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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오로지 사랑이었으므로
정우식
PARAN IS 7
2024년 7월 10일 발간
정가 12,000원
B6(128×208)
140쪽
ISBN 979-11-91897-79-1 03810
(주)함께하는출판그룹파란
•― 신간 소개
지워도 다 지워도 못내 그리운 꽃 하나 피었네
[사랑이 오로지 사랑이었으므로]는 정우식 시인의 첫 번째 신작 시집으로, 「사랑하였으므로 사랑하였네라」 「첫사랑 2」 「바람이 불어 사랑에게로 간다」 등 88편이 실려 있다.
정우식 시인은 1969년 전라남도 벌교에서 태어났다. 동국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했고, 동국문학회 회장, 동국대학교 총학생회장을 역임했다. 졸업 후 청년 만해를 꿈꾸며 불교계에 투신해 조계사 청년회장, 대한불교 청년회장, 조계종 서울특별시 신도회 사무처장, 불교환경연대 사무처장, 생명의 강 살리기 불교 행동 공동집행위원장, 경부운하 저지 국민 행동 공동집행위원장, 운하 백지화 종교환경회의 상황실장, 시국법회 상황실장, 조계종 쇄신위원 등 20년간 불교의 혁신과 깨달음의 사회화, 환경운동에 매진했다. 더불어 파라미타청소년협회 정책기획팀장, 한국청소년단체협의회 이사, 통일템플스테이 추진위원장, 금강산 신계사 복원추진위원회 총무팀장,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청년위원장, DMZ평화생명동산 이사, 민주평통 자문위원, 건강밥상공동체 풍류사랑 대표, 한국다문화예술협회 정책위원장, 한국종교인평화회의 청년위원장, 나누며 하나되기 위원(현), 한국종교인연대 공동대표(현) 등 열정적인 활동을 통해 청소년, 통일, 평화, 다문화, 종교 간 대화와 화합을 위해 노력했다. 2018년부터 기후 위기 극복과 탄소 중립을 위해 한국태양광산업협회 상근부회장, 서울시 에너지 정책위원, 한국태양에너지학회 부회장, 한국태양광발전학회 부회장(현), 한국재생에너지산업발전협의회 사무총장(현)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 [하루 첫 생각] [가슴에 아로새긴 목민심서]를 썼다.
정우식은 “함께하자고 다시 함께하자고/이번에는 반드시 이뤄 보자고 만들어 보자고” 끊임없이 꿈을 일깨우는 시인이다(「한 사람을 지웠다」). ‘꺼져 가는 열정을 북돋고 다시 일어서게 하는’ 존재가 시인이며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도 잘 안다. 그러나 때로는 누구든 스스로의 열정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나는 정우식이 지운 한 사람이 그 자신이라 느낀다. 자신을 지우면서 친구들에게 여백을 주고, 다시 시인의 말에 귀 기울여 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정우식은 여전히 시의 역할을 믿는다. 언젠가 반드시 자신을 뒤돌아보는 순간이 온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관성에 사로잡혔다고 여길 때, 속물이 되어 버렸다고 깨달았을 때, 새로운 길을 가야겠다고 결심할 때, 바로 그때 아무렇지도 않게 곁에 있어야 한다. 그래서 “난 빈껍데기/한숨에 무너져 사라지고 타고 남은 재뿐이네”라고 먼저 위로한다(「차 한잔하고 싶다, 그대여」). 그래서 빛나던 찰나를 강렬하게 남겨 둔다. “사랑을 위해 온몸 던질 수 있었던/그때//그때/나는 죽었어야 했다”고 고백한다(「그때」).
많은 일 가운데 시를 놓지 않고 살아와서 다행이다. 정우식 시인이 시집을 엮어 내면서 시대의 사명, 그 무거운 짐을 잠시 내려놓을 기회를 가지게 되어 마음이 놓인다. “나 살아 도솔천 가고 싶어/모두 함께 가고 싶어/모든 계단 없애고 문턱 없애고”(「도솔천 유감」) 자기 맘대로 도솔천 가는 길을 상상하게 된 것 역시 친구들을 위한 큰 진전으로 여긴다. 무엇보다 불씨보다 강한 꽃씨를 품게 된 것은, 이 시대 시인들이 한 사람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 어떻게 친구들과 손을 잡을까 생각하게 한다.
시를 쓴다고 모두 시인이 아니며, 시를 쓰지 않는다고 시인이 못 될 이유가 없다. 시인의 외로움은 아름다운 영혼에 대한 그리움을 낳을 것이며, 모든 영혼이 하나하나 얼마나 소중한지 결국 증명해 낼 것이다. 월트 휘트먼의 말로 정우식 시인의 첫 시집을 함께 기뻐하고 싶다. “가장 자부심 강한 국가는 그 나라 시인들의 영혼을 만나러 가는 것이 당연하다.” (이상 신동호 시인의 발문 중에서)
•― 추천사
항하사 모래 수처럼 헤아리기 힘든 인연인 정우식 거사의 시를 며칠 동안 읽었다. 시들을 읽으며 ‘이 사람! 아직도 너무 착하구나!’ 탄식을 하게 되었다.
모질고 독해도 잘 살기 힘든 시절에 변함없이 착한 성정이 한편으로는 마뜩찮다. 하긴 시를 쓴다는 것 자체로도 아직 순수하다는 방증이기도 하겠지만.
선(善)한 사람들이 큰 고통을 받는 시대, 온갖 곳에서 들려오는 소리들은 혼돈(混沌)이며 악어(惡語)이며 요설(妖說)뿐인데 이 사람 외로이 옛 마음 지니려 하니 시인의 마음으로는 갸륵하다만 걱정되고 또 원망도 된다.
내가 자구(字句) 맞추는 문인이 아니기에 시에 대해 감히 평할 수 있겠느냐만 어릴 적 어깨너머로 배운 [논어]에서 ‘시(詩)는 생각에 삿됨이 없는 것(思無邪)’이라 했으니 착하다는 말이고 치우치지 않는다는 말이며 변하지도 않는다는 말이다. 오랜 세월을 지켜봤으나 정우식 거사는 늘 생각에 삿됨을 없애려 하던 사람이다. 그가 물질적으로는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시를 쓰는 것도 사무사(思毋邪)의 수행 방편이 아닐까 생각한다. 또 유월이고 시절은 언제나 아득하다. 나와 그가 젊었던 시절, 착한 사람들이 조금은 편안하게 지낼 세상을 위해 거리를 뛰었던 바보 같던 때가 떠오르는 새벽이다. 소나무처럼 변함없고 또 변할 일 없는 사람 정우식의 시를 나지막하게 읊조려 본다.
―지선 스님
세계는 인간의 체험 속에서 신성하다. 그 거룩한 습지에서, 시는 저잣거리도 아니고, 낱말 사전도 아닌, 그러니까 영적 제국의 텅 빈 대기권에서 우짖는 새소리처럼 들려올 때가 있다. 저 옛날 1980년대 충무로의 우식이를 나는 그런 소리로 읽었다. 그렇게 용감했고, 그렇게 무모했고, 그렇게 순수했고, 그렇게 아름다웠던……. 저 뜨거운 자리를 더불어서 몰려다니다가 전쟁 통에 손을 놓치듯이 어느 순간 잃어버린 형제의 얼굴이었다. 그래서 어떤 기억은 가까이서 뜨겁고, 어떤 추억은 너무 멀리서 아련하다. 그러나 “지워도/다 지워도/못내 그리운/반역 같은” 지금은 연기처럼 흩어진 거리의 함성이 모두 그의 뼈였고 피였다니(「그 자리에 꽃 하나가」). 그러고서 한동안 격류에 쓸려 대책 없이 부서지고 난 다음에 낯선 하류에서 또 흔적을 만난 셈이다.
그는 유독 뜨거운 물체였다. 금방이라도 폭발할 듯한 시대의 뇌관을 가슴에 담고 그간의 세월을 어떻게 견뎌 왔는지 알 수 없다. “이제 중학생인데/우리 집에서 제일 큰 아들/나보다 한참 더 큰 아들”을 발견하고(「늦깎이 아들이 사랑스러워」) ‘엄마’를 (생태계의) “임차인에게 쩔쩔매는/희한한 조물주 위의 건물주”로 객관화하기까지(「엄마」), 행간에 가득 고인 그리운 것들을 시들은 말하지 않으나 나는 들을 수 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자아를 해탈하는 그릇으로서의 시를 끝까지 버리지 않고 껴안고 가는 우식이가 오늘은 너무나 보고 싶다.
―김형수 시인
•― 시인의 말
삶이 우리를 속이기 전에 그의 머릿결을 흔들고 지나갔던 바람은 지금 어디에서 머릿결을 흔들고 있을까.
떠나간 그 사람이, 오래전에 ‘힘들고 지칠 때면 밤하늘을 쳐다본다’고 했던 적이 있다. 그 후 나도 밤하늘을 쳐다보는 버릇이 생겼다.
저 밤하늘의 별들 중에 많은 별은 이미 몇 천 년, 몇 억 년 전에 사라졌다. 이미 사라진 저 별들이 이토록 찬란하게 밤하늘을 빛내고 있다. 91년 오월, 자신의 몸을 던져 어둠을 사르고 하늘의 별이 된 11명의 열사들도 지금 어딘가에서 지상을 비추고 있을 것이다. 부끄럽지만 내가 오랜 세월을 돌아 첫 시집을 내게 된 까닭이다.
‘한 손에는 짱돌, 한 손에는 시집’을 들었던 뜨겁고 아름답고 슬픈 청춘 시절의 나에게,
오월을 살다 간 모든 벗들과 오월을 살고 있는 모든 벗들께,
아, 울 엄니 아부지 그리고, 세상의 모든 어머니 아버지께
이 시집을 바친다.
2024년 뜨거운 여름 종로구 낙산에서
•― 저자 소개
정우식
1969년 전라남도 벌교에서 태어났다.
동국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했다. 동국문학회 회장, 동국대학교 총학생회장을 역임했다.
졸업 후 청년 만해를 꿈꾸며 불교계에 투신해 조계사 청년회장, 대한불교 청년회장, 조계종 서울특별시 신도회 사무처장, 불교환경연대 사무처장, 생명의 강 살리기 불교 행동 공동집행위원장, 경부운하 저지 국민 행동 공동집행위원장, 운하 백지화 종교환경회의 상황실장, 시국법회 상황실장, 조계종 쇄신위원 등 20년간 불교의 혁신과 깨달음의 사회화, 환경운동에 매진했다.
더불어 파라미타청소년협회 정책기획팀장, 한국청소년단체협의회 이사, 통일템플스테이 추진위원장, 금강산 신계사 복원추진위원회 총무팀장,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청년위원장, DMZ평화생명동산 이사, 민주평통 자문위원, 건강밥상공동체 풍류사랑 대표, 한국다문화예술협회 정책위원장, 한국종교인평화회의 청년위원장, 나누며 하나되기 위원(현), 한국종교인연대 공동대표(현) 등 열정적인 활동을 통해 청소년, 통일, 평화, 다문화, 종교 간 대화와 화합을 위해 노력했다.
2018년부터 기후 위기 극복과 탄소 중립을 위해 한국태양광산업협회 상근부회장, 서울시 에너지 정책위원, 한국태양에너지학회 부회장, 한국태양광발전학회 부회장(현), 한국재생에너지산업발전협의회 사무총장(현)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 [하루 첫 생각] [가슴에 아로새긴 목민심서]를 썼다.
•― 차례
시인의 말
제1부
그 자리에 꽃 하나가 – 13
북녀에게 1 – 14
북녀에게 2―임진강 – 16
50㎝ – 18
깃발 – 19
아스팔트꽃 – 20
지금도 중문을 나서면 아우성 들린다 – 22
충무로 연가 – 24
80년대 – 26
그때는 그때의 나는 – 27
88년 여름 어느 날 – 28
학생회관 – 29
동굴 – 30
2학년 늦봄 새벽 풍경 – 32
1991년 오월 우리는 초혼처럼 투쟁가를 불렀다 – 34
문익환, 91년 오월 – 36
물―단결에 대하여 – 37
오돌대 – 38
꽃씨 – 40
친구여 – 42
오 학년의 가을 – 44
제2부
그때 – 49
두 개의 불꽃 – 50
사랑하였으므로 사랑하였네라 – 52
남산 숲길에 옛사랑의 그림자를 두고 왔다 – 54
사랑하는 그녀에게 차마 이별을 – 55
겨울비에 젖은 단풍나무가 – 56
가을 향기 – 57
젊은 날의 사랑은 가고 – 58
한 사람을 위해 – 59
강 – 60
한 사람을 지웠다 – 61
봄밤 꽃비 내리는데 – 62
어느 날 길은 보이지 않고 뒷모습만 보이고 – 63
만해시비(卍海詩碑) 앞에서 – 64
친구에게 – 66
별 1 – 68
별 2 – 69
차 한잔하고 싶다, 그대여 – 70
오색 – 72
제3부
성산포 아가씨 – 77
그러니 그대와의 첫날을 – 78
첫사랑 1 – 80
첫사랑 2 – 81
사랑 1 – 82
사랑 2 – 83
사랑니 – 84
단풍 – 85
그대, 좋아 – 86
강 – 87
문득 – 88
기도 1 – 89
늦깎이 아들이 사랑스러워 – 90
하늘 아래 당신이 있었습니다 – 91
아부지 – 92
어머니 – 93
엄마 – 94
김장김치 – 95
어린이날 – 96
내 어릴 적 고향집 마당 – 97
당산 팽나무가 사라졌다 – 98
고향 들길을 걷다가 – 99
윷놀이 – 100
하얀 눈이 내려 – 101
꽃샘바람 부는 어느 봄날 오후 대나무 숲을 지나다 생에 대해 생각하다 – 102
제4부
그대가 가 버린 다음에 – 105
바람이 불어 사랑에게로 간다 – 106
나는 왜 흔들리는가 – 107
어느 날 꿈속으로 그대가 오면 – 108
그때다 – 110
가을, 하늘, 어떤 날 – 111
기도 2 – 112
생각 하나가 – 113
도솔천(兜率天) 유감 – 114
석불전 부처님 – 116
금강경 – 117
통일 – 118
언어도단 – 120
금산사(金山寺)의 밤 – 121
죽음 그 너머를 생각하다 – 122
청계천 – 123
조계사 – 124
한강수상법당 – 126
청소 – 128
빗속을 걸어요 – 129
낙산공원 – 130
죽음을 향해 간다는 건 – 131
아름드리나무 밑에서 – 132
추천사 지선 스님 – 133
발문 신동호 시인은 한 사람으로 끝나지 않는다 – 135
•― 시집 속의 시 세 편
사랑하였으므로 사랑하였네라
별꽃이 지천으로 피어
꿈결의 약속인 듯 축복의 메아리로 퍼질 때
그대를 향한 내 마음은 코스모스처럼 한들거렸지요
그래요
삶이 그대를 속이기 전에 바람이 그대의 머릿결을 흔들고 지나갈 때
그것이 꽃처럼 아름다운 인생의 미래를 약속하진 않는다는 걸
알지만 알면서도 마냥 행복했었지요
두려움도 결코 우리를 갈라놓지 못하고
창공을 향한 눈빛을 가릴 수 없었지요
미래는 설렘으로 꿈틀거리는 보물 상자같이
기대하게 하고 부풀게 하고 꿈꾸게 했어요
그게 당신이었어요 그래요 바로 당신이었어요
그런 당신을 사랑했던 것이지요
삶이 그대를 속이기 전에 바람이 그대의 머릿결을 흔들고 지나갈 때
그걸 바라보며 온몸이 설렘으로 가득 차던 나
아 그때는 그때는
사랑이 오로지 사랑이었으므로
밤하늘의 별이 늘 내 가슴에 내려와 빛나던 시절이었지요 ■
첫사랑 2
봉숭아 꽃물 들이며
첫눈 올 때까지
새끼손가락에 꽃물 있으면
정말로 첫사랑이 이루어지는 줄 알았지요
첫눈 오는 날
눈썹달처럼 남아 있는
새끼손가락 끝 꽃물이
그제야 첫사랑이 떠나간 흔적인 줄 알았지요 ■
바람이 불어 사랑에게로 간다
바람이 불어 그리운 그날로 간다
잊힐래야 잊힐 수 없는 것들도
세월이 흐르면 낡은 사진첩 빛바랜 사진처럼
물 빠진 옷감처럼 탈색되지만
기억의 저편에 남아 있는 상실의 아픔은
붉은 피 뚝뚝 떨어지는 상처보다 고통스러운 법
아무도 부르지 않는 잊힌 노래처럼 세월은 흘러도
혼자 부르는 노래는 차라리
쓸쓸한 거리를 더욱 환하게 밝히지
목숨처럼 소중한 사랑을 잃어버린 사람에게는
즐거움마저 아픔이지
삼라만상이 고통이지
세월이 흘러 먼 훗날이 되어도
생을 달리해 천 번 만 번 죽고 태어나 몸을 달리해도
억겁의 굴레처럼 어찌할 수 없을 때 어찌할 수 없을 때
바람이 불어서 바람이 되어서 나는 가지
그리운 그날의 사랑에게로 가지 ■