있고, 지지자들이 있으니까 펀드를 모아서 선거비용으로 사용하자고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조 전 의원 측은 《조선일보》 지면광고, 인터넷 광고, 페이스북 광고 등을 통해서 교육감 선거를 치르기 위한 ‘조전혁 펀드’를 모았다.
한 달 동안 245명의 지지자들로부터 25억원을 모았다. 조 전 의원과 친분이 있는 A씨가 5억원을 내 최고액을 기록했지만, 1만원에서 100만원 이하를 낸 사람들이 200명을 넘었다. 윤경수 사무장은 “혹시 선거 기간 중에 전교조가 뭔가 일을 꾸미지 않을까 싶어서 선거 자금에 관련된 통장을 회계 책임자 명의로 해서 선거를 치렀다”고 말했다.
적어도 조전혁 전 의원 측 사람들은 펀드에 모인 돈을 ‘조전혁 개인 돈’이 아니라, ‘타인들에게 빌린 돈’으로 해석했고 선거가 끝나면, 당선을 하든 낙선을 하든 이 펀드로 지출했던 선거비용을 돌려받을 것이니 갚을 수 있으리라 확신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대통령·국회의원·지방자치단체·교육감 선거를 치르고 난 후 후보자가 법정 선거비용 범위 내에서 사용한 비용 중 일부를 국가가 지원해 주기로 되어 있다. 선거 후 유효득표 수의 10% 이상을 얻은 후보자는 선거비용(홍보물 제작비·방송광고·연설비 등)의 50%, 유효득표 수 15% 이상을 얻은 후보자는 100%를 선거비용 제한액 범위 내에서 보전 받는다.
차현민 당시 조전혁 후보 상황실장은 “조 전 의원이 15% 이상은 득표할 것으로 봐서 펀드에 지원한 지지자들의 돈을 선거 후에 금방 돌려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조전혁 전 의원은 2014년 5월 교육감 선거에서 패했다. 그의 지지율은 26.2%였다. 조 전 의원 측은 선거비용 보전을 위해 회계 보고를 하고, 2014년 6월 19일에 총 선거비용 39억원에 대한 보전 신청을 했다.
선관위가 실사를 통해 선거비용을 확정하고, 그중 보전이 가능한 비용을 확정해서 환급해 주면 7월 말에 받기로 돼 있었다. 낙선의 허탈함과 뒷마무리로 시간을 보낼 때, 윤경수 당시 사무장에게 이상한 얘기가 들려왔다. 윤 사무장의 얘기다.
“후보 측의 인쇄물을 찍었던 한 업체가 ‘전교조가 선거비용을 어떻게 하려 한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처음에는 그게 가능한 소리냐 하고 흘려들었습니다. 이게 개인 비용도 아니고, 선거비용인데 전교조가 어떻게 마음대로 압류하겠느냐 싶었습니다. 선관위에 문의를 해 보니까, 과거에도 보전 비용에 대해 압류 들어온 사례가 하나 있었다는 겁니다. 깜짝 놀랐죠.”
—어떤 사례였나요. “예전 교육감 선거를 치른 A씨의 선거보전 비용이 압류당한 적이 있다고 했습니다. 선관위는 법적으로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자기들은 그런 일이 생기면 법원에 공탁(법령의 규정에 의해 금전·유가증권 등의 물품을 공탁소에 맡기는 것)할 거라고 말을 했습니다.”
☞ 선거비용 보전받기 2주 전에 전교조가 추심
우려는 사실이 됐다. 전교조는 조전혁 전 의원의 선거보전 비용에 대한 압류 및 추심명령을 신청했다. 조전혁 전 의원을 돕고 있는 부상일 변호사는 “전교조가 우리가 선거비용 환급을 받을 것이 확실시된 상황에서 압류 및 추심 명령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전교조 측은 “조전혁 전 의원이 선거 기간 내내 전교조를 비방하고 명예훼손을 해서 이를 묵과할 수 없어 선거보전 비용 압류신청을 했다”고 밝혔다. 법원은 전교조의 신청을 받아들였다. 채권압류 추심 금액은 12억9000만원이었다. 이때부터 조전혁 전 의원 캠프는 혼란에 휩싸였다.
차현민 당시 조전혁 후보 상황실장과 윤경수 사무장은 선관위에 전화를 걸었다. 윤 사무장의 얘기다.
“대책회의 끝에 (전교조가 압류한) 12억9000만원은 어쩔 수 없는 것이고, 일단 나머지 돈을 받아서 급한 불을 끄자고 얘기가 됐습니다. 선관위에 확인을 했더니, 자기들도 12억9000만원만 공탁을 할 거라고 하더군요. 며칠 뒤에 걱정이 돼서 다시 전화를 했더니 자기들은 전체(37억원)를 공탁하는 걸로 방향을 잡았다고 했습니다.” —이유가 뭐라고 했습니까. “쭈뼛거리더니 자기네 부서에서 그렇게 결정을 했다는 겁니다. 선관위가 공탁한 다음에 법원에 가서 나머지 비용을 되찾으면 된다고 하더군요.”
윤 사무장은 선관위에서 들은 대로 조전혁 전 의원에게 보고했다. 그리고 다음 날, 차현민 실장과 윤경수 사무장은 수원지법 공탁계로 갔다. 공탁계에선 2층 배당계로 넘어갔으니 그쪽에 가보라 했고 배당계 담당자의 얘기는 또 달랐다. 배당계 관계자는 “최소 3개월은 지나야 줄 수 있다”고 했다. 윤경수 사무장의 얘기다.
“담당자 한쪽에 조 전 의원을 고소한 전교조 명단 8000명의 서류가 있더군요. 담당자가 그 서류를 탁탁 치더니 ‘이 사람들과 전부 협의를 해야 내줄 수 있다’고 했습니다. 법원에 공탁되면 절차를 거쳐 나가는데 기본 3개월이라면서요. 저희가 이런저런 방법을 다 들이댔는데 곤란하다고 했습니다. 담당자가 캐비닛을 가리키면서 ‘저기 10년도 더 된 것도 있어요’라고 말하는데 정말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 조전혁에 돈 받아야 할 1000여 명은… 조준호 한스타미디어그룹 회장은 조 전 교육감 후보의 방송 및 신문 광고, 홍보물 제작, 유세차량 지원 등 15억원을 지원했다. 일부 계약금은 받았고, 나머지는 선거비용이 보전되면 받기로 한 터였다. 한 회장이 받아야 할 돈은 10억원가량이었다. 한 회장의 얘기다.
“난데없이 전교조가 선거비용을 압류해서 캠프에서 당장 돈을 주기 어렵다는 얘기를 해 왔을 때 정말 암담했습니다. 사실 조·중·동 전면광고 같은 건 제가 돈을 빌려서 미리 한 거거든요. 조전혁 전 의원이랑 전교조랑 문제가 있으면 둘이서 알아서 풀어야지, 왜 우리 같은 업자들이 피해를 봐야 하나 싶었습니다. 제가 일감을 준 인쇄매체, 기획사, 유세차량 기사들이 돈 달라면서 오는데 정말 눈앞이 아득했습니다.”
—그렇게 돈을 못 받은 업체가 몇 군데나 됩니까. “굵직한 게 10개 업체고, 또 그 밑으로 내려가고 개인적으로 했던 사람까지 치면 굉장히 많습니다. 유세차 하나만 해도 50명이 넘어요. 유세차는 통상 자차(自車)를 이용합니다. 자동차 유지비 등은 선불로 받고, 자기 인건비는 후불로 받는 것이 관행입니다. 선거 끝나고 자기 일당을 받아야 하는데 갑자기 돈이 묶여서 못 받으니 다들 난리가 났습니다. 하루아침에 미지급금이 산더미처럼 쌓인 겁니다.”
선거사무원들은 그들대로 난리가 났다. 이들은 선기기간(13일) 동안 조전혁 전 의원의 지지를 부탁하는 일당 아르바이트생들이다. 조 전 의원은 56개의 연락소를 썼는데, 처음에는 연락소장과 회계 책임자가, 나중에는 사무원 600여 명이 조전혁 전 의원의 캠프에 전화를 하기 시작했다.
차현민 상황실장은 “처음에는 일일이 전화를 받고 상황을 설명했지만, 나중에는 아무런 업무를 볼 수 없는 상황이어서 전화 코드를 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조전혁 전 의원의 충격 역시 만만치 않았다고 한다. 그는 항의하는 업체 사람들을 일일이 만나 설명에 설명을 거듭했다. 조 전 의원은 지인들에게 돈을 꿔서, 사무원들에게 지급해야 할 돈을 우선 줬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말은 말을 낳고, 의심은 끊임없이 의심을 낳았다. 윤경수 사무장의 얘기다.
“사람들이 첫날에는 전교조가 우리 돈을 압류해서 못 받는다고 하니까 어안이 벙벙해하다가, 또 하루가 지나면 정말 못 받는 거냐면서 불안해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처음부터 안 주려고 했던 것 아니냐’며 삿대질을 합니다. 막장 드라마에서 이간질하는 거랑 똑같은 겁니다. 유세차 운전자들보고 ‘기름밥 먹는다’고 하는데 정말 무섭습니다.
수십 명이 모여서 전화를 해서 ‘우리 돈 갖고 있는 게 법원이냐 선관위냐. 어디든 말만 하면 뛰어간다’고 하는데….” 그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조준호 한스타미디어그룹 회장 역시 개인 빚을 내서 급한 곳에 돈을 줬다.
“선거 한 번 치르는데 이해관계자 가 1000~1500명은 될 겁니다. 그중에는 당장 돈이 지급되지 않으면 부도나는 업체들도 있습니다. 그들에게는 하루 이틀 늦어지는 것이 목숨줄과 같은 겁니다.”
☞ 조전혁 펀드에 100만원 낸 대학생 조전혁 전 의원 측은 공탁 전문 변호사를 소개받아 선관위에 ‘12억9000만원이 아닌 37억원 전체를 공탁한 이유’에 대해 꼬치꼬치 따졌다. 선관위에 질의하고, 공탁계에 질의하기를 수차례, 지난 2014년 8월 초에 12억9000만원을 제외한 24억9000만원이 캠프로 들어왔다. 조 전 의원 측 사람들은 “선거 때에도 집에서 출퇴근을 했는데, 정작 선거 후에 전교조가 압류를 한 후부터 집에 들어간 날이 없었다”고 말했다. 조전혁 전 의원 측은 업체들에 대금을 우선 지급했다. ‘조전혁 펀드’에 돈을 맡긴 일부 사람들은 조 전 의원에게 “돈을 돌려받지 않겠다”는 말도 했다. 중앙대학교 경영학과 3학년인 윤정호씨는 이 펀드에 100만원을 냈다. 페이스북을 통해 조 전 의원과 친구(페북 친구)가 된 윤씨는 조 전 의원이 교육감 선거에 출마한다는 소식을 듣고 돈을 냈다. 페북 친구가 되기 전까지 조 전 의원을 잘 몰랐던 윤씨는 그가 페이스북에 남긴 글을 보면서 팬이 됐다. 윤씨는 “올바른 교육관을 가진 사람이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후원금을 모은다는 소식을 듣자, 주저함 없이 부모에게 ‘후원 의사’를 밝혔다. 윤씨의 부모 역시 ‘옳은 일’이라며 아들의 결정을 지지했다고 한다. 윤씨의 얘기다.
—대학생에게 100만원은 적은 돈이 아닌데요. “큰돈이지만 전혀 아깝지 않았습니다. 조 전 의원의 소신을 지원했기 때문에 그런 분이 교육감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전교조와 싸웠던 경험이 있어서 지지한 겁니까. “아뇨. 저는 전교조에 대해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선거비용 압류하는 것을 보니까 독하다고나 할까 좀 심한 집단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일로 전교조에 대한 시각이 달라졌나요. “네. 완전히요. 가만히 생각해 보면 제가 졸업한 고등학교에 전교조 교사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역사를 가르치는 분이었는데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에 대해서 안 좋게 얘기를 했었거든요. 고등학교 때까지 독재자, 친미주의자들로 알고 있었는데 나중에 이분들에게 대해서 공부해 보니 아니더라고요. 지금은 가장 존경하는 대통령이 됐지만, 고등학교 때는 아니었어요. 아마 그런 분들이 전교조에 가입했겠죠.” —펀드에 낸 100만원을 돌려받을 것으로 생각하고 냈나요. “선거보전 비용에 대해서 알고는 있었지만 그런 생각은 없습니다. 지금도 조 전 의원께서 힘든 상황이라고 알고 있는데, 제 돈은 신경쓰지 않으셨으면 싶습니다.”
조준호 회장 역시 이번 일로 ‘전교조’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다. “저는 전교조에 대해서 큰 관심이 없었습니다. 교육하는 사람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어도 되는 건가의 느낌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태를 보고 많이 놀랐어요. 조전혁 개인과 전교조의 문제면 둘이서 알아서 풀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 선거비용을 압류하면 선거에 가담한 업체, 펀드에 투자한 사람들 전부 다 관여되는 겁니다. 제가 아이가 2명 있는데 이제는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 전교조 교사가 있는지를 살펴보게 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선거에 참여한 윤경수 사무장의 느낌은 다르다. 윤 사무장은 “2주 전에 압류를 한 것을 보면 처음부터 압류를 하려고 타이밍을 보고 있지 않았나 싶다”며 “좀 일찍 압류 통보를 하면 이의신청을 하고 대책을 세웠을 텐데 조전혁을 죽이고, 조전혁 지원하는 업체도 다 죽이겠다는 의도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선거보전 비용’의 해석에 따라 대법원 결정 내려질 듯
조전혁 전 의원의 교육감 선거비용을 전교조가 추심한 것과 관련해 2014년 9월 조 전 의원 측 법률자문단이 꾸려졌다. 변호사 9명, 법학 교수 4명으로 꾸려진 자문단은 전교조가 압류한 선거보전 비용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다.
1심 법원은 조전혁 전 의원측의 얘기를 듣지 않고 그대로 압류를 허가했고 2심은 이의신청을 기각했다. 현재 대법원에 재항고를 한 상태다. 부상일 변호사의 얘기다. “전교조가 조 전 의원의 교육감 선거보전 비용을 압류한 것은 공직선거에 드는 비용을 국가가 부담한다는 ‘선거공영제’의 취지를 심각하게 훼손시키는 것입니다. 일단 후보자가 선거비용을 조달하되 그 비용을 보전해 준다는 ‘선거공영제’는 돈이 없는 인재들이라도 선거를 통해 유권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겁니다. 15% 이상을 득표하면 전액을 보전해 주기 때문에, 엄밀히 말해 국가가 담보를 해 주는 거죠. 때문에 선거에 필요한 각종 비용과 인력을 제공하는 사람들은 선거에 나서는 사람의 신용만 믿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그 비용을 보전해 주는 것을 믿고 나중에 돈을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저마다 비용과 인력을 제공하는 것인데 그걸 다른 채권자가 중간에 가로채 갈 수 있다는 것은 본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조전혁 전 의원과 부상일 변호사는 얼마 전 안대희 전 대법관을 찾아갔다. 안 전 대법관은 흔쾌히 대법원 재항고 소송을 맡기로 했다고 한다. 조전혁 전 의원은 지난해 11월 초에 또 다시 메일을 보냈다. 〈존경하는 조전혁 펀드 투자자님들께. ‘안녕하십니까?’라는 문안 인사도 못 드릴 정도로 미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습니다. 죄송하다는 말씀을 재차, 삼차 올립니다. 누구를 탓하겠습니까? 전교조가 선거보전 비용까지 차압할 수 있다는 것을 미리 예상치 못한 제 불찰입니다. (중략) 전교조가 차압한 금액 12억9000만원, 제 세비 차압금 약 2억원 등을 돌려받으면 즉시 투자자님들께 원금부터 우선 상환하겠습니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꼭 갚아 나가겠습니다.〉 조전혁 전 새누리당 의원과 전교조의 싸움은 여전히 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